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소스 코드 잡담

2011.05.09 23:20

로이배티 조회 수:2344

 - 듀나님의 리뷰를 읽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랐던 건 '레트로 액티브'였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사랑의 블랙홀' 내지는 엑스 파일의 '월요일' 에피소드 쪽이 훨씬 맞는 것 같았습니다. 근데 아무래도 이 아이디어를 효율적으로 굴린 것으로 따지면 '사랑의 블랙홀'이나 '월요일' 쪽의 손을 들어주고 싶네요. 이 영화의 아이디어나 전개도 흠 잡을 곳이 없긴 했는데, 그래도 아이디어를 끝까지 쥐어 짜서 뽕을 뽑아낸 정성은 그 두 편의 작품들이 나은 것 같아서요. 좀 많이 오덕스런 관련 작품을 하나 추가하자면 '쓰르라미 울 적에' 라고 아무에게도 추천하고 싶지 않은 애니메이션/게임 시리즈가 있기도 합니다. (쿨럭;)


 - 회원 리뷰 게시판의 Q님 리뷰를 보니 제이크 질렌할이 본인이 주인공 역할을 하고 싶어서 감독도 찾아다녔다는 것 같은데, 역시 시나리오 보는 눈이 있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딱이에요. 참 순박하게(?) 잘 생겼으면서도 왠지 모르게 노숙자 포스도 풍기고 하는 질렌할의 이미지와 잘 맞더라구요. 선량하고 궁상맞게 잘 생긴 느낌이 말입니다.


 - 처음부터 범인이 너무 빤하게 보이고 (당연히 중간에 내리는, 것도 자기 물건 냅두고 후다닥 내리는 인간부터 의심해봐야죠) 주인공이 죽었거나 최소한 빈사 상태라는 것도 빤하게 보여서 미스테리가 너무 약한 게 아닌가 싶었는데, 진상이라 할 만한 것들이 거의 밝혀진 후의 전개를 보고 납득했습니다. 이것저것 다 훼이크(?)이고 결국 중요한 건 주인공이 내리는 선택과 거기에서 우러 나오는 감정적 울림 같은 부분들인 영화였으니까요. 그리고 비록 깜짝 놀랄 그런 전개는 없을 지언정 이야기는 대략 이치에 맞고 주인공의 감정선과 그에 따른 선택도 적절했구요. 마지막에 키스 하면서 시간이 멈추는 장면에선 울컥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재밌게 봤어요.


 - 다만 역시 시간이 멈추는 장면, 혹은 시카고 시내에서 '잠깐만 그냥 이러고 있어요.' 라며 대화를 마치는 장면에서 끝냈더라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그 후에 다시 연구소(?)가 나오면서 '소스 코드는 계속된다능~' 하는 부분이 감흥을 좀 깨 버리는 느낌이라서. SF적인 부분에 촛점을 맞춘다면 그것도 나름대로 어울리는 마무리이긴 하겠지만 워낙 그런 영화가 아니잖아요. 애시당초 전체적인 설정들이 다 독창적이거나 신선하다고는 할 수 없는 것들이어서 더더욱 그랬습니다.


 - 홍주희씨의 마지막 서비스-_-는 참. '이러니까 욕을 드시는 겁니다' 라고 한 마디 해 주고 싶은 느낌이긴 했는데. 또 가만 생각해 보면 애시당초 이런 류의 이야기에 전혀 관심이 없던 관객들에겐 나름대로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애매하기도 하더군요. 그냥 '그간 본인이 쌓은 업보가 있으니 억울해도 감당하시오' 정도. 근데 아프가니스탄을 심지 굳게 끝까지 그냥 '중동'이라고 번역한 건 글자수 때문이었겠죠?


 - 암튼 참 저렴하면서도 효율적으로, 그리고 탄탄하게 잘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뭔가 아주 기발하고 신선한 아이디어로 넘치는 영화를 기대했다면 실망했겠지만. 혹은 SF적인 부분을 아주 잘 표현한 작품을 기대했어도 역시 실망했겠지만. 미리 이런저런 리뷰들을 훑어보고 대충 기대치를 조정하고 가서였는지 대단히 만족스러웠어요.


 - imdb에서 미셸 모나한의 정보를 찾아보다 나이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많이 어려 보이네요; 왠지 낯이 익다 했더니 미션 임파서블3와 본 슈프리머시. 출연작 중에서도 험하게 나오는 영화들만 봤군요. 도대체 이 영화 한 편에서만도 몇 번을 죽은 거람. -_-;;


 - 이미 많은 분들이 언급하셨듯이, 불쌍한 역사 교사 션 아저씨에게 애도를 표합니다. 그래도 주인공 아니었음 어차피 죽었을 거잖아요. 용서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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