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니우 톤웨이(Nyu Tonwae), 테란 연합의 변방 행성 코리알(Korreal)에서 태어나 지금은 행성 차이(Chai)에서 시골 도서관 사서로 밥을 먹고사는 아마추어 역사학자다. 코리알은 60여년 전 저그의 일차 침공 당시 저그 바이러스의 감염으로 행성의 북반구를 통째로 상실하였다. 테란 연합은 저그의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총독을 파견하여 코리알을 연합의 직할령으로 삼았다. 코리알 행성민의 안녕에는 관심이 없고, 저그의 위협과 황제의 명령을 핑계로 자신들의 축재에만 혈안이 된 총독과 그 가신들에 저항하는 반란군 사이에 코리알에선 지난 60여년간 내전이 끊이지 않았다. 우주의 운명을 건 레이너 군단과 케리건, 그리고 프로토스 사이의 투쟁과는 한발짝 거리를 두고 있으나, 코리알 출신의 역사학자로서  나는 코리알에서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드라마틱한 내전을 기록으로 남길 의무감을 느낀다. 꼼수 크래프트는 총독군과 반군 사이의 내전을 기록하고 있다.




반군의 형세는 참으로 암울해 보였다. 총독군이 코리알 전역을 장악하고, 취약해질 대로 취약해진 반군은 설상가상으로 교전 교리에 대한 의견차로 지리멸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코리알 7대 총독 엠비우스(Mbeous)는 그간 어떤 총독로 이뤄내지 못했던 반군의 절멸을 꿈꾸게 되었다. 테란 연합의 본진에선 시시껄렁한 산적 출신이 지휘하는 레이너 특공대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쩔쩔매고 있지 않던가? 엠비우스는 반군을 절멸하고 테란 연합의 황제 직할대장으로 승진한 자신의 모습을 꿈꾸었다. 어쩌면 돈도 되지 않는 변방 코리알로 내처진 것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인지도 몰랐다.

엠비우스는 일거에 반군을 소탕할 수 있는 대규모 작전, "4대 가도"를 구상하고 실행에 옮겼다. 그동안 반군을 소탕하기 힘들었던 가장 큰 이유중 하나는 대규모 원정군을 파견하기 힘들도록 만드는 코리알의 좁은 도로망이었던 것이다. 4대 가도 작전의 핵심은 코리알 남반구 전역을 커버할 수 있도록 네 곳의 대규모 도로망을 건설하고, 요소요소에 공성전차를 대동한 특수부대를 배치한다는 것이다. 공성전차단이 요소의 반군 집결지에 포격을 가함과 동시에  4대 가도를 순찰하는 전투순양함대가 반군의 움직임을 봉쇄한다면 반군은 조만간 괴멸하고 말 것이란 계산이었다.

물샐 틈 없는 것 같았던 총독의 작전은 아이러니하게도 지리멸렬하던 반군에게 회생의 기회를 제공했다. 4대 가도 작전에 코리알의 모든 가용 자원이 집중됨에 따라, 행성민의 생활은 더욱 피폐해졌고 오랜 내전에 염증을 내고 있던 행성민들의 분노가 다시 폭발한 것이다. 게다가 분열했던 반군들은 총독 타도를 위해 다시 연합군을 구성하였다. 결정적인 실수는 가장 강력한 화력을 지닌 공성전차대와 전투순양함대를 분산하여 모두 4대 가도변에 배치한 것이었다. 물샐틈없는 방어를 자랑하던 요새, 수도 시티의 방어가 화력의 부족으로 전례없이 취약해진 것이다.

연합 반군의 수도 시티 공략작전 "그레이트 빅엿"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야음을 틈타 수도 시티의 포위망을 완성한 반군은,  먼저 네 명의 정예 유령 요원이 지휘하는 특공대를 수도 시티에 침투시켜 총독군의 주둔지에 휴대용 야포로 포격을 가하고 빠지는 게릴라 작전을 전개하였다.

