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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Belgium) 북서유럽에 위치한 입헌군주제 국가. 네덜란드어, 불어, 독일어 사용.

[A Letter To Belgium]은 벨기에에 살고있는 연인, 친구, 가족 혹은 자기 자신에게 편지 형식으로 쓰는 공연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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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가 2003년이었나? 상암 구장에서 본 야외 오페라 투란도트말이야.

입장권 금액이 최대한 맞춰봐도 B석조차 150,000원이나 했기에 학생 신분인 우리에겐 상당히 부담스러웠지만

망설이지 않고 예매를 했었지. 너나 나나 선뜻 그 금액을 주고 보러가겠다는 생각을 할 만큼 우리가 오페라를

좋아하던 사람은 아니었지만 직감적으로 이 공연은 꼭 봐야 해! 라는 결정을 내렸던 것은 아마도

야외라는 격식이 해체되는 장소에서 격식 그 자체의 예술인 오페라가 펼쳐진다는 일탈의 기대감 때문이었을 거야.

 

기억해? ‘투란도트의 클라이막스에서 칼리프 왕자의 ‘Nessun Dorma’가 흐를 때,

우리의 두 눈에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는 거. 비극도 아니었고 오히려 자신의 승리에

도취된 왕자가 부르던 기쁨의 송가였는데. 그때 고개를 돌려 너를 보았어.

옆에 내가 있다는 것도 잊은 너는 투란도트에 몰입되어 눈물을 흘리고 있었지.

너는 분명 그렇게 감정을 잘 표현하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그 드넓은 공간은 밤으로부터 발생하는 일체의 어둠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이 환한 빛으로 꽉 채워졌고,

웅장하게 울려 퍼지던 생생하고 청명한 소리에서 오는 압도적인 분위기와 밤하늘을 거슬러 올라가는

수많은 음의 윤무로 가득했어.

 

우리가 그날 본 것은 '투란도트'라는 오페라가 아니라 음악의 위대함이었고 그것을 목격한 감동의 순간에

음악가 하나가 되어 눈물을 흘리고 말았던 것 같아.

나는 아직도 그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고 여전히 가슴이 벅차올라.

 

-

 

잠비나이라는, 홍대에 위치한 벨로주라는 카페에서 이 밴드의 단독공연을 보고 왔어.

잠비나이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의 이일우(기타, 피리, 태평소, 생황), 김보미(해금), 심은용(거문고)으로

구성된 3인조 밴드야. 굳이 설명하자면 국악적인 요소에 포스트록, 실험적인 사운드를 함께 연출하여

들려주는데 특정 장르보다는 잠비나이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가고 있는 뮤지션이라고 하는 게 더 맞을 것 같아.

   

이 공연은 카페 벨로주의 기획이라고 알고 있어. , 밴드나 레이블에서 만드는 공연이 아니라 공연 장소에서

기획을 하여 만드는 거지. 벨로주의 대표이신 박정용 님의 어떤 각오가 담겨있다는 생각도 들어.

애초에 벨로주를 오픈하였을 때부터 음악 장사가 아닌 덜 알려진 좋은 음악을 널리 알린다.’는데 그 취지를 둔

공간이라는 인터뷰 기사를 본 적이 있었거든. 

 

잠비나이는 무척 훌륭한 밴드이지만 단독으로 공연을 만들어낼 때 거두어질 인지도에서 오는 경제적 성과가

그리 높지 않기에 상업 공간에서 이런 기획을 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리스크를 감수한다는 의미이니까.

정성과 진심은 통하는 걸까? 다행히도 비까지 쏟아지는 토요일이었지만 예매 인원을 넘어서 현매 관객도

꽤 많이 왔고  공연 분위기도 몰입도 높은 진지함에 행복한 분위기가 넘치는 공연이었어.

 

벨로주의 무대 맨 앞자리에 앉아 제일 먼저 본 것은 거문고 연주자인 심은용님이 바닥에 앉아 연주할 장소였어.

잠비나이 공연을 볼 때마다 늘 나는 심 은용님의 연주 공간이 신경이 쓰였어..

클럽 무대라는 것이 청소를 한다 해도 쾌적하다고는 할 수 없는데 악기 특성상 무대에 앉아서

연주를 해야 하는데 돗자리를 깔아준다든가하는 어떤 보조 장치 없이 그냥 바닥에 앉아서 연주를 한다는

늘 신경이 쓰였는데 벨로주에서는 심은용님을 위해 따로 무대를 하나 더 만들었어. 이런게 정성이고 진심이지.

꼭 그런 준비된 무대가 아니더라도 마땅히 기획할 때 아티스트를 위해 준비해야하는 부분임에도 다른 공연에서는

그런 것을 볼 수 없어서 아쉬웠거든. 역시 벨로주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부분이었어.

모두가 벨로주처럼 행동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이런 의식들에 의해 우리는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

 

공연은 시종일관 진지하고 아름다웠어. 잠비나이도 행복해보였고. 준비된 볼거리도 많았는데 특히 공연 처음과 끝에

잠비나이의 소멸의 시간’ MV 시사회를 했는데 굉장했어. 잠비나이의 음악을 무척 좋아하시고 잘 이해하시는 분이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 고전적이면서도 파격적인 연출은 그 무엇보다 대단했어.

