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메인 스토리 + 대문자로 표시되는 중요 미션들 위주로 플레이해서 클리어했습니다. 플레잉 타임은 확인을 안 해 봤지만 추석 연휴부터 지금까지 하루에 두 시간씩은 했으니 거의 30시간 정도는 한 듯 싶네요.


1. '슬리핑 독스', '져스트 커즈', '세인트 로우' 등등 많은 오픈 월드 게임들이 GTA 시리즈를 모델 삼아 각자의 개성을 덧붙이며 나름대로 인기를 끌어오고 있습니다만. 역시 본가 원조 오리지널 대표 게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케일과 완성도 면에서 급이 다르다는 느낌적인 느낌. 시나리오, 연출, 게임 플레이, 음악, 그래픽, 세세한 세계관 구축 등등 거의 모든 면에서 압도적이었네요. 앞 부분에 언급할 게임들을 모두 플레이해봤고 또 다들 재미있게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GTA가 더 셉니다. 짱 쎄요. -_-;;


2. 뭣보다도 출시된지 7년된, 램 512메가짜리 구닥다리 기기에서 이런 규모와 디테일의 오픈 월드를 구현하면서 이 정도 그래픽과 안정적인 프레임을 뽑아냈다는 게 놀랍습니다. 기기 특성이 전혀 다른 엑박과 플삼으로 거의 균일하게 만들어냈다는 걸 생각하면 더더욱 대단하구요. 'UFO를 주운 듯'이란 표현이 아주 잘 어울려요. 

 아. 물론 그냥 이 게임의 그래픽 자체만을 뚝 떼어 놓고 평가하자면 구립니다. 상당히 그러하죠. 그래서 많은 유저들이 얼른 PC판이 나오길 고대하고 있기도 하구요. 하지만 위에도 적었듯이 이딴 하드웨어에서 그 정도 퀄리티를 뽑아낸 건 참 대단한 일이고. 덧붙여서 미술 디자인이 아주 잘 되어 있어서 가끔씩은 감탄하며 구경할만한 장면들이 튀어나오기도 합니다. 대단대단.


3. 위에서 칭찬했지만 사실 시나리오 자체는 그냥 평이한 갱스터물의 전형적인 스토리를 따르고 있습니다. 주인공 셋으로 한 시간쯤 플레이해 보고 나면 앞으로의 전개와 엔딩까지 다 그냥 예상이 되죠. 하지만 캐릭터들이 생생하게 살아 있고 대사빨이 찰지 좋아서 스토리 자체가 좋아 보이는 효과가 있더군요.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인물들의 감정들도 좀 오락가락하고 어떤 갈등은 너무 쉽게 풀려버리기도 하고 또 가끔은 그냥 '중간 생략'하고 팍팍 튀면서 흘러가는 사건들도 있고... 해서 뭐 마스터피스급의 시나리오는 아니기도 합니다. (칭찬을 하는 거냐 까는 거냐;;)


+ 엔딩은 막판에 플레이어가 내리는 선택에 따라 세 가지로 나뉘는데, 그 역시도 모두 전형적인 결말이지만 그래도 볼만 합니다. 참고로 뭘 고르든 나머지 두 결말도 '미션 다시 하기'를 통해 확인해볼 수 있으니 부담 없이 원하는 걸 고르시길.


4. 개인적으로는 자동차를 운전할 때의 조작 감각이 전편보다 많이 쉽고 쾌적해진 게 가장 좋았습니다. 4편에서 가장 크게 느꼈던 단점이 바로 운전이었거든요. 맨날 지나가는 자동차 훔쳐 타고 다니는 게임인데 운전이 지겨워서 맨날 택시만 타고 다녔었습니다. -_-

 그리고 주인공 세 명을 번갈아가며 플레이하는 시스템도 아아아아주 맘에 들었습니다. 덕택에 오래 플레이하면서도 질리지 않는 것도 있었고. 또 다  함께 투입되는 미션들에서 셋이 역할을 분담하고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는 느낌을 제대로 살려주는 게 좋았어요. 예를 들어 트레버로 헬리콥터를 몰아 마이크를 작전 구역에 투입하고 난동을 부리는 마이크를 원거리에서 프레데릭이 저격으로 지원한다는 식으로 말이죠.


