맞춤법은 틀릴 수밖에 없어요.

2013.09.09 15:05

가끔명화 조회 수:1477

우리말에는 4대 어문 규정이 있습니다.

한글 맞춤법 외에도, 표준 발음법을 포함한 표준어 규정, 외국어를 한글로 어떻게 표기할지를 정하는 외래어 표기법, 우리말을 알파벳으로 어떻게 옮길지를 정하는 로마자 표기법. 이렇게 4개죠.


우리가 말하는 거를 누군가가 모조리 받아 적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우리는 말할 때 비문을 남발합니다. 주술 호응이 맞지 않는 것은 다반사고 잘못된 단어를 말하고 모국어인데도 틀리게 발음하는 일이 잦습니다.

사실상 보통 사람이 문장을 끝까지 말하는 경우가 별로 없죠.


우리는 교양 있는 현대인으로서 한국어 표준 발음법을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단모음 ㅚ나 이중모음 ㅙ의 발음을 구분하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고, ㅔ와ㅐ는 변별력을 잃은 지 오래죠.


맞춤법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표기에 적용되는 대원칙을 기억해야 할 뿐 아니라 개별 표기법을 외워야 하는 경우도 있고 또 맞춤법 자체가 수시로 변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말할 때 주술 호응이 맞지 않았다고, ㅔ와 ㅐ 발음을 구분하지 않았다고 해서 누군가에게 실수를 지적당하지는 않습니다. 만약 지적당한다면 웬 별 이상한 인간을 다 봤다면서 째려봐야징.

하지만 혹시 몰라요. 아나운서끼리 있을 때는 자기들끼리 교정하고 고마워하고 그러려나.

표준어와 표준 발음법은 맞춤법처럼 하나의 규정이지만 이걸 우리는 수시로 어기고 있다 이거죠.


맞춤법도 같지 않을까요. 맞춤법의 변화 속도가 변화하는 입말의 속도를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맞춤법 규정을 완전히 숙지하는 데에는 일정한(졸라 고된)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맞춤법을 공부하는 데에 그런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소통에 아무 장애가 느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ㅚ와 ㅙ를 구분하지 않아도, ㅔ와 ㅐ를 구분하지 않아도 소통에 지장이 없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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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법 틀리는 사람들은 틀리도록 내빌나두면 '않됄까여?'

남이야 규정을 어기든 말든. 맞춤법을 공부해서 남 주고 싶은 자들이여. 우리끼리 잘하자. 

남들이 자꾸 틀려? 그럼 그렇게 맞춤법이 변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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