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에, 아주대 앞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가 나오는 길에 그 동네 유명한 팥빙수집에 들렀습니다.

언제나 사람이 너무 많아서 가게 안, 밖까지 대기열이 꽉 차 있던 집이라 호기심이 들었거든요.

검색해보니 맛보단 싼 값이 양 많은 가게로구나... 라고 대충 짐작할 수는 있었지만 그래도 사진으로 맛은 알 수 없으니까요.



쿠쿵.



감이 잘 안 오실 텐데...




어떻습니까(...)

크기 비교용으로 가족분의 지금은 사명을 다하고 무기한 휴식에 들어간 아이폰4님을 놓아 봤습니다.





조감도(...)




이것이 2인분. 9천원입니다. 꺄오.


정말 가격대비 양으로는 무시무시할 정도이긴 한데... 사실 아쉬움이 더 컸습니다.

대충 보이는 모습 + 가격 + 양을 놓고 보면 짐작 가능하듯이, 들어간 재료들이 정말 그야말로 저렴함의 극한을 추구하는 퀄리티들입니다.

80년대 동네 빵집에서 팔던 팥빙수에 들어 있는 그 떡, 그 젤리, 그리고 아마도 중국산 통조림일 듯한 달고도 단 팥. 위에 와장창 얹혀 있는 건 고깃집 후식으로 줄 법한 소프트 아이스크림이구요.

얼음은 꽈드득 꽈드득 거친 얼음에다가... 사진엔 안 보이지만 미세하게 과일들이 들어 있긴 한데 그것도 별로 맛이 없어요.


그리고 온통 단 맛 뿐입니다. 그냥 달아요. 마구 답니다. 그것도 상당히 저렴 & 강렬하게 단 맛이라서 많이 못 먹겠더라구요.

제가 단 걸 워낙 좋아해서 사람들이 너무 달아서 하나 이상은 못 먹겠다는 음식들도 매번 서너개씩 집어 먹고 그러는 인간입니다만. 이건 힘들었습니다.


결국 절반도 채 못 먹고 비참한 패잔병이 되어 도망쳤습니다.

가게 사장님의 눈을 마주칠 수 없었어요. 한낱 팥빙수 2인분 따위도 극복하지 못 한 초라한 패배자니까!! <-


그리고 이건 그냥 생긴 게 웃겨서 찍어 본 건데...



아이스크림과 팥 사이엔 거대한 공동이 있습니다. ㅋㅋㅋ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짜 올리면서 만든 구멍이겠죠. 사이즈가 작으면 뭐라 하겠지만 저렇게 속을 비워도 아이스크림 양이 엄청나게 많으니 뭐라 할 생각은 없고. 그냥 웃겨서요.



암튼 뭐.


계속 까대긴 했지만 나름대로 가치가 있는 가게입니다.

일단 성인 남성이라고 해도 2인분을 시키면 네 명이서 배불리 먹을 수 있어요. 아니, 그러고도 남습니다. 후식이 아니라 주식-_-으로 먹어도 충분해요.

그렇게 먹으면 결국 1인당 2000원 남짓이란 얘기인데 그렇담 가격 대비로 매우 훌륭하죠.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식사 대용으로도 충분한 양입니다;


또, 계속 제가 싼 맛이라고 구박하긴 했는데 그냥 단 거 좋아하고 아이스크림 좋아하는 어린애들 내지는 학생들이라면 충분히 즐길만한 맛이기도 해요.

이 가게가 영업한지 꽤 되었는데도 손님이 줄지 않고 있다는 게 증거죠. 줄긴 커녕 맨날 미어 터집니다.


결론적으로.

싼 값에 폭발적인 양의 팥빙수를 즐기고픈 분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추천.

깔끔한 맛과 품질 좋은 고명(?)들을 추구하는 분들에겐 비추천입니다.


...라고 적어 봤자 수원 사시는 분들도 별로 없으니 뭐. (쿨럭;)



+ 오늘 '안녕하세요' 많은 시청 바랍니다(...)



제가 레인보우랑 인피니트 보겠다고 그 재미 없는 '맨발의 친구들'까지 다 본 사람인데 '안녕하세요' 정도라면 꼭 봐 줘야겠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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