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로 달려다가 길어질듯 해서 따로 뽑아 써봅니다. 제가 얼마전에 커피 중독자라고 고백(?)한 전과도 있고 해서..


오늘은 일요일, 집에서 커피 두잔 마시고 나갈때 한잔 싸들고 나가 다 마셨습니다. 세잔 정도면 괜찮지? 싶지만.. 투샷 기준이니.. 평범하게 계산하면 여섯잔 분량이죠. 덕분에 아직도 잠이 안오고 말똥말똥합니다.


어떤 머신을 사고 어떤 커피를 마셔라.. 라고 추천 드리기 앞서, 평소 제 지론인 "모든 문제는 다 돈문제이다.."라는 데서 글을 시작해 봅니다.


커피, 이거 좋은 겁니다. 정신도 맑아지고 힘도 나고 과하지만 않으면 암이나 심장병 예방에도 좋다죠. 근데.. 카페인 부작용을 논하기에 앞서 커피를 물마시듯 들이키면 돈이 참 많이 듭니다.


제일 저렴한 대안은 인스턴트 커피를 블랙으로 타서 마시는거죠. 이정도면 돈이 많이 안듭니다. 게다가 맛도 별로라.. 많이 먹게 되지도 않아요.(응??) 하지만 연애나 키스를 글로 배우는 것처럼.. "야, 형이 커피 좀 마셔봤는데..그거 별거 없어. 쌉싸름하고 마시면 잠깨고 그런거야.. " 이렇게 될 공산이 크죠. 뭐.. 그래도 인생에 별 문제는 없습니다. 게다가 가끔씩 고된 산행길에 한잔 꺾는 커피 믹스는 다른 어떤 커피보다도 진하고 맛이 좋습니다. (그러니까.. 산에서 말이죠. 산에서..)


그러다가 커피 전문점 커피로 커피에 눈을 떠버립니다. 아니면 마테한잔님 처럼 편의점 캡슐커피에 뜰수도 있죠. 뭐를 마셔도 맥심이나 테이스터스 초이스보다는 낫습니다. 원두의 신선도가 어쩌고 산미가 어쩌고를 떠나.. 스벅이나 커피빈 정도면 훌륭합니다. 아메리카노도 좋지만 카페라떼나 에스프레소 마끼아또도 괜찮죠. 한잔이 두잔되고 두잔이 세잔되면 어느샌가 밥값보다 커피값이 더 나오는 현상이 생깁니다. 에쏘보다는 역시 프라푸치노야, 아니지 캬라멜 마끼아또야.. 라고 하시는 분들은 사실 중독될 가능성이 없으시구요. 아메리카노는 배가 불러서 에쏘를 하루에 서너번씩 더블샷으로 마시기 시작하면 고민이 생깁니다. 커피를 끊고 담배를 시작할까?? 하고 말이죠. 하지만 커피와 담배는 찰떡 궁합이라는거..


그래서 지하철 커피도 마시고(한잔에 천원..) 버거킹이나 맥도날드 커피도 마시고..(역시 천원..) 조금 값이 싼 중저가 커피 전문점도 찾아봅니다.(아메리카노 기준 2,500원 정도죠. 프라빈, 자쓰, 이디야 같은..) 번거롭지 않고 뒷처리도 신경 안써도 되고.. 다 좋지만.. 역시 맛이 못미치면 그것도 문제요. 집에 있을때는 나가기가 귀찮아집니다.


그런 분들이 드립도 하시고 모카포트도 하시고 반자동 에쏘 기계로 넘어가셨다가.. 종국에는 저처럼 캡슐 머신을 지릅니다. 돌체구스토가 가장 접하기 쉬운 머신이지만.. 제일 캡슐의 버라이이티(라고 쓰고 간지라고 읽는다..)가 좋은 건 네스프레소요. 맛이 좋기로 자자한 건 일리 머신이죠. 그런데.. 이 캡슐 머신도 역시 유지비가 만만치 않죠. 투샷은 마셔야 하는데.. 투샷이면 거의 이천원.. 그냥 나가서 먹는거나 큰 차이가 없는게 문제입니다. 물론.. 카페인 중독자가 아니면 원샷으로 만족할 수도 있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원두만 넣어주면 갈아서 에스프레소를 내려주는 자동 머신에 정착했습니다. 해외직구라는 복불복 찬스를 거쳐야 하지만.. 50만원 내외면 자동 머신 한대쯤 장만할 수 있구요. 원두는 역시 아마존에서 900그램 한봉지에 대략 2만원 내외 주고 사먹습니다. 그게 제일 경제적인 대안이더라구요. 맛도 쓸만합니다. 원두가 신선해야 하고.. 볶은지 일주일 이내여야 하고.. 이런 이야기는 주로 드립커피 쪽의 이야기고 에스프레소 베이스 커피는 유통기한이 매우 깁니다. 그리고 어차피 자동 머신 쓰는 입맛이라 그렇게 민감하지도 않아요. 진하고 부드럽고 강렬한 맛에다가 카페인 듬뿍이면 끝이죠. 다만.. 이쪽도 원두 성향이라는 게 있어서 자기한테 맞는 원두를 찾는 시행 착오의 과정은 좀 필요합니다.


아.. 쓰다보니 참 긴 글이 되었네요. 읽어주신 분들께 미리 감사드리구요.


한줄로 요약하자면.. 자동 머신에 아마존 원두 조합이 최강이다. 이구요.. 한방에 이렇게 가면 역시 연애를 글로 배우는 것과 다를바 없으니 나름대로의 시행 착오를 거쳐서 스스로에게 맞는 커피 라이프를 즐기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인생에서 커피가 빠지면.. 무슨 낙으로 살까 싶은 카페인 중독자의 넋두리, 또는 회고.. 또는 오지랖??? 이었습니다. 휴일 끝나고 월요일이네요. 다들 행복한 한주 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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