실전 경험이 전혀 없는 정훈장교 출신의 수도 시티 방어 사령관 오세아누스(Oceanus)는 갑작스런 형세 전환에 당황하고 말았다. 반군 전멸을 눈 앞에 두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수도 시티가 포위당하고 요소요소에 포격이 시작된 것이다. 다급해진 그는 엠비우스에 이어 두번째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수도 시티가 반군의 손에 이미 점령당했다고 착각한 그는 수도 시티 전역에 대한 식량 보급을 중단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식량 보급의 중단은 휴대용 전투식량으로 연명하는데 익숙한 반군에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대신 시민들과 무능한 지휘관을 둔 수도 방어부대의 공분을 샀다. 수도 방어부대의 탈영 러시가 이어지는 가운데, 오세아누스는 반군의 유령 요원들에게 체포당하는 수모를 겪는다. 오세아누스의 체포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유령 요원의 지휘관 초웅수(Chowoongsu)는 유령 사관학교 시절 오세아누스의 동기였다는 소문이 있으나 확인된 바는 없다.

테란 연합 군사 역사상 처음으로 벌어진 방어 사령관의 생포라는 치욕에 분노한 엠비우스 총독은 코리알 의회 의원인 억대스킨(Eokdaeskin)을 수도 방어사령관 대행으로 임명한다. 수도 시티의 방어에 성공하면 정식 사령관에 임명될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었으나, 억대스킨은 전세가 유리하지 않다는 사실만은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수도 시티 외곽에 부대를 주둔한 억대스킨은 극단적인 수단이 아니면 시민 틈에 섞여 들어간 반군을 색출하기가 힘들다는 판단을 내렸다. 억대스킨의 선택은 수도 시티에 대한 무차별 화생방전이었다. 오세아누스와 마찬가지로 전투 경험이 없는 억대스킨이 아닌 참모장 홍그리우스(Hongrius)가 화생방전의 입안 및 실행을 담당했다는 설도 있음을 여기서 밝혀둔다.

억대스킨이 지휘하는 총독 직할 공성전차대는 화학탄과 저그 바이러스를 탑재한 포탄으로 반군의 주둔지로 예상되는 지역에 맹포격을 가하였다. 수도 시티에 생화학전을 감행하리라 상상하지 못했던 반군의 지휘부가 대혼란에 빠진 사이에, 방어태세를 완벽하게 갖추지 못한 반군의 진지들은 억대스킨의 불곰 대대에 의해 하나하나 격파되기 시작했다.

차츰 절망적으로 보이기 시작한 전세를 다시 뒤집은 것은 또 다시 유령 특공대, 그 중에서도 정보전을 담당하는 지누뷔끄(Jinubuick)였다. 총독 직할 공성전차대의 탄약고 위치를 알아낸 지누뷔끄가 설치한 C4 폭약 하나로 탄약고가 송두리째 날아간 것이다.

공성전차의 포격은 멈추었지만, 억대스킨이 보유한 불곰 대대의 공격도 약화된 반군들이 상대하기엔 버거워 보였다. 억대스킨의 불곰대대와 반군의 해병대가 시내 요소요소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가운데, 또다시 놀라운 사건이 벌어진다. 전장에서도 전투 지휘보다 외모 치장에 더 관심을 두는 듯 했던 억대스킨이 피로를 풀기 위해 방문한 스파에서 유령 특공대에 급습을 당해 생포당한 것이다. 여기에 유령 특공대의 활약상에 고무된 시민들이 총을 들고 민병대로 자원하면서, 사기가 떨어진 불곰대대는 지릴멸렬 패퇴하고 만다.

수도 시티는 결국 반군에 의해 점령당하였다.

엠비우스 총독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듯 하였다. 반군 격멸은 커녕, 난공불락이라 여겼던 수도 시티까지 상실하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테란 연합으로 영전할 때 가져가기 위해 내곡 탄약고에 보관하던 금괴를 날린 것은 더욱 뼈아팠다.

