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님 바낭] 십년이 지나도...

2012.06.21 12:24

fysas 조회 수:2419

보통 집에서 키우는 소형견들은 태어나자마자 꼬리를 잘라주죠. 그렇지만 반지는 꼬리가 깁니다.

제가 퇴근하고 집에 들어갈 때 폭 안아주면 그 긴 꼬리를 파닥파닥 흔들면서 제 뺨을 때리긴 하지만

산책나가서 씰룩거리는 엉덩이 위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긴 꼬리를 보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표정과 경쾌한 움직임으로 눈치를 채긴 하지만, 그래도 꼬리로 표현하는 좋아요~ 좋아요~ 너무 좋아요~ 하는

감정은 보는 사람도 기분 좋게 하거든요.

 

반지가 소형견으로 드물게 꼬리를 안 자른 것은 개님의 탄생설화와 관련 있................을 리가 없죠. ^^;

반지를 분양해주신 아부지 친구분의 말씀에 의하면 반지는 6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는데 너무 허약해서

금방 죽을 줄 알고 꼬리를 안 잘랐대요. 요크셔테리어처럼 쬐끄만 애들이 한배에 새끼를 6마리나 낳는 경우는

드물다 못해 거의 불가능이라고 봐야하죠. 반지의 어미도 드물게 6마리를 품었지만 그 중 첫째 둘째 이후

3마리가 아예 사산이거나, 낳자마자 죽었대요. 그러니 일단은 숨이 붙은 채로 태어나긴 했지만 서너번째도

아닌 마지막에 나온 녀석에게 희망이 없으셨던 거죠.

 

처음엔 젖도 못 찾던 녀석이 하루이틀 지나면서 앞서 태어난 언니오빠들보단 작아도 씩씩하게 잘 크더래요.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끝까지 분양하지 않고 직접 키우려고 하셨던 반지를 분양보낸 건 그 씩씩함 덕이었어요.

그 분이 시골에 사는 분이어서 집에 소도 있고 큰 개도 있고 닭도 있고 그랬는데 이 녀석이, 누가 하룻강아지

아니랄까봐 소랑 큰 개랑 닭 무서운 줄 모르고 문 조금만 열리면 밖으로 쪼르르, 등치가 작으니까 울타리 쳐놔도

어떻게든 틈을 찾아서 또 밖으로 쪼르르, 시시때때로 집안을 탈출해서 외양간으로 가서 소 발등 물고 도망가고,

낮잠 잘 자고있는 복구(큰 개 이름;) 위를 폴짝폴짝 뛰어다니고, 닭들이 꼬꼬꼬 쫓아와도 놀자는 줄 알고 같이

뛰어다니고 그랬대요. 그쯤 되니 건강에는 문제가 없는 게 확실하고, 괜히 까불다 소에게 밟히기라도 할까봐

급 분양 결정..

 

그리하여 2002년 월드컵이 한창일 때 태어난 반지는 저희 아부지를 거쳐, 반지가 오기 바로 한달 전에

생후 50일짜리 아가를 데려왔다 한달 만에 홍역으로 잃고 상심에 빠져있던 제게로 왔습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10번째 생일을 맞았네요. ^0^

 

 

 

 

 

 

기념으로, 처음 분양받아왔을 때... 생후 70일 경 무렵이었던 반지마마!!!

너무 씩씩해서 살던 곳을 떠나야했던 그 명성에 걸맞게, 잠시도 쉬지 않고 집안을 쏘다녔죠.

저땐 목줄이나 몸줄을 제일 작게 줄여도 쑥쑥 빠지는데 밖에만 나가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댕기는 녀석 때문에

(덕분에 물이나 구덩이에 빠진 적도 여러 번;) 산책도 못 나가고, 집안에서 그 넘치는 에너지 발산하느라 고생했죠. ^^;

제 신말에도 쏙 들어가던 저 콩알만하던 녀석이 쑥쑥 자라서, 이제 이렇게↓ 됐네요.

 

 

 

 

 

 

 

이 펑퍼짐한 모습들... 부정할 수 없는 아주머니의 흔적입니다. ^^;;;

얼굴도 동안이다 동안이다 하지만 그래도 어릴 때의 사진과 비교해보면 확실히 세월의 흔적이 느껴져요.

특히나 출산 이후에 회복되지 않는 늘어진 뱃살이라니.....orz

그래도 움직일 때의 에너지만큼은 여전합니다. 여전히 산책만 나가면 기본 2시간.......

 

 

 

 

 

 

요즘은 주인이 차가 생겨서 개님 모시고 차로 이동하는 일이 잦은데요.

차만 타면 운전석에 앉아있는 제 무릎으로 뛰어오려는 통에 꼭 저렇게 운전석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매두죠.

그러면 옆에서 어찌나 앙앙 거리면서 떼를 쓰는지....

그나마 관심을 안 주면 좀 저러다 마는지라 반지마마를 차에 태우면 저는 오직 운전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

 

 

 

 

 

 

나이 먹으니까 만짐만짐을 원하는 손길과 표정도 점점 은근해지는 것 같습니다.

무심한 척 하면서 곁눈으로 제 눈치를 보는 저 눈빛이 너무 매력적이에요. >_<

오늘은 모처럼 집에 일찍 가서 반지랑 놀아주고, (사람은 풀 뜯어먹고) 생일상으로 오리고기도 삶아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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