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벽화마을에 대한 불편한 시선

2011.12.06 15:53

chobo 조회 수:4043

부산이 고향입니다.

부산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졸업때까지 부산에서 살았습니다.

 

대학생활을 서울에서 보내고 직장생활도 서울에서 시작하고 지금까지 살아온터라 부산은 경조사나 명절때 가끔 찾아가는 곳이 되었습니다.

 

해운대나 광안리, 용호동 부근은 많이 발전했지요.

헌데 수십년동안 개발이 전혀 안되고 있는 동네가 여럿군데 있습니다.

문현동, 좌천동도 그렇고 가야동 일대도 그렇지요.

 

고향친구들 이야기를 듣자하니 동네 담벼락에 벽화를 그렸답니다.

이른바 '벽화마을'이라고 불리는다는데요.

 

그저께 KBS 다큐멘터리 3일에서 부산 매축지 일대를 다뤘다고 합니다.

매축지는 말그대로 마굿간을 뜻합니다.

그곳에 가보면 일제 강점기때 지어진 마굿간 흔적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방송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 동네는 아직도 공동화장실이 있습니다.

문현동과 전포동 동네에도 있어요.

 

거기에 낙후된 주택들이 밀집된 모습.

그 동네 담벼락에 벽화를 그렸고 해서 '벽화마을'로 유명해졌다는데요.

 

 

 

저는 각하와 오세훈식의 마구잡이식 재개발 정책에는 분명히 반대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결론만을 도출하기 위해 과정성의 문제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그런 성과주의식 개발과정속에서 생존권은 우습게 여겨지는 실태에 뚜렷하게 반대합니다.

허나 재개발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에요.

올바르고 상식적인 과정을 거쳐서 다같이 살아가기 위한 그런 재개발이 진행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지요.

다만 그것과 대척점에 서있는 과정이 진행되니 문제.

 

부산은 정말 개발이 되는 곳과 안되는 곳이 너무나 극명하게 차이가 납니다.

가령 해운대 신시가지 같은 경우 요 10년 사이에 무섭게 발전되었습니다.

아파트 단지가 그득그득 들어섰지요.

 

반면 수십년째 전혀 발전이 없는 동네도 다수 존재합니다.

앞서 말한 전포동과 문현동 일대를 말하자면 그냥 그대로에요.

시간이 멈춘듯.

 

지역주민들도 재개발에 대해선 포기를 한 분위기입니다.

제 부랄친구들 부모님들이 아직 그 동네에 사십니다.

가끔식 부산에 갈때면 인사차 놀러가곤 하는데 한숨만 내쉽니다.

 

그나마 매축지는 재개발이 진행된다고 합니다.

문현동과 전포동 일대는 재개발 이야기가 나온지도 수십년째입니다.

 

가끔식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벽화마을에 와서 이곳 저곳 사진을 찍으면서 친구 어머님도 찍을라치면 역정을 내시는 편입니다.

재개발은 요원하고 그렇다고 시에서 주거환경 개선에 신경을 써주는 것도 아니고 기껏 담벼락에 벽화나 그려놓고 외지 사람들이 찾아와 사진이나 찍어가니, 여기서 사는 사람들 속타들어가는 거 아느냐고 한바탕 속풀이를 하십니다.

 

 

다큐멘터리 3일을 보는 어떤 사람들은 매축지 일대가 재개발이 되어 그곳이 사라지는게 안타깝다고 생각할진 몰라도

수십년째 방치(?)되고 있는 동네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과 상당한 괴리감이 있을 수 있어요.

 

부산의 재개발 정책은 정말이지 서울의 그것과 쌍벽을 이뤄요.

그 답답함을 고스란이 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사는 곳에 벽화가 뭔 소용이냐 싶어요. 친구 부모님들의 넋두리를 듣다보면.

 

한심한 시스템을 벽화로서 시선을 돌려보고자 하는 얕은 수라고 한다면 너무 냉소적일까요?

 

회사동료가 다큐멘터리 3일을 본 모양입니다.

"야, 아직도 공동화장실 쓰더라. 운치있던데? 옛날 생각나더라고"

 

예,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그런것에 운치는 커녕 한숨을 내쉴지도 모릅니다.

 

 

최민식 사진작가를 좋아합니다.

오랫동안 부산에서 많은 사진을 찍은 작가입니다.

사진을 찍기전 사진속 인물과 대화를 나눴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사진을 이해할 수 있을때 '사진'을 찍었다고 합니다.

벽화마을이 타지의 사람들에겐 생경하고 혹은 신기해보일지도 모릅니다.

사진을 찍기전 그 마을의 사정도 좀 알아줬으면, 관심을 기울여줬으면 하는 바램은 좀 과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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