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듀게에 종교(거의 개신교지만..)에 관한 얘기들이 한가득이네요.

 

저는 특이하게도 무교인데 학교를 불교재단학교, 미션스쿨을 모두 다녀봤습니다.

 

참고로 부모님은 모두 무교이시고 할머니랑 고모가 원래는 불교이셨다가 지금은 모두 개종해서 천주교이신 종교적 환경으로 봤을 때는 특이한 케이스에서 자랐다고 할 수 있는데요.

 

유독 제 인생에 있어서 지워버리고 싶은 시절이 미션스쿨 다니던 적이었어요.

 

물론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남녀공학이 아니어서인지 학창시절만 생각하면 남는 것도 없고 친구도 별로 없는 (학교를 전부 집에서 먼 곳으로 통학하기도 했고 성격이 그닥 지금과 비교했을 때 쾌활하지 못 해서인지 대학 이전 친구는 딱 두 명뿐이네요.ㅠㅠ) 우울함의 정점을 지금까지도 찍고는 있지만 미션스쿨을 다녔던 것만큼은 정말 나중에 혹시라도 성공을 했을 때 출신학교를 언급하게 될 때는 꼭 빼버리고 싶을 정도로 좋은 기억이 없습니다.

 

뭐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수도 없지만...

 

제일 심했던 것은 종교활동과 선교활동이었는데 소위 말하는 채플과 종교수업은 무교인으로써 정말 곤욕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제가 믿지도 않는 것을 선생님이 강요하고 안 하면 그에 따르는 처벌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싫었습니다. 처음에 그 학교로 진학하기 전에 분명 종교란에 '유교'라고 따로 기재를 했는데 전혀 반영이 안 된 것인지 거리상으로도 꽤 먼 그 학교로 떨어졌을 땐 뺑뺑이라는 시스템을 너무나도 원망했고 1학년 때는 학교 분위기와 같은 학급의 불량학생들과의 마찰까지 더해저 부모님께 심각히 전학을 보내달라고 할 정도 였으니까요.

 

심지어 학교의 교감선생님이 전교의 반을 모두 돌아다니며 소액의 현금과 먹을 것을 주며 선교를 하는 것을 보고는 '이건 정말 아닌 거 같은데...'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물론 전 현금은 받은 적이 없습니다. 분명히 교감선생님에게 저는 죄송하지만 무교라서 갈 수 없다고 사양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효과때문인지는 몰라도 많은 친구들이 학교하고는 멀리 떨어진 학교재단 소속의 교회를 나갔고 대학에 들어와서까지 그 교회를 다닌 친구도 보았습니다.(그 친구 집안은 전부 불교였는데 몇 년간 열심히 다니던 교회를 결국은 교회담당목사와 사적인 일로 싸우고 나왔다고 훗날 다른 친구를 통해 들었습니다;)

 

특히나 정점을 찍는 일은 대학지원에 있었는데 개신교와 반대되는 특정 종교학교들 (예를 들면 타종교학교나 이단재단 소속의 학교들)의 지원서를 안 써줄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건 몇 몇 선생님들에게만 해당되는 일이었다고 생각되지만 학생의 미래를 종교학교라는 틀때문에 억지로 교정시키려는 일은 지금까지도 안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그래서 저와 친구들은 졸업한 이후로 학교는 물론이고 학교 근처에도 발걸음을 안 했습니다.)

 

제 유일한 친구 둘 모두 절실한 개신교집안인데 한 친구는 미션스쿨을 다니다가 스스로 무교로 돌아섰고 한 친구는 지금도 교회를 가끔 나가지만 믿음에 대한 의구심이 생겨서 갈팡질팡 하고 있더군요.

 

물론 친구 부모님들이나 사적으로 알고 지내는 크리스쳔들이 많아서인지 개개인에 대한 인상은 참으로 좋습니다.

 

그런데 유독 미션스쿨에 관한 기억을 떠올리면 안 좋은 것들만 생각나서인지... 그래서 걱정인 것이 결혼을 해서도 태어나서 지금까지도 살고 있는 이 동네를 안 떠나고 싶지만 제 자식이 뺑뺑이에 걸려 저의 후배가 되는 일은 없게 하고 싶어서 이사를 고려해야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네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45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03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4095
161 [리브로] 시나리오, 희곡 작법책 좀 골라주세요.. [6] 모그 2010.10.22 2532
160 [리브로] 저도 1차 도착! 4500원짜리 저렴한 지름신 한 분 소개합니다 (일러스트여행책) [3] no way 2010.10.22 2258
159 일요일 일과, 개와 함께 하는 자전거 산책 [4] 21세기한량 2010.10.25 1902
158 재미없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 [19] 자본주의의돼지 2010.10.26 3568
» 학창시절부터 연결되어 있는 종교 이야기... 모그 2010.11.03 1237
156 게이 아저씨가 나에게 상처를 주었어. [12] 빨간망토차차차 2010.11.09 4807
155 스팅이 한국에 오는데.... [10] 자두맛사탕 2010.11.18 2153
154 레드 보고왔어요.(스포는 없음) [3] 클로버 2010.11.18 1231
153 대만 태권도 실격패 [13] jim 2010.11.19 4522
152 삼포가는 길 문숙 [3] 가끔영화 2010.11.22 1612
151 스카이라인 보면서 떠오른 영화들... [1] 부기우기 2010.11.25 1628
150 나의 N8은 언제쯤 나올까요? [4] 모그 2010.12.11 1741
149 밑에 신춘문예에 대한 질문을 보고 갑자기 드는 생각, 그리고 취업에 대한 고민... [4] 모그 2010.12.15 2127
148 라스트 갓파더와 우리누나 영화 취향. [2] 자본주의의돼지 2011.01.02 2873
147 메가마인드 보고 왔어요.(스포무) 모그 2011.01.06 1524
146 연희동의 맛있는 비빔국수집. 망향 비빔국수 [9] maxi 2011.01.07 3803
145 편두통, 빈혈에 대한 흔한 오해 [12] 남자간호사 2011.01.09 4828
144 프로야구 연봉조정위원회 따윈 X나 줘버려! [12] chobo 2011.01.21 2091
143 [잡담] 안면홍조 증상이 심해졌어요. [17] Dear Blue 2011.02.01 2818
142 [스포일러] 화이트 크리스마스 4화 [4] 로이배티 2011.02.21 223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