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라, 듀나


1. 애니메이션에는 애니메이션만의 미장센과 모션, 화법이 있습니다. 때때로 영화를 짝사랑하거나 애니메이션만의 화법에 한계를 느낀 이들은  이 짝사랑을 좀 지겹다 싶을 정도로 자신의 작품에서 반복합니다. 저는 이 악습의 대표적 사례가  오시이 마모루라고 생각 합니다.(그래서 공각기동대를 끔찍하게 싫어 합니다.)

콘 사토시 역시 자신의 작품들속에서 일관되게 그러한 짝사랑을 고백해 왔지만 그는 오시이 마모루 같은  스토커는 아니었습니다.

그는 애니메이션만이 할수 있는 이야기를 '그릴 줄' 알았죠. 대체 이걸 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나 싶었던 '퍼펙트 블루'조차도 현실과 악몽의 경계를 애니메이션만이

풀어낼수 있는 화법으로  훌륭하게 소화해낸 바 있습니다.


2. 과천 SF영화제의 공식 상영 마지막 작품은 2010년에 세상을 떠난 콘 사토시를 추모하며 그의 마지막 극장용 장편인 파프리카(제작도중 그의 사망으로 중단된 꿈의 기계가 공식적인 유작일겁니다.)를 상영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프로그래머님 말씀으로는 프린트 자체를 들여오는 것에서부터 꽤 어려움이 있었다고 합니다만 덕분에 굉장히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3.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 이야기를 하지 않을수 없을것입니다. 두 영화 모두 꿈에 침입한다는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도 상당히 다른 톤으로 영화를 진행시킵니다. 솔직히 인셉션의 경우 그 전 주에 구로사와 아키라 100주년 기념 특별전을 들락날락 하면서 7인의 사무라이, 요짐보,란, 천국과 지옥 같은 영화적 황홀경을 경험하고 난 다음에 보았던 터라 [요즘 애들 영화  막 만드네.] 같은 푸념만 했습니다.

파프리카는 전주에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을 보고 난 다음 [남의 동네 걱정 할 것은 아니지만, 하여튼 일본 애니메이션 이제 어쩌려고 이러냐...]같은 푸념을 하고 난 다음에 본 터라  더 재미있고 몰입감과 만족도가 높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4. 물론 영화의 만듦새가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클라이막스의 소동이 처리되는 과정은 손쉽고 안일하다는 생각마저 들고, DC미니라는 기계의 작동원리나 동력원도 수상쩍습니다. 하지만 이영화가 90분동안 안겨주는 시,청각적 쾌감은 거부하기 힘들어요. (영화를 보실 분들이라면 밑에 링크된 오프닝 영상을 보지 마시길 권유합니다. 저는 이장면을 굉장히 즐겁게 봤거든요. 자연스럽게 영화의 흐름속에서 보시는게 더 즐거울것 같습니다.)


(덧붙여서, 지금 다시 보니 이 영상의 오프닝 크레딧의 디자인은 제가 본것과 다르군요. 이것도 몇가지 버전이 따로 있는 걸까요?)

다시한번 그의 죽음을 애도 합니다.

그의 죽음은 단지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정체를 의미 할뿐 아니라 그의 작품을 더이상 만나지 못하게 된 관객들의 비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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