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나게시판에서 이것저것 보다가

심오한 시각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는지라

생각 나는 이야기라 봐야, 교과서에서 나온 이야기 정도라서, 그런 이야기로 몇 마디 올려 봅니다.


중학교 교과서던가, 고등학교 교과서던가 보면,

"문화 지체 현상" 이라는 게 나오는데,

물질 문화의 변화 속도에 비해, 비물질 문화의 변화 속도가 뒤쳐지는 현상이라는 겁니다.

사회의 갈등이 일어나는 전형적인 한 형식으로 미국 학자가 주장했다고 하는데:


1) 못먹고 못살았던 60,70년대에는 밥한끼 술한잔 공짜로 얻어먹는 것 자체가 큰 즐거움이었기 때문에

회사에서 삽겹살 사주면서 다같이 소주 마시는 회식이, 일단 참여율 높고 즐거움 높아지기 쉬운 것이었는데,

요즘에는 다들 경제력이 밥한끼 얻어 먹는다는게 그렇게 귀한 가치를 갖지 않는 정도로는 발전했고

그래서 그냥 공짜밥이라는 것 자체만으로는 그렇게 즐거움이 높아질 이유가 없습니다.

- 그런데도, 이미 쉽게 바뀌지 않는 풍습, 풍속으로 굳어져 바뀌지 않기 때문에 삼겹살에 소주 마시는 회식이 계속 옛날 방식으로 이어지면서 구성원이 옛날 직원들처럼 반응하기를 기대하니, 부작용이 생긴다...


뭐 이런 거라든가, 듀나님께서 99년 4월자로 역화낙서판에 올린 글에 보면,


2) 조선시대에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으로 "예의"에 목숨을 걸었는데,

그때 목숨 걸던 예의는 신분제, 농경 사회에서 어울리는 예의인데 비해서

요즘은 사회가 현대 상업 사회로 급격히 바뀌었으므로,

그때와는 달리 평등한 사람간의 예의, 잠깐 만나는 낯선 사람간의 새로운 예의가 훨씬 중요합니다.

그런데, 문화로 정착된 옛날 동방예의지국식 문화는 쉽게 바뀌지 않는 풍속이 되어 변화가 적고 느립니다.

- 그래서 예의, 예절을 많이 따지는 사회 분위기는 답답하게 남아 있으면서도, 거리에서, 영화관에서 무례한 사람은 어째 눈에 더 자주 뜨이는 부작용이 생긴다...


남녀 평등에 관한 문제를 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3) 기술 발전으로 남녀간의 능력차이가 소멸되는 부분이 많아지고,

현대로 오면서 여자의 경제적 능력은 향상되어 가는데,

그에 비해, 남녀의 역할, 문화 속의 행동에 대한 관념, 풍습이 바뀌는 속도는 훨씬 더 느립니다.

- 그래서 여러가지로 부작용이 생긴다...


이런 식으로도 갖다 놓는 것들 어디선가 읽은 듯 합니다.


그런 저런 생각 하다 보니까, 최근에 북한글 리트윗 때문에 조사 받는 이야기 같은 것들도,

물질 문명의 변화 속도는 빠른데, 당국이 갖고 있는 단속에 대한 당국 사람들의 문화적인 관점은 너무 느리게 변화하기 때문에

우스꽝스러운 일들이 생긴다, 이런 일들도 생각 나고.


좀 더 극적인 사례로는 또 어떤 일을 꼽을 수 있을까 하는 것도 생각해보게 되고 그렇습니다.


뭔가 건설적인 글로 마무리 하려면,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문화 지체 현상의 신호로 이러이러한 것이 보이는지 주의하면서 살면서,

문화 지체 현상이다 싶은 것을 직접 맞닥뜨리게 되면, 마음 단단히 먹고, 유의해서 저러저러한 식으로 대응하려고 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재미난 팁을 이야기하면서 결말을 내야 할텐데,

(예를 들어서 기본적으로 인간이 약간은 급진적인 변화를 수용하려고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태도를 가져야 그게 사실은 중간은 가는 거다라는 태도로 살아야 한다... 거나)

그럴싸한 답도 없고 결말도 없으니 좀 헛헛합니다.


갑자기 뭔가 확 답답한 기분도 들고 그렇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43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8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617
24 테니스 좋아하시는 분들 혹시 호주 오픈 보시나요? [6] 쥬디 2015.01.29 1362
23 인증(부제 : 저 이상한 사람아닙니다) [30] chobo 2014.12.31 2898
22 밤에는 아가씨(구체관절인형바낭) [2] Kovacs 2013.10.26 1346
21 이런 젠장, 근로자의 날에 출근이라니. 다들 쉬는데 나랑 팀장만 출근이라니, 이런 젠장. [19] chobo 2013.05.01 3053
20 [바낭] 방금 끝난 TVN 지니어스: 게임의 법칙 잡담 - 1화 결과 스포일러 있습니다 [9] 로이배티 2013.04.27 2695
19 [푸념] 오늘은 기분이 좀 그래요 [14] 오늘은익명 2013.04.07 2827
18 엄청 바쁜척 하며 쓰는 근황 바놩 [12] 러브귤 2013.02.01 2275
17 26년 보고왔습니다. 스포만땅 'ㅁ' [1] 바보마녀 2012.11.29 1468
» 교과서적인 이야기 - 삼겹살에서 극장예절까지 [12] 곽재식 2012.10.12 2244
15 바낭)오늘 꼭두새벽 부터 지금까지 한페이지도 안넘어가네요 [8] 가끔영화 2012.02.18 1838
14 외교통상부 공무원도 토요일엔 쉬어야지요? [7] 이코 2011.12.22 1968
13 현아는 벌써 200만, 제가 요즘 깔때기를......, GD+TOP 의 OH YEAH 일본판 MV [2] @이선 2011.12.04 3218
12 듀나분들이 생각하는 연애의 세가지 조건은? [12] 쏘맥 2011.11.26 3179
11 이번 주 내내 전 미래를 생각하며 즐거울것 같습니다. 노후를 대비해 투자를 했거든요. [4] chobo 2011.10.19 2307
10 오늘 위대한 탄생2 + 브라운 아이드 걸스 신곡에 대한 짧고 시시한 잡담 [7] 로이배티 2011.09.24 2771
9 [바낭] 나가사끼 짬뽕 득템 / 더 뮤지컬 1회 / 소녀K 잡담. [6] 로이배티 2011.09.03 2739
8 [주의] 원링스팸! [2] DIC 99 2011.09.02 1781
7 [자동재생] 이거 다 먹을 수 있는 분?ㅎ [3] 자본주의의돼지 2011.07.23 1627
6 빈센트 가끔영화 2011.06.11 1009
5 [바낭] 교감쌤과의 면담 후기... [4] 나오 2011.06.04 289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