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족분께선 직장이 멀어서 저보다 일찍 출근하십니다. 빠르면 여섯시 사십오분 쯤, 늦으면 일곱시쯤.

오늘은 여섯시 사십오분쯤에 집을 나서고 전 분명히 빠이빠이 인사하고 보냈습니다만. 10분쯤 후에 갑자기 현관문이 열리더니 그 분이 떡하니.

아무 말 없이 돌돌 곱게 말아 놓은 물건 하나, 꼬깃꼬깃 찢어진 물건 하나를 현관에 투척하고 순식간에 사라지셨습니다.

이게 뭔 일이여... 하고 현관에 놓인 물건을 보니...


보(...)


그리고 가족분의 깊은 빡침을 이어받아 옷 챙겨 입고 지하 주차장에 내려가 차 시동을 걸고 '으드득. ㅂㄱㅎ!!!'를 외치며 힘차게 출발한 저는 차 옆면을 기둥에 대차게...

견적 많이 나올까요. 훌쩍.



2.

그렇게 깊은 슬픔을 안고 출근한 직장에서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건 같은 교무실에 앉아 있는 아홉명 중 일곱명이 같은 이유로 스트레스 난조를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뭣보다도 사회 교사 두 분의 빡침은 저의 그것에 비할 바가 아니더군요. '5.16혁명'이라고 교과서에 떡하니 적혀 나올 날을 상상하면 충분히 이해가 가죠.

고등학생 때 국사 교사가 현대사 부분은 '여긴 그냥 들어라'라며 책 덮고 침을 튀기며 열변을 토하던 그 낭만적인(?) 추억이 재현될 수도.


그 와중에 수업을 들어간 반 맨 앞자리 하나가 비어 있었습니다.

얜 어디갔냐고 물으니 아파서 조퇴했다고. 그래서 '그래?'하고 무심코 바라본 빈 책상 위에 덩그라니 놓인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오길래 뭔가... 하고 보니



이런 센스 있는 녀석 같으니(...)



3.

대선 덕에 이번 주는 아이돌 잡담할 꺼리도 거의 씨가 말랐네요. 허허.

그래서 대신 게임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현실 도피엔 역시 자아 파괴와 과몰입 요소가 최고라죠.

덕택에 바이오 하자드(=레지던트 이블) 6편을 끝냈습니다.

정확히는 끝냄을 당했어요. 플레잉 타임을 20정도로 잡으면 17 정도 진행한 상황에서 세이브 에러가 나며 진행 불가. orz

이노무 디스크를 뽀사버릴까보다!!! 라며 디스크를 빼서... 얌전히 넣어두긴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다행입니다. 대선 개표 시작 전이었거든요. -_-

암튼 그래서 지금은 뒤늦게 언챠티드3을 하고 있습니다.


대선 후유증을 뭘로 극복하는지 묻는 글도 올라오고 그러던데. 전 걱정 없습니다. 이걸  끝내면 파판13-2를 하고 그걸 끝내면 맥스페인3을 마저 하고 그걸 끝내도 스팀 세일로 지른 게임들이 3개 소대 규모로 기다리고 있으니 정신 차리면 봄이 되어 있을 거에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과식과 게임 몰입. 상상만해도 건강한 겨울이 되겠...;



4.

권고 사직 1순위에 한직에 밀려나서 열심히 페이스북에 대선 소식을 올리던 mbc 기자 후배 녀석은 어제부터 아무런 소식이 없습니다.

공정택 당선 당시 전교조 불법 선거 운동 건에 걸려들어 재판 받고 얼마전 해직당한 선배형 역시 교육감 선거 결과에 좌절 중이고.

제가 학교에서 벌였던 자그맣고 사소했던 싸움도 슬슬 '망했음ㅋ' 으로 정리되어가는 분위기입니다.

이래저래 올 겨울은 많이 추울 것 같지만... 뭐 잘 되겠죠.


아까 어떤 듀게 글에서 읽으면서 공감했던 얘기인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역사는 아주 짧잖아요. '첫 정권 교체'라는 걸 해 본 것도 고작 15년 전의 일이고.

물론 지금 상황은 나쁘고, 앞으로 더 나빠질 가능성도 커 보이지만 괜히 국민-_-욕이나 하고 삐진 채로 사느니 차라리 대책 없는 낙관이라도 하면서 즐겁게 살아 보려구요.

그게 최소한 제 정신 건강엔 낫지 않겠습니까.

이러든 저러든 일단은 살아야 하니까요. 제 정신이라도 제대로 붙들고 버텨 봐야죠.



5.

여기저기 올라오는 '타워' 리뷰들을 읽다보니 그 바닥의 수작으로 빼놓을 수 없는 '분노의 역류' 얘기가 자주 나오길래 생각이 나서.



The show goes on, as the autumn's coming 
And the summer's all gone 
Still without you, the show goes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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