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과 웹툰

2013.10.28 21:48

사소 조회 수:1754

1.

 

네이버에서 대학만화최강자전을 올해도 하는군요. (내일부터 예선전 페이지가 열린다고 합니다)

투표는 하지 않았지만 작년에 저도 열심히 예선에 올라온 만화들을 봤습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작가들이 얼마나 준비해서 연재를 시작했는지가 눈에 보이더군요.

설정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거나 앞으로의 스토리를 만들어두지 않았던 작품들은  스스로 무너져 내렸습니다.

 

작년에 우승한 작품과 준우승을 한 작품 모두 제 기준에서는 온전히 차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두 작품이 상을 받을 수 밖에 없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꾸준히 연재 될 수 있던 작품은 그 작품 정도 뿐이었으니까요.

 

두 작품이 연재가 되고 있는 지금, 그 때의 선택이 최선이었는지는 의문입니다.

사실 연재 초에는 두 작품을 보다가 지금은 포기했습니다.

신인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두 작품 모두 너무 전형적인 스토리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이야기 전개도 웹툰 치고는 느린 편이지요.

연출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닙니다.(조금 더 강하게 말하자면 아직 프로라고 부르기에는 많이 부족합니다)

그림도 개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고요.

그래도 꾸준히 연재되고 조회수도 높은 걸 보니 인기는 꽤 있는 모양입니다.  


2.


다음에서도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이 연재되고 있습니다

1호선이라는 작품인데 내용만 두고 보면 흔한 아포칼립스물입니다.

어느 날 밖에 나가보니 계엄령이 내려져 있고 세상은 무법천지가 되어있더라 이런 이야기 입니다.

주인공도 특별한 인물은 아닙니다. (물론, 작가가 평범한 20대 남자를 그리려고 하는 듯 보입니다만...)
댓글에서 주인공을 두고 다른 작품이었다면 벌써 죽었을 거라고 하던데 정말 그런 캐릭터 입니다.


1호선의 최대 문제점은 이야기의 구심점인 여자친구가 어떤 인물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야기 자체가 폐허가 된 서울에서 여자친구를 찾아 1호선을 따라 걷는다는 것인데

여자친구는 가상의 인물이거나 꿈 속에서만 존재하는 무엇인가로 느껴집니다.

아직 이야기가 초반이므로 여자친구에 대한 어떤 정보가 앞으로 더 나오겠지만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만 봐서는 전화통화를 하는 부모님이 더욱 확실하게 다가옵니다.

여자친구보다는 부산에 있는 부모님을 보러 가는 게 더 맞는 선택이 아니냐는 의견도

댓글에 나오는데 그 말이 이상한 것도 아닙니다.

위험한 상황에 처한 불안한 인물이라면 가까이 있는 허상보다는 멀리 있는 인간을 찾아 가겠지요.


그래도 1호선에 계속 기대를 걸게 되는 이유는 연출에 있습니다.

노숙자 아지트에서 주인공의 삽질로... 좀비(?)같은 것과 만나게 되는 장면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아지트에 탁구대, 탁구공이 있는 모습이 배경으로 가볍게 스쳐지나가는데

좀비(?)와 싸우면서 탁구대를 건드려 탁구공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지요.

주인공이 겨우 떼어낸 좀비는 탁구공이 깔린 계단에서 미끄러집니다.

이렇게 앞으로의 장면을 생각하고 계산한 뒤에 소품을 배치하는 것에서

이야기와 장면이 단단하게 붙어있다는 인상을 저는 받았습니다.

 

깔끔한 그림체도 1호선을 계속 보게 되는 이유이지만 충실한 배경 묘사의 공도 큽니다.
지금까지 1호선에는 독산역, 가산디지털단지역, 성북역이 나왔는데

주변 건물과 지형지물의 묘사가 굉장히 꼼꼼하게 되어 있습니다.

일상적인 풍경이 살아있는 덕분에 허구적인 이야기이지만

나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 날 수 있겠다는 불안감이  구체적인 이미지로 다가옵니다.

제목인 1호선의 상징성을 이러한 풍경들이 뒷받침 해주고 있기도 하고요.

아마 작가가 작품을 준비하면서 작품에 등장할 1호선 역을 모두 돌아보고 사진을 찍은 것이 틀림 없습니다.

1호선은 앞으로의 이야기가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새로 등장한 남자는 88만원 세대의 전형인데 이 인물은 또 어떻게 그려낼지도 기대가 되네요.


3.


그래서 이야기의 결론은 다음이 좋아요, 네이버는 별로에요는 아니고...

1호선이 생각보다 넷상에서 회자가 되지 않아서 저라도 뭔가를 써보았다는 것입니다..(뭔가 결론이 이상하네요)

하여튼 앞으로 공모전을 통해서 나올 웹툰이 더욱 많아질텐데

그 웹툰들이 어떤 작품으로 자리잡고 전개될지 지켜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는 일이 될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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