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정확히는 어제지만 뭐 그냥;) 메인 매치가 시작될 때 남아있던 생존자들 중에서 리더 내지는 브레인의 역할을 할만한 사람은 딱 두 사람. 김구라와 홍진호였습니다. 그런데 이 둘이 같은 편이 되었고, 게임 중반에 결정적인 승기까지 잡았죠. 근데 그 순간에 갑자기 이 둘이 뻘짓을 더블로 작렬하면서 무너져 내리고, 결국 데스 매치 커플이 되어 버리다니... 이걸 '리더 워너비가 여럿이면 팀이 망가진다'는 교훈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아님 그냥 오늘 메인 게임이 격하게 지지부진했다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2. 막판에 계속 홍진호와 김구라가 '도대체 우리가 왜 진 거지?'라며 아리송해하고 있었는데. 진 것도 그렇지만 원인도 파악을 못 하는 걸 보면 둘 다 컨디션이 정말 별로였나봐요. -_-;

 아마 승기가 기울었던 건 성규의 정체가 확인되고, 당시 큰 마을 사람들이 도둑 성규를 확보한 후 욕심을 부리기 시작했던 순간이었을 겁니다. 

 작은 마을에서 김경란이 왔을 때 그냥 남아있던 사람들(홍진호, 김풍, 김구라)끼리 '일단 살아야지ㅋ'에 우선 순위를 두고 김경란을 돌려 보냈다면 무조건 모두 살아 남았죠. 이상민, 김경란, 차유람이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으니까요.

 그 타이밍에 승리를 확신하고 금관리를 해 보자며 자기들이 스스로 본진을 비워주는 뻘짓을 함으로써 상대방이 친절하게 갖다 바쳐준 승리를 다시 반납해 버리는 바보 같은 짓을...; 

 특히 김구라는 바로 그 직전에 '홍진호는 너무 욕심이 많아. 살아남는 걸 우선으로 해야지!' 라고 자기 입으로 말해 놓고선 왜 그랬는지 정말 보면서 이해가 안 갔습니다. 맨날 따돌림 당하니 이 프로 그만 하고 싶었던 건가. orz


3. 막판 포커 게임은 보는 재미도 있고 긴장감도 있긴 했는데. 그 긴장감의 절반 정도가 거듭된 따돌림으로 인해 분노 폭발시킨 김구라의 폭주를 지켜보는 조마조마한 맘이었던지라 별로 즐겁지는 않았네요;

 그나마 막판에 승부를 결정지은 게 그냥 운이 아니라 카드 숫자를 세고 있었던 홍진호의 계산 덕택이라는 건 괜찮았구요.

 ...하지만 이건 홍진호를 칭찬하기 보단 김구라를 놀려줘야할 일에 가깝습니다. 당연히 카드 숫자를 기억해야지요!!! 정말 이 프로 그만하고 싶었던 건지 뭔지;


4. 남은 생존자는 홍진호, 김풍, 이상민, 김성규, 김경란, 차유람, 박은지. 이렇게 일곱이군요. 프로 초반의 양대 산맥이었던 차민수, 김구라가 다 사라져 버린지라 뭔가 예측하기 힘든 멤버 구성이 되었습니다. 어차피 차유람, 박은지는 또 어리버리 묻어가기로 흘러갈 테고 김풍은 스스로 게임의 흐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니 게임이 재밌어지려면 이상민과 성규가 뭔가 흑막 역할을 해줘야겠어요. 그리고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게 김경란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이 분이 한 번 작정하고 '완전 나쁜 x' 역할 한 번은 해 줘야 이 프로가 살아요. 이대로 흘러가면 남은 게임들이 별 재미 없을 것 같단 느낌적인 느낌.


5. 캐릭터별 자잘한 소감입니다.


전 그래도 김구라가 몇 주는 더 살아남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뭐 이미 악의 축이자 근원으로 찍힌 데다가, 초창기에 형성했던 패밀리에서 김풍과 이상민이 이미 빠져나가 버렸으니까요. 아무 것도 하지 못 하게 된지 오래였고.

 그러다보니 무슨 게임을 하든 매번 초반에 연합을 형성하는 게 생존의 첫 단계인 이 프로에서 뭔가 해 볼 수가 없는 처지였습니다. 떨어진 게 이상하지 않아요.

