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있을거래요.

2013.09.12 13:59

라곱순 조회 수:6583

단골 손님 중, 저를 예뻐하시는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아파트 경비일 하시는 할아버지인데, 이분은 뭔가 도인의 풍모를 풍깁니다. 

눈썹도 (예전 조순 서울 시장처럼) 흰색이고. 간간히 저에게 해 주시는 인생에 대한 말씀도 매우 철학적이십니다. 저를 부를때도 항상 "곱순 양" 이렇게 부르세요.

젊으셨을 때 무슨 일 하셨는지 궁금한데, 느낌상 뭔가 학생들 가르치시는 일 하시지 않으셨을까 합니다. 

이분이 사람 없는 시간 때에 가게 오셔서 저에게 해 주시는 말씀 듣다 보면, 예전 학창시절에 앞자리에서 선생님 말씀 열심히 듣던 여학생 모드가 되거든요. 눈 반짝반짝. 


분명히 있을거랍니다. 


찾는 노력을 하면 더 좋겠지만, 굳이 노력을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언젠간 꼭 만날 수 있을 거래요. 

서로 별 말을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조금만 지나도 온 몸으로 알게 될 거라고 합니다. 

이 사람이 내 인생의 반쪽이라는 것을. 

 외모나 나이 따위는, 그땐 서로에게 아무 상관이 없다고 합니다.


아무리 지금이 힘들어도, 그렇게 기다리래요. 좋은 교양으로 자신의 영혼을  살찌우면서. 

시간이 점점 흘러간다고, 그렇게 젊음이 사그러진다고 해서, 난 영영 반쪽을 만날 수 없을거라고 미리 단정하거나 슬퍼하지 말라고 합니다.




.........


사실 (명절 앞둔 모태솔로 노처녀 달래주는) 굉장히 뻔한 이야기인데, 이 할아버지가 저에게 저 말씀 해 주실때의 그런 신비로운 분위기랄까... 


그런 것들이 인상깊었습니다. 그 분위기를 전달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제 글솜씨로는 한계네요.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46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03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4106
966 린제이 로한 배니티 페어 10월호 커버 [7] 보쿠리코 2010.09.01 4392
965 오전에 저한테 댓글 달아주신 분들,저 건국대학교 근처로 독립해 살기로 했습니다 [30] military look 2012.08.26 4374
964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스포일러 좀 있어요) [13] bunnylee 2010.08.20 4372
963 (링크) 007 비공식작품, 역대 007,M,Q,머니페니에 대한 글. [4] 자본주의의돼지 2012.11.04 4368
962 출구조사 50.1 vs 48.9 - 이건 일찍 자지 말고 밤 새라는 얘기죠 [17] 로이배티 2012.12.19 4368
961 온라인 대나무 숲을 열겠습니다. [55] moonfish 2010.09.08 4361
960 아이돌 애들이 "선배님", "선배님" 하는거 거슬리지 않나요? [25] 슈크림 2010.12.04 4360
959 문재인 변호사 1인 시위 [10] 실마리 2010.12.20 4360
958 두사람 닮지 않았어요? [19] 발광머리 2012.07.06 4358
957 KT 휴대폰 멤버쉽 포인트... 정말 쓸곳이 없어요! [16] 달빛처럼 2010.08.30 4347
956 [스포일러] 오늘 위대한 탄생 [16] 로이배티 2011.04.01 4341
955 택시승차거부 [42] kiwiphobic 2010.12.10 4326
954 [사생활바낭] 남자분들 평소 웃는연습 많이 해두세요 [10] 가라 2011.10.08 4320
953 [스포일러] 오늘 나는 가수다 감상 [13] 로이배티 2011.07.31 4299
952 [바낭] 로봇청소기 찬양 [23] 빠삐용 2013.03.15 4262
951 다이어트와 관련된 찌질한 정보들.. [9] being 2012.05.13 4259
950 저도 묻어가는 크록스 질문.. [18] 들판의 별 2010.07.15 4257
949 남들은 망작이라 불러도 저에겐 최고인 영화. [12] 외팔이 2011.06.04 4231
948 연애라는 것에 대해 저도 한마디. [22] S.S.S. 2011.05.14 4211
947 유리가면 48권이 나왔습니다. [13] 제주감귤 2012.06.14 421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