그 동안의 교리와는 전혀 상반된 전술을 예측할 수 없게 구사하는 반군의 유령 특공대를 제거하지 않으면 앞으로의 전투에서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생각한 엠비우스 총독은 가장 신임하던 부대를 동원하기로 결정한다. 테란 연합의 최정예 비밀 부대인 알파 검사대는 총대신 프로토스의 기술을 도입하여 개발한 광선검을 무기로 테란 연합의 적을 암살하는 데 투입되곤 한다. 흔히 최고의 특수부대로 알려진  유령 요원들도 알파 검사대 앞에서는 속수무책이기 마련이다. 초웅수와 지누뷔끄가 자신들이 핵무기로 무장하고 있으며, 알파 검사대가 동원된다면 주저하지 않고 핵을 사용하겠다고 경고한 것은 그만큼 그들도 알파 검사대를 두려워한다는 뜻이 아닌가. 게다가 핵이라니, 반군이 핵탄두를 소유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총독의 지시를 받고 출동한 알파 검사대는 유령 특공대의 주둔지를 급습하여, 진지를 방어하고 있던 소규모 유령 부대 요원들을 제압한다. 심한 부상을 입었으나 숨은 끊어지지 않은 유령 요원에 대한 심문을 진행하고 있던 알파 검사대의 팔목에 찬 가이거 경보기가 엄청난 소식을 차분한 여성의 목소리로 전했다.  "핵무기 발사가 감지되었습니다(Nuclear Launch Detected)."

대피하기에는 이미 늦었음을 안 알파 검사대 요원들이 공포에 질린 눈으로 바라보는 가운데, 전술 핵미사일은 서서히 하얀 꼬리를 끌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러나 핵미사일은 알파 검사대의 위치를 지나가 멀리 북쪽으로 날아가는 것이 아닌가.

초웅수가 발사한 핵 미사일은 엠비우스 총독의 요새를 살짝 벗어난 산악 지대에 낙하하여 버섯 구름을 일으켰다. 요새가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는 않았으나, 방사능 낙진으로 인한 장기적인 간접 피해가 얼마나 될지는 쉽게 가늠할 수 없었다.

초웅수가 실제로 핵미사일을 가지고 있었고 실제로 사용하기까지 했다는 사실에 얼이 빠진 엠비우스 총독에게 무전이 걸려왔다. 어떻게 알았는지 초웅수가 총독 전용 주파수로 연락을 한 것이다.

"우리에겐 아직도 핵미사일이 남아있다. 우리를 건드리지 마라!"

수도 시티를 함락시킨 지금, 반군은 전력을 가다듬은 후에 코리알 전역에 주둔한 총독군에 대한 일제 공격을 감행할 것이다. 총독군이 그 전투에서 패한다면, 총독을 축출하고 테란 연합에서 독립하기 위해 요새에 대한 직접 공격을 해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초웅수가 또다른 핵미사일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을 이제는 무시할 수 없다. 지금까지 한 짓으로 보아 향후 전투에서 전세가 불리하다면 거리낌없이  핵미사일을 사용할 작자임에 분명하다. 그렇다고 초웅수 특공대에 대한 직접 공격을 지속한다면, 지금 바로 총독 요새를 향해 핵미사일을 발사할 지도 모른다.

알파 검사대를 과연 철수시켜야 하는 것일까? 엠비우스 총독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꼼수 크래프트는 제5편 총독의 역습에서 계속됩니다.>

* 덧붙이는 말 및 약간의 해설 *

1. 초웅수 특공대의 활약상이 널리 알려지면서, 변드보르(Byundbro)라는 이가 본인이 총독군측 유령 요원이라 주장하면서 스스로 유령 특공대를 구성하여 반군에 대한 공격을 실시했다는 얘기가 있다. 그러나 변드보르가 실제로 전투에 참여하였는지, 참여하였다면 실제로 올린 전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변드보르가 실제로 유령 요원으로 훈련받았다는 기록도 확인할 수 없었다.

2. 초웅수 특공대와 민병대는 조울즈마(Joulsma)라는 암호를 사용했다고 하는데, 그 뜻이 무엇인지는 명확하게 밝혀진 바 없다.

3. 전쟁에서 유령 요원들을 활용하는 것을 어떻게 평가해야할지에 대해서는 역사적으로 많은 대립되는 의견이 있다. 유령 요원의 선발 및 훈련 과정에 대한 논란은 물론이고 전투에서 제네바 협약을 무시하는 유령 요원들의 전투 교리가 그 원인이다. 때문에 유령 요원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온 총독군과는 달리, 반군쪽에서는 유령 요원의 활용이 드물었던 것이다. 수도시티 공략작전  "그레이트 빅엿"을 입안 수행한 초웅수는 전면에 나서 활동한 첫번째 반군측 유령 요원이라 하겠다. 다행히도 초웅수는 자신의 활용도와 평화시에는 오히려 해가되는 존재라는 단점을 아직까지는 명확하게 인식하고 행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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