 게다가 정말로 김구라는 최근 몇 게임 동안 의욕이 별로 안 보이기도 했어요. 여전히 말은 많았지만 차분히 생각도 안 하고 자꾸 서두르고 짜증내구요; 그것이 완전히 절정에 달했던 게 오늘 에피소드였구요.

 여러모로 아쉬워요. 좀 더 살아 남아서 게임에 긴장감도 만들어주고 그 화려한 말빨로 개그 양념도 팍팍 쳐줬어야 했는데.


 + 근데 김구라는 정말 막판에 자기가 데스 매치 상대가 될 거라곤 전혀 생각을 못 했을 것 같아요. 홍진호랑은 어쨌거나 같은 편이었던 데다가 데스 매치 중에 직접 말했던 대로 자긴 가넷 거지니까. 막판에 홍진호와 뽑기를 했을 때 '그래도 살았구나' 라고 생각했을 텐데. 홍진호의 객기의 희생양이 되었네요.


 - 생존자들 중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건 역시 이상민이네요. 이 아저씬 개그도 잘 하고 게임도 잘 하면서 참 열심히 하고. 그 와중에 뭔가 모에한(...) 캐릭터까지 보여주네요. 훌륭합니다.

 다만 오늘의 '촉'은 빗나갔죠. 오히려 김구라가 제대로 찍었습니다. 시작하자마자 '얘가 눈빛이 이상해, 흔들려!'라며 성규를 도둑으로 지목했었죠.


- 김경란은 오늘 그래도 아아~주 오랜만에 꽤 전략적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뭐 가만히 따져 보면 그냥 상식적으로 해야할,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를 당연한 듯이 썼을 뿐이고 상대방이 자폭해 버리는 바람에 그게 운 좋게 먹힌 거긴 합니다만. 어쨌거나 김구라-홍진호측의 멍청함과 대비되어 꽤 영리해 보이는 효과가...; 게다가 오늘 아주 예뻤구요. <-

  + 이 프로 열심히 보시는 분들 중에 김경란 캐릭터가 가식적이라며 싫어하는 분들이 많던데. 별로 공감하진 않지만 왜 그런 반응들이 나오는지는 오늘 확실히 이해했습니다. 김구라 말대로 '저거 다 가식이야!'라는 생각이 드는 상황이 몇 번(...)


- 여전히 차유람은 시키는 대로 착하게 살다가 살아 남았고. 박은지는 '이 프로는 존재감이 없어야 사는 프로'라는 걸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습니다. 둘 다 별로였지만 차유람이 이 프로 시작하고 가장 예뻤으니 차유람 승. (뭐가;;)


- 김풍은 지난 주까진 그냥 웃겼는데 이번 주엔 확실히 좀 얄미워 보이더군요. 김구라가 열받은 것도 이해는 갑니다. ㅋ


- 홍진호도 뭐. 데스매치 마지막의 마지막 장면에서 잠깐 멋진 척을 하긴 했지만 그 전까진 뭘 했는지 모르겠어요. -_-


- 김성규군은 정말 보면 볼 수록 종잡지를 못 하겠군요. 일단 바보가 아닌 건 분명하고, 가만히 따져보면 생존자들 중에선 이상민 다음으로 머리를 잘 굴리고 있습니다. 나머지가 너무 멍청해

 근데 어떤 동기로 결정을 내리고 행동하는지 알지를 못 하겠어요; 갑자기 김경란, 이상민에게 자신의 정체를 고백하며 도움의 손길을 뻗쳤다가 상대방이 살짝 움찔하자 철회해 버리고. (김경란이 '정말 도둑 맞냐'고 다시 물었을 때 의도적으로 말끝을 흐리며 의심하게 만들었죠-_-;) 그랬다가 또 김경란, 이상민이 손을 내밀자 다시 또 연대해주기도 하고. 그간 쭉 함께하며 충성심을 보였던 김구라에게 아무 관심을 안 보이질 않나...;

 암튼 지금 남은 멤버들 중에서 다른 멤버들에게 따돌림 당하기 가장 좋은 캐릭터가 되어 버렸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남을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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