5. 그리고 한글 자막!!! 락스타의 전작 '맥스페인3'이 출시 되고 나서도 하아안참 뒤에 한글화가 되면서 사람들이 혹시나... 하고 기대했지만 정말 되리라곤 꿈에도 생각 못 했던 한글화!!!

 애초에 영어 자막도 존재하지 않는 라디오 방송들의 경우를 제외하면 정말 거의 모든 내용들이 다 충실하게, 그리고 번역의 질도 준수하게 한글화가 되었더군요. 아주 만족하면서 플레이했습니다.

 부디 이번 5편이 무진장 많이 팔려서 락스타가 앞으로도 쭉 한글 자막을 만들어 주길 아주아주 간절하게 빕니다. ㅠㅜ


6. 마지막으로 야심차게 런칭한 GTA 온라인은... 글쎄요. 일단 버그가 너무 많아서 뭐라고 평가가 불가능합니다. 시도는 해 보았는데 캐릭터 만들고 성의 있는 인트로 봐 준 다음에 뭣 좀 해 보려는 순간 바로 게임이 멈춰 버려서. ㅋ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플레이 중인 의지의 게이머들이 많이 있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일단 시스템이 안정화 된 후에야 평가가 가능할 것 같아요.

 ...라지만 냉정히 말하면 이미 답은 나온 거죠. 아무리 '패키지만 구입했으면 공짜' 인 보너스 격의 온라인이라지만 이렇게 심각한 버그가 이렇게 많아서야 좋게 평해줄 수가; 


7. 암튼 이제 숨겨진 미션들 찾아서 플레이하고 영화나 티비 프로 못 본 것도 다 챙겨 봐야 하는데. 아무리 재밌게 했어도 일단 엔딩을 보고 나니 의욕이 급하락해서 언제 그걸 다 해 볼진 모르겠네요. ㅋ


8. 기타등등

- 미션 난이도는 쉽습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총질이 아주 쉽거든요. 가끔 비행기, 헬리콥터 조종 미션이 깊은 빡침(...)을 전해주긴 하지만 그래도 어쨌거나 어렵지 않아요. 혹시 난이도가 걱정이시라면 걱정 접어 두시고 얼른 구입하세요. <-

- 스티브 잡스 유족들이 제작진을 고발하고 싶어질 것 같은 미션이 하나 있죠. 역시 미쿡은 풍자 쪽으론 가차 없습니다;

- 티비 프로들도 볼만합니다. 좌파 까는 프로, 우파 까는 프로, 그냥 미국 전체를 싸잡아 까는 프로도 있고 제작진이 모두 까기 인형인갑다 싶더군요.

- 이미 유명한 얘기지만 게임 내 주식 시장을 보면 삼성 패러디 기업이 등장합니다. 근데 설명이 대략 '아이프룻(...)에서 뭐 내놓기만 기다렸다 베끼는 것 말곤 하는 일이 없는 회사' 라는 식으로 나와서 GTA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욕을 먹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위에도 적었듯이 애플과 페이스북은 더 살벌하게 까이니까 뭐...;

- 마이크 가족들은 죄다 총으로 쏴 버리고 싶었습니...;

- 특별한 성과도 없는 무의미한 플레이를 좋아하지 않아서 시민들이나 경찰을 학살하며 난동을 부리거나 하는 막장 플레이는 하지 않았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레버라는 캐릭터는 참 난감하더군요. 등장 인물 중 가장 웃김과 동시에 가장 격하게 불쾌한 인물이어서. 근데 또 워낙 강렬한 인물이다 보니 엔딩을 보고 나면 꼭 트레버가 주인공이었던 것 같은 착각이.

- 연말 게임 웹진들이 뽑는 '올해의 게임' 후보로 '라스트 오브 어스'와의 경쟁이 예상되는데... 전 그냥 압도적으로 GTA쪽의 손을 들어주겠습니다. 


9. 덤으로


http://youtu.be/YhVsU1RtQ_0


스포일러가 될 수 있겠지만, 게임 중 은행 강도 미션 플레이 영상입니다. 참 말도 안 되지만 화끈하죠.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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