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쓰는 글은 거의 다 그렇습니다만 다소 우울한 내용일지 모릅니다.

불편하신 분께서는 스킵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1.


저는 가벼운 인간 불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뭐 누군 안 그렇냐고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가뜩이나 얇은 인간관계를 완전히 박살내는 요소라는 점이 문제라면 문젭니다.


어렸을 적에 누군가에게서 배신감을 느끼고, 상처를 받은 이후로는....

늘 누군가가 자신에게 웃는 낯으로 대해도 '이 사람이 이렇게 웃고 있어도 속으로는 날 싫어하고 있겠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요.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늘 누군가와 친해지기 어렵고, 누가 나한테 웃는 낯으로 대하면 뭔가 있나 의심부터 듭니다. 

그리고 동시에 그런 자신에 환멸이 들지요...


그래서 전 인터넷상의 사람이 차라리 더 신뢰가 갑니다.

물론 누가 절더러 만나자거나 하면 의심이 들겠지만...

넷상에서 전혀 낯모르는 누군가가 나를 향해 댓글을 적어주고, 때로 위로나 격려를 한 마디씩 던져줄 때에 오히려 안심이 됩니다.

아무 면식이 없어도, 내가 누구인지 몰라도, 인간은 순수하게 다른 사람을 걱정하거나 생각해주는 마음이 있다는 걸 믿을 수 있어요..


넷질을 하고 있으면 간혹 누군가가 '너무 인터넷(상의 인간관계)에 의존하지 말라'는 말을 듣는데요. 

헛된 일인지 모르지만, 전 믿고 싶습니다.

왜 인터넷상의 말을 헛되다고 여겨야 하는지.. 전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좋은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니고 찌질이도 있고 키보드파이터도 있고 이런저런 다양한 군상이 있는 게 인터넷이지만...

오프라인은 어디 안 그렇습니까.

오프라인에선 별의별 진상을 다 보는걸요.



전 앞으로도 희박하고 얕은 인간관계를 지속해 나가겠지만...

그래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옛날 우울증에 시달렸을 때 어느 커뮤니티에 올렸던 글에 수많은 사람들이 이런저런 댓글을 달아주었던 것...

외롭고 괴로워서, 죽어버리고 싶었을 때 현실의 누구도 위로해주지 않았고 오히려 전혀 모르는 넷상의 사람들이 지나가는 말이라해도 기운내라고 해 주었던 것..

다 제 안에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말들이 제 인간 불신을 조금이나마 반박해주겠지요.

그래도 아직 인간은 다른 사람을 걱정해주는 마음이 있어, 하고요.




2.

뜬금없지만 저는 귀신을 본 적도 없고 가위에 눌려 본 적도 없습니다.

귀신이란 걸 믿지 않는 것은 아닌데 귀신이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육신이 없는 존재가 뭘 할 수 있는 건지...

그래서 귀신이 할 수 있는 건 깜짝깜짝 놀래키는 것 정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뭐 착란을 일으킨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무서울 순 있겠지만요.


저는 뭐가 무서우냐 하면 '사람의 얼굴'이 무섭습니다.

일상 생활에서는 크게 지장은 없지만 사람의 눈을 오래 쳐다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늘 미묘하게 눈을 피해서 다른 데 초점을 두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우울증 증상이 다시 보이곤 하는데...

근데 이럴 때면 꼭 사람의 얼굴이 언뜻언뜻 보입니다.

대체로 머리만 있는 모습으로.


고향집 제 방에서 지낼 때 늘 한 구석에서 어떤 여자의 머리를 언뜻언뜻 보곤 했는데요. (잠깐 시선을 돌릴 때마다 휙 하고 스쳐가는 듯 언뜻 보이는 모습)

여기 와선 한동안 그런 일이 별로 없었는데 요즘 다시 그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왜일까요. 

역시 기분 탓이겠죠.


두려워하는 것이 이렇게 보이기도 하는 걸까요.



3.

올해 이곳은 굉장히 따뜻하다고 합니다.

예년에는 이맘때 눈이 펑펑 내렸다고 하는데 올해는 눈이 내리는 일 자체가 그리 많지가 않습니다. 

그 덕분에 지치도록 일하고 있군요.


요 며칠간은 안개가 굉장히 자주 끼고 있습니다.

안개가 끼어서 50m 앞정도는 보이지 않을 때도 있군요. 왠지 스티븐 킹의 미스트가 생각났습니다. 다행히 괴물은 없지만요.




4.

원래 거짓말을 하는 것 자체는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살다보면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경우가 왕왕 있죠. 거짓말은 아니더라도 겉치레나 맘에도 없는 말을 할 때가.

그래도 그런 일은 최대한 피하고 싶어서, 함부로 지킬 수 없는 약속 같은 걸 입에 담는 건 꺼립니다.


근데 흔히들 그러더라고요. '언제 한 번 밥이나 같이 먹자'든지, '언제 어디에 한 번 같이 가자'든지...

왠지 그런 말을 들으면, 기쁘면서도 좀 슬퍼져요.

결국 그 약속같은 말은 지켜지지 않겠지 하는 생각에......


저 자신도 그런 말을 꺼내게 되면 지킬 수 있다는 자신은 없는 것을요.

그래서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고 싶지 않네요.



이제 조금만 더 참고 그만둬야지 하는 생각을 하니까 불현듯 그런 말들이 떠올랐습니다.

직장의 어느 분이 언제 한 번 같이 온천에 가자고 했던 거나, 또 다른 사람이 언제 같이 불꽃놀이를 하자거나 했던 게.....


그분들은 좋은 마음으로 한 말이었을 테지만..

저도 그 말을 들을 땐 기뻤지만.....



지금은 그냥 씁쓸하고, 조금 먹먹하네요...



5.

전에도 어느 분이 글을 올리셨던데, 뭣 때문에 살고 있는 걸까요.

무슨 즐거움으로 사는 걸까요.

저도 지금 이렇다할 즐거움이 없어요.

먹는 걸 좋아했는데 요즘 먹는 것도 그다지 즐겁지 않네요. 그냥 배고프니까 먹는 것 정도... 하긴 늘 같은 것만 먹고 있어서 그럴지도요.

그냥 매일 일어나면 일하고 밤이 되어서 방에 돌아가면 지쳐 곯아 떨어지고...


즐거운 일 같은 게 거의 없어져 버렸어요.

이전까지는 일하는 것도 즐거웠는데... 지금은 직장에 매일매일 화만 내는 인간이 버티고 있으니 더 이상 즐겁지 않아요.


우울증이 생기고 나서부터는 즐겁지 않은 인생을 사는 건 그만두기로 했었는데....


예전의 즐거웠던 일들 같은 게 조금 생각이 나서, 괜히 옛날이 자꾸 그리워지네요. 

역시 시간은 위대하군요. 슬프게만 느껴지던 과거도 아름답게 포장하는 걸 보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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