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소리없는 텍스트로서의 아우성.


광고 없는 세상에서 살고싶습니다.

오늘 아침부터 유난스러운 편두통에 시달리고 있는데, 하루종일 광고에 시달렸다는 기분까지 들어서 더 예민해진 상태.

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고, 모니터의 픽셀 하나하나가 다 머리를 찌르는 것 같이 불쾌한 기분입니다.

하지만 컴퓨터를 끄고 일을 한다는 건 불가능하고, 컴퓨터로 자꾸 일을 하는 이상 포털과 온갖 광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욱 화가 나는 것은 단순히 광고 뿐만이 아니라 그 광고에 반응하는 제 자신인 겁니다.

광고들은 이번 봄에 유행하는 머리스타일과 치마와 립스틱과 또한 그걸 입고 놀러갈 곳들과 그곳에 놀러가기 위한 그럴싸한 블루투스 스피커라든지 아니면 오가며 들를 레스토랑이라든지 따위를 찾아보게 만들었습니다.

그러한 광고는 나의 가장 저급한 욕구들을 자극하며, 그것들을 구매하지 않으면 덜 예쁘고, 인생을 덜 즐기는 사람이자, 덜 개량된 시민이 될 것 같은 말도 안되는 불안감을 유발시킵니다.


지난 일년간의 빈약한 독서목록을 살펴보면 본능과 타의로부터 가장 보호받고 있다고 생각했던 독서의 영역마저, 베스트셀러 투성이랍니다.

또한 매년 작성하는 독서목록도 이젠 목록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지경이 되었지요.

그러니까 이렇게 독서의 양이 급감한 건 2011년 하반기부터입니다, 정확하게 피쳐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바꾼 그 때.

처음엔 야심차게 e-book도 다운받고 팟캐스트도 듣고 스마트폰이 내 삶을 더 풍요롭게 해줄거라 기대했지만 

지금 저의 모습은 매일 쇼킹딜에 뭐가 떴는지 알려주는 메일로 들어가고, 징징 울려대는 소셜커머스 딜을 클릭해서 누구보다 몇천원 싸게 샀다는 싸구려 위안감으로 하루하루를 채우고 있습니다.

쓰고 보니 중독이 맞네요, 끊을 의지도 없었나봐요.


출퇴근 승강장을 그득그득 채운 광고판넬도, 붐비므로 어쩔 수 없이 마주봐야 하는 지하철과 버스의 광고도, 검색만 하면 줄줄이 탑페이지를 채우고 있는 포털에 돈을 준 사이트들 및 홍보성 블로그들도 역겹습니다.

버스에서 틀어놓은 라디오 광고는 아무리 귀마개를 해도 들리고요, 포털을 보자면 구글이 아니고서는 도무지 광고와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피할 수가 없는데다 그 자극에 이끌려 클릭한 기사에는 온갖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사진이 덕지덕지.


사회가 나에게 요구하는 가장 큰 역할은 소비자인 것 같습니다.

조금은 울고 싶은 기분.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92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443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3310
128 패스트트랙 시간표, 유사언론인 유시민, 결국 얼굴이 중요하다 [13] 타락씨 2019.10.09 1629
127 (바낭) 그들도 배가 부르길 [2] 푸른나무 2016.10.01 947
126 점점 더 길게 사는 인간의 문제 [14] 칼리토 2015.09.18 3378
125 인터스텔라, 왕십리 IMAX 좋은 시간대 명당 자리를 구했던 기묘한 이야기. [8] chobo 2014.12.16 1570
124 서울에 국한하여 선거결과를 총평해보니 [10] 살구 2014.06.04 3734
123 사춘기가 다시 돌아온 기분입니다 [9] Overgrown 2014.04.14 1864
» 광고로부터 도망치고 싶습니다. [4] 안수상한사람 2014.03.26 1603
121 (기사링크) 변희재, 호남 비하 발언 “양보 못해” [6] chobo 2014.03.14 2151
120 캡틴 하록 팬들 지금 잠이 오십니까? [18] Kovacs 2013.10.30 4433
119 설국열차 인터내셔널판은 20분 가량 잘릴 거란 얘기가 있네요. [10] 빠삐용 2013.08.06 4099
118 검색되지 않는 대화록에 대해 이해되지 않는 점 [8] 지붕위의별 2013.07.22 2130
117 [아주짧은일상바낭] 제 가족분의 전설 [11] 로이배티 2013.07.10 3407
116 (바낭) 내게 관능미가 있을까 [26] 침흘리는글루건 2013.06.11 4810
115 김기덕 감독 영화는 언제나 말이 많네요. [14] 멜로봇 2013.06.11 3237
114 [바낭] 어제 '지니어스 게임' 추가 잡담 - 도대체 연합은 왜 그랬을까. 성규는 왜 그랬을까. [5] 로이배티 2013.06.08 2456
113 집에서 쫓겨나 한뎃잠 자게 된 이야기. [4] Paul. 2013.06.01 2238
112 [또바낭] 모스 버거 메뉴들 중에 뭐가 맛있나요? [8] 로이배티 2013.05.18 3069
111 가끔 기억나는 미국 필라델피아의 Korean BBQ 식당 [5] espiritu 2013.04.05 3445
110 [정치잡담] 정치꾼과 정치가 [2] 피로 2013.03.26 894
109 점프 직전의 의연한 표정과 내겐 가장 멋진 의상-김연아 [7] Koudelka 2013.03.17 561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