공연 중간에는 1차연커버의 사진에 사용된 장미꽃잎 말린 것을 작은 유리병에 담아 팬들에게 선물하기도 했어.

 

 

 

 

이일우씨가 행복해보여서 또한 좋았어. 이일우 씨는 2007년에 처음 본 스크리모 하드코어 밴드 ‘49몰핀즈

리드기타이신데 생각해보니 근 6년 여가 넘게 잠비나이까지 이 분의 음악 인생의 일부를 지켜보고 있는 거네.

십년은 거뜬하게 채울 것 같아서 흐믓해이일우씨는 시종일관 관객들에게 고맙다며 이렇게 많이 와주실 줄 몰랐다며

감사하다했는데 감사한 건 우리야. 관객 숫자가 밴드 멤버보다 적은 무대에서도 공연해왔고 관객이 너무 조금 왔다고

공연장 관계자에게 싫은 소리도 들어봤다며 웃으면서 얘기하는데 내가 더 고맙고 감사했어.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은 이 곡, 이 곡의 제목은 ‘connection’이야. 카메라를 갖고 갔는데 위치 상

해금연자자 김보미 님의 모습을 잘 찍을 수가 없었어. 그래서 대신 김보미님 중심으로 영상을 촬영했어.

외장 마이크 없이 그것도 곡 초반 일부는 잘렸지만  꼭 들어보길 바래.

연결이라는 의미의 ‘connection’. 나는 이 곡이 잠비나이 음악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에 닿아있다고 생각해.

잠비나이의 음악은..., 이것을 어떤 식으로 설명해야 할까...

 

 

 

그래, 최근 집중해서 듣고있는 ‘No Resfect For Beauty’와 함께 설명하면 좋을 것 같다. 

나는 이들의 음악에서 문득 잠비나이를 느꼈어. 분류하자면 포스트록에 속하는 같은 범주 안에 들 수 있는

음악이겠지만 이쪽은 이펙터와 일렉 기타와 드럼으로 구성된 전형적인 3인조 일렉트릭 록 밴드이고

형식적인 표현 방식이 전혀 다른 뮤지션들이지.

 

그럼에도 같은 무엇인가를 느꼈다는 것은 절망과 슬픔’에 대한 해석이야.

두 감정을 보다 객관화하여 인문학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게 '잠비나이'와 '노 리스펙트 포 뷰티'의

음악이지.

 

어둠 속을 걷고 있는 두 사람이 있다면,

 

잠비나이의 음악은 어둠 속에 내가 여기 있고 당신은 거기에 있어 우리가 서로 어디에 서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함께 한 방향으로 걸어가고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된다는 체념 속에서도

작은 온기를 느낄 수 있는, 부서질 것이라는 알고있으면서도 끊임 없이 도전하는데서 오는

안타까움과 그 한계를 극복하려는 의지와 슬픔, 그 삶의 위로에 대한 노래라면

 

노 리스펙트 포 뷰티의 음악은 어둠 속을 걷고있는 두 사람 사이에는 높은 벽이 있고 그 만져지는 벽을

넘을 수 없다는 것에서 오는 절망감과 그럼에도 한 방향을 향해 걸어가고있다는 모순감에

더욱 가슴을 치게하는 절절함이 배어있는 음악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음악적 온도는 좀 더 차갑고

냉철하다는 느낌도 주고.

 

안타까운 것은 그래서 잠비나이의 두 사람은 결국 못 만나게 되지만, 노 리스펙트 포 부티의 두 사람은

그럼에도 언젠가는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일말의 희망이 느껴지는 음악이라는 거.

 

소리의 외골수들이 모여 음악을 들려주고 장인정신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공연을 만들었으니

이 날의 공연은 감동 그 자체였어.

 

Connection의 김보미 님의 해금이 흐를 때, '아, 이렇게 또 우리는 맞닿을 수 없는 곳에서

서로를 그리워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저절로 눈물이 흘러내렸어.

혼을 담아 연주하는 연주자들이 만들어 내는 소리가 잘 다듬어진 공간을 채워나갈 때

그 소리에 공명한 이들 중에 어느 누가 눈물을 흘리지않을 수 있을까.

 

 

                                                                                          - 2012. 4. 23. 어느 밤, 한 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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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 일자 : 2012.4.21.(토) 오후 7시

- 공연 장소 : cafe_Veloso http://www.veloso.co.kr/

- 아티스트 : 잠비나이 http://cafe.daum.net/jambinai

- 글, 사진, 영상 : 한 선우 / 싸이키델릭 팩토리 http://club.cyworld.com/indiefan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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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페라 '투란도트' _ Nessun Dorma (공주는 잠 못 이루고 / 모두 잠들지말라)

 

 

 

 ■ 노 리스펙트 포 뷰티 No Resfect For Beauty _ I Am A Shad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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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을 가르고 무지개처럼 날아다니며 모두가 갈망하는 환상.아침이면 사라졌다가 밤이면

태어나는것은?" 라는 첫번째 수수께끼는에 왕자는 답한다.

 

"희망"---------

----------------------------------------------------- 오페라 '투란도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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