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는 원룸에는 미친 놈이 삽니다.

2012.03.29 19:28

ACl 조회 수:5306

대부분의 사람이 잠자리에 드는 밤 11시에서 새벽 5시 사이에 놈은 활동하기 시작합니다. 오늘은 꽤 빠르군요. 보통은 새벽 두 시에나 나오는데. 그래도 아주 없던 일은 아닙니다만. 출몰지는 짐작컨데 2층의 어딘가.

 

녀석이 나타나면 원룸에 사는 사람들은 하나 둘 잠에서 깨어납니다. 인간의 귀로 차마 들어주기 어려울 정도로 시끄럽기 때문이죠. 

 

"꾸아아아아악~!"

 

이라니. 무슨 소년 만화책 악당 비명소리도 아니고 어떻게 인간이 이런 소리를 지를 수 있는 겁니까! 인간적으로다가 이런 비명소리는 순전히 입으로는 표현되지 않는, 문자로밖에 표현될 수 없는 그런 종류의 괴성이 아닙니까.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고야 말았습니다. 큭큭큭. 

 

대체 밤에 무슨 일을 하길래 저런 괴성을 질러대는지 저로선 당최 이해할 수가 없어요. 아니, 이해하고 싶지도 않네요. 알아봤자 대수롭지 않은 이유겠지요. 제 생각엔 게임에서 다른 플레이어한테 발릴 때마다 그런 괴성을 지르는 것 같다고 추정만 해 봅니다만. 처음 괴성이 들렸을 때는 정말 무슨 사고라도 난 것은 아닌지 걱정을 했지요. 헌데 20분 정도의 간격을 두고 또 한 번 괴성이 들렸을 때 이건 그냥 상식 자체가 없는 미친 녀석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녀석은 하루가 멀다 하고 괴성을 질러댑니다. 여전히 '꾸아아아악' 이라는 해괴한 소리로. 정말이지 발정난 공룡 울음 소리도 이보단 나을 겁니다. 게다가 요즘에는 진화(?)를 했는지 욕설까지 내뱉더군요. 소리가 퍼져 정확히 무어라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에겐 본능적인 욕설 탐지 신경이 있지 않습니까. 벽을 쿵쿵 때리면서 욕설과 함께 괴성을 지르는데 이건 정말이지 직접 듣지 않고서는 설명할 길이 없네요.

 

경찰에 신고도 해봤습니다. 하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한 두어 시간 잠잠하다 또 꾸아아아악! 대낮에 하면 그래도 넘어는 가지. 왜 늘 남들 다 자는 새벽에 이 짓인지. 넌 잠도 없냐!

 

이제 녀석의 괴성을 듣는 것도 2주차로 접어듭니다. 전 4층. 놈은 2층(추정)인지라 여섯 개의 집 중에 어느 곳이 놈이 서식하는 곳인지 알 수 없습니다. 찾아가 따져보고 싶어도 대략 30분~1시간 간격으로 비명을 지르는 녀석의 특성상 그의 위치를 찾아내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죠. 물론 무엇보다 '무섭다.' 라는 감정이 제일 큽니다. 어디가서 힘이나 체격으로 밀려본 적은 없지만 미친 개를 상대로 이길 자신은 없거든요. 우리 집 개한테도 질질 끌려다니는데. 하긴 녀석이랑 비교하기엔 우리 먹순이(아버지 네이밍 센스 ㅋㅋㅋ)한테 미안하지요.

 

계약 기간이 끝나 곧 방을 뺄 사람들이 부러워요. 처음 들어왔을 때만 해도 조용하기 그지 없는 곳이었는데. 아직도 계약이 끝나려면 9개월이나 남은 저로선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네요. 원룸 주인에게 말해 볼 생각이긴 한데 그 분도 달리 뾰족한 수가 있을까 싶고. 소용없을 것이란 생각이 더 강하게 드네요.

 

역시 사는 데에는 주택만한 곳이 없는 것 같아요. 사람이 많으면 꼭 미친 녀석 한 둘이 어부바 귀신마냥 붙어서 떨어지질 않으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7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81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327
116 내일 이런 내용의 기사 반드시 나옵니다! 확실합니다. [2] chobo 2011.10.26 2441
115 프로즌 (겨울왕국) 강추 상영관은 어딘가요? (+약간의 감상평) [7] Rockstar 2014.01.26 2440
114 [바낭?] 보고싶고, 그립습니다, 안 선생님..[그림有] [3] miho 2011.07.17 2433
113 [바낭] 누가 혹사 시켜서 선수 망가졌다 는 말.. [2] Apfel 2010.10.16 2430
112 팔자 핀 황금목소리 노숙자 [5] 가끔영화 2011.01.07 2389
111 [스포일러] 짤막한 '설국 열차' 관람 후 잡담 [8] 로이배티 2013.08.06 2352
110 [바낭]삼호드림호 선원들 몸값이 105억 [5] schwein 2010.11.14 2345
109 [여행] 터키 여행 갑니다! 조언 부탁드려요! [11] Francisco 2011.06.15 2344
108 [아이돌잡담] 올릴 만한 글을 올릴 만한 타이밍에 적습니다 -> 인피니트 신보가 나왔...; [14] 로이배티 2012.05.15 2341
107 [종료] 이소라의 프로포즈 vol.1/vol.2 [5] 2013.03.02 2339
106 아시안 게임 남자 축구, 재앙의 역사는 되풀이 된다? [3] chobo 2010.11.23 2321
105 [잡담] 듀나님 단편집 출판 축하드립니다, 우리집 고양이가 이젠 늙어서 아파요, 그러는 나도 늙어가고 아프고 [17] Q 2011.01.26 2311
104 <위험한 관계> 소설-영화 좋아하시나요? [21] kiwiphobic 2012.03.26 2301
103 EPL 마지막 라운드! [57] chobo 2012.05.13 2278
102 [멘붕..결국 듀나인] mydvdlist 망했네요../ 그렇다면 이런 성격의 어플은 없을까요? [2] kiwiphobic 2012.09.22 2270
101 PC 모니터, TV는 역시 대기업 제품을 사야한다는 [9] chobo 2012.04.04 2268
100 현대차 광고 좋아요. [9] 푸른새벽 2012.04.17 2261
99 (어제글에 이어) 미국 대학교 강의 교재에 한국이 인터넷 통제 주요 3대 국가로 거론되었답니다. [12] chobo 2013.02.14 2260
98 (야구 이야기) 금요일 LG 리즈가 한국신기록을 세웠더군요(LG팬분들은 클릭금지). [6] chobo 2012.04.15 2248
97 성서의 저자가 보고 있다면 땅을 칠 거 예요, 아마. [8] sweet-amnesia 2011.03.18 224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