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15 20:01
꿈을 원래 자주 꾸는 편이지만 오늘은 꾼 꿈은 개중에서도 독특했습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사람의 집에 놀러갔습니다. 그 사람이랑 친하지도 않은데요.
여기서부터 이상하다고 느꼈어요. 저는 웬만큼 친한 사람이라도 집에 방문하는 일은 꺼리거든요.
어쨌든 그 사람 집에 놀러가서 고양이랑 놀았어요. 고양이는 발톱을 세위서 자꾸 제 바지를 긁었어요.
나랑 장난 치고 싶나보다 하고 넘길 수 없을 만큼 끊임없이 제 바지를 긁어 댔어요.
혹시나 해서 고양이 발톱을 보았습니다.
손톱은 뻘겋고 주변도 곰팡이가 슨 것처럼 붉게 일어나 있었어요.
앞발을 눌러보니 거기에서 구더기들이 떼를 지어 마구 나왔어요.
바닥이 순식간에 구더기들로 가득 찼어요.
저는 집 주인에게 나의 군집공포증을 자극했어!, 라고 문어체적으로 소리를 지르며 나왔어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옆 집 문이 살짝 열리더니 변기물 내리는 소리가 났어요.
저는 마구 웃었는데 그 이유는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꿈속에서 변기물에 대한 농담을 주고받아서 였어요.
옆집 주인이 문 틈으로 얼굴을 빼꼼히 내밀었는데 그 사람은 무라카미 하루키였어요.
놀랄 일은 아니었고, 저는 꿈이라는 걸 확신했습니다. 제 꿈에는 하루키가 자주 등장하거든요.
비록 하루키 책이라고는 단편정도만 챙겨 읽는 불성실한 독자이지만요.
하루키는 책 날개에 붙어있는 사진에서 나온 듯한 모습은 아니었어요.
머리칼이 하얗고 수염을 기른 그의 모습은 존 허트에 가까웠어요.
존 허트의 모습을 한 하루키는 문 밖으로 나왔습니다. 다리를 저는 하루키는 지팡이를 짚고 한 발을 질질 끌었어요.
저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서 하루키를 기다렸어요.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하루키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저에게 말을 걸었어요.
일본말로 말하는데 무슨 뜻인지 어려움 없이 알아들을 수 있었어요. 요즘 잘 지내냐? 별일 없지? 이런 말들이었어요,
하지만 저는 어쩐지 방금 본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고 그래서 fly, baby 이런 단어들 속에서 고민했어요.
그러다가 잠에서 깨었고요. 일상과 고어영화에서 나올 듯한 장면을 오가는 이런 꿈은 오랜만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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