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부식은 왜 그랬을까

2011.12.31 10:59

푸네스 조회 수:1833

뭐 문부식이 워낙 유명한 사람은 아니니 보통 사람들은 그저 진보신당에도 꼰대가 하나 있구나 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걸로 보이지만, 사실 저는 이 뉴스를 보고 약간의 충격을 먹었어요.

하필 문부식일까. 문부식은 미문화원 방화사건으로 80년대 운동권의 전설적인 인물이기도 하지만, 이후 그의 전향으로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게 되지요. 


운동권 내부에서는 문부식을 신지호 같은 사람보다 더 나쁜 배신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처럼 보이는데, 그런 이유는 그가 당대비평에서 발표했던 글들, 즉, 소위 우리안의 파시즘론 때문이에요. 그는 국가주의나 어떤 대의의 이름들로 개인들을 사라지게 하고 그들을 폭력적으로 만드는 힘에 주목했지요. 그래서 그는 당시의 독재자들 뿐 아니라 학생운동안에서도 그렇게 국가주의적 파시즘에 의해 내면화된 어떤 폭력적인 생각들이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을 꾸준히 해왔어요. 제 나름대로 다시 해석하자면, 이 사람이 얘기하고자 하는건 사실 당시의 독재체제를 이끌던 사람들이나 김문수 같은 사람들이나 내면적으로는 비슷한 사람들이다. 맹목적 근대화와 권력을 둘러싼 욕망들 그런 것들이 내면화되어서 마치 대립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동전의 양면이었다 뭐 이런 이야기를 꾸준히 했던 사람들이지요. 김문수, 신지호 같은 사람의 존재와 최근의 김문수의 닭짓은 어쩌면 그러한 그의 논리를 뒷받침해주는 좋은 근거들이고요. 


이 분이 어떤 연유로 진보신당의 대변인이 되었는지, - 아마 홍세화 대표체제가 되면서 개인적으로 신뢰관계가 있어서 데려간 것이 아닌가 짐작만 해요 -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어쨋든 다른 그 누구도 아니고 어찌보면 운동이라는 이름 아래 정당화되었던 우리 운동 조직들의 꼰대들에 대해서 가장 비판적이었던 사람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가 이해가 안가요. 이건 마치 맨발의청춘님이 김문수 통화 내역을 여러번 반복 청취하신 후에 소방관들은 아무 잘못 없고 FM대로 했다고, 그들이 오히려 다른 얘기를 했다면 실망했을거라고 얘기를 했다가 갑자기 다음 날 아침에 다시 녹음을 들어보니 이 소방관들이 전화예절이 부족해서 이런 일이 생긴 것 같다고 말한 거랑 비슷한 상황이에요. 


개인적으로 이 분을 전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이 분의 실제 성향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어요. 아마 글로는 그런 얘기를 하면서도 실제 생활은 80년대 운동권들의 어떤 일상적인 권위주의가 뿌리깊히 박혀 있는 사람일 수도 있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된 이 분의 행위는 그동안 글로만 알고 있던 그의 주장과 그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아니 철저히 자기를 부정하는 행위라서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를 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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