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월남전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처음엔 월남전을 다룬 영화들 때문에 관심이 갔고,

여러가지 미국의 최신 무기들에도 불구하고 결국 졌다는 것도 관심거리였고,

한국군이 갔던 최초의 해외 파병이었기 때문에도 관심이 갔고,

처음엔 정의로운 군대로 가서 좋은 일 하고 온 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 뭐랄까 참 더럽고 비열하고 치사졸렬한 의도로 가서

젊은, 그것도 힘없고 가난한 집안 아들들의 피를 팔아서는

박정희 정부가 참 치사졸렬하게 착취해 먹었고,


한국의 재벌이라는 작자들도 그걸 이용해서 정말 치사졸렬들 하게

게걸스럽게 자기들의 이익만을 추구했고,

뭐 이러저러한 것들.


그리고 한국군이, 전설처럼 전해들어왔던, 그 '태평양 전쟁때의 일본군보다 더 악랄한'

한국군이었다는 것도 충격이더군요.


이 글에서는 걍, 도대체 박정희가, 좀 잘 살아 보겠다고, 솔직히 남베트남의 수호 따위엔

아무 관심도 없이, 돈 벌기 위해 목숨을 걸고 베트남전에 갔던 한국 병사들을 어떻게

착취했는지에 대해서만 간단히 좀 서 보겠습니다.


제가 중고딩시절 학교 선생님으로 부터 들었던 월남전 병사 보수 이야기가 있었어요.

당시 미군 월급은 200달러였는데, 한국군 월급은 처음에 50달러밖에 안 줬다.

(한국군 월급을 미국이 줬습니다! 이거 아셨는지? ㅋㅎㅎ)


그래서, 박정희가 미국 대통령하고 담판을 해서, 미군하고 같은 월급을 받게 해 줬다.

(이건 사실이더군요, 정말로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와 담판을 해서 그렇게 했답니다.

웃긴 것은, 당시 한국 안에서 군복무를 하던 병사의 월급은 5달러? 정도였다고 합니다)


자 그런데,

박정희가 바라는 건 그 병사들이 받는 '딸라'를, 현지에서 쓰지 않고 모조리 한국으로

가져 오는 거였습니다.

이건 목숨을 걸고 전쟁터로 간 병사들의 이익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었습니다.


병사들은 목숨을 걸고 왜 거길 갔나요? 돈 벌러 갔어요. 한달에 100달러 받아서,

한 15달러 밖에 안 하던 소니 워크맨 사오고, 한 100달러 200달러 하던 소니 텔레비전

GE, 웨스팅하우스 냉장고 사 오면 한국에서 그걸 몇 배로 팔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거 사와서 한국에서 팔아서 그걸로 대학을 가건 가게를 내건 하려고 했던 겁니다.


자 그런데,

박정희가 처음에는 50달러 받던 거 뺏지 않았는데, 강제로 뺏지 않으니까 병사들이

그 월급을 한국으로 송금을 별로 안 하는 겁니다. 안 하고 물건을 사서 돌아왔죠.

월남 갔다 돌아오는 병사들이 모두 다 일제 티비를 사 온다고 했답니다.


이건 박정희나, 당시 컬러 티비를 만들어 미국보다 몇 배나 비싼 값에 국내에 팔던

금성 삼성 대한전선 등 한국 회사들의 심기를 매우 불편하게 했습니다. 한국에서

비싸게 팔고 미국 유럽에선 덤핑을 치던게 그들의 기본 경영 전략이었는데(이따위 것이 경영전략?),

국산 TV보다 훨신 좋은 미제, 일제 TV가 1년에 수천대나 들어오고 그것의 값까지

지들이 파는 것보다 싸다는 게 널리 알려지면 아주 곤란한 일이었겠죠?


박정희는 그래서, 파병 시작하고 시간이 좀 지나자, 몇가지 조치(...)를 합니다.

우선 병사가 받는 돈의 80%인가를, 강제로 미리 저축시키고 고작 20% 정도만 병사들이

현금으로 가져갈 수 있게 했습니다.

두 번재로는, 월남 갔다 돌아오는 사람들이 TV나 냉장고, 에어컨 등을 가지고 돌아오지

못하게 했습니다.


이건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을 불러 일으킵니다.

월남전에 지원하는 병사들의 수가 확 줄어들었고, 현지 병사들의 사기가 놀라울 정도로

떨어져 버립니다. 그들이 열심히 싸울 이유가 대체 뭐가 있었겠습니까? 월남 사람들을

도와주고 베트콩을 쳐부수기 위해 월남전에 지원한 한국 병사가 열에 하나나 있었겠어요?


병사들이 조금이라도 더 월급을 현지에서 찾으려는 갖가지 시도도 그칠 줄을 몰랐고,

어떻게건 짐 안에다 텔레비전이나 워크맨 등을 넣어오려는 시도도 그칠 줄을 몰랐으며,

어쩌다 걸려서 빼앗기면 엄청나게 항의를 하고 소동도 나는 일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결국 박정희는, 병사 1명당 TV 1대만 갖고 들어오게(이게 TV 1대만인지, TV 냉장고 에어컨 등을

다 합쳐서 가전기기 1개만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규정을 완화합니다.

그 전에는 몇대씩도 가지고 돌아왔던 거겠죠?


실제로 한국에서 일본제 전기제품에 대한 선호가 막대하게 생긴 것도 월남전 이후라고 합니다.

45년부터 65년까지는 서울의 상류층들이나 밀수된 일본제 물건들을 썼지 전국 방방곡곡 사람들까지

다 쏘니 나쇼날 히타치를 알고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자기가 목숨 걸고 번 돈인데 나라에 대부분을 강제로 빼앗기니, 병사들은 현지에서

벼라별 비리에 가담하는 일도 흔해졌습니다. 어떻게든 달러를, 또는 한국에서 인기있는 외제 물건을

손에 넣으려고 했습니다.


한국군은 전장에서 소모한 무기나 탄약 수를 거의 언제나 부풀려 게산해서 미군한테 더 많은

보급품을 받아내어 그걸 한국으로 보냈습니다. 몇번이나 그런 한국군의 군수 부정이 드러나

문제가 되었으나, 미국으로서는 미국에 이어 2번째로 많은 군대를 보내고 정말 죽기살기로

악마, 마귀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베트콩과 싸우고, 미군은 감히 하지 못하는, 마을 사람들 다 죽이기

등의 일을 '작전'이라고 태연하게 하던 한국군과 척을 질 수는 없었기에 결국 어쩌지 못하고

계속해서 '속아 주었다'고 합니다.


너무 안좋은 이야기라 금방 믿기 어려우실 겁니다.

정말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신다면, 한겨레에서 나서서 했던 월남전 한국군 만행에 대한

기록 및 사과 활동이나(기사로 여러 편이 나왔습니다, 한국군 파월용사회 등이 가서 깡패짓도 했음)

그 당시를 배경으로 한 소설에서 이런 것들이 자세히 묘사됩니다.

(황색인 이란 소설에서 이런 내용이 많이 나왔습니다, 하얀 전쟁 에서도 아마 좀 묘사되었을 겁니다)


제자는 스승을 능가한다고,

한국군이 월남전에서 한 행동들은,

20여년 전 일본군이 태평양에서 한 행동들과 그 맥이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그리고 그 일본군으로부터 이른바 '근대적 군대'를 배운 자들이 윗대가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당시 한국군의 DNA가 어디서 나온 것이고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월남전이 잘 보여 주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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