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삼이가 갑자기 아파서 병원 가서 수술을 받았습니다.

배에 몽울몽울한 게 만져져서 걱정하며 방문한 결과 유선종양, 

어려서 중성화를 안 한 노령묘에게 드물지 않게 나타나는 종양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개와 달리 고양이는 악성 종양의 확률이 매우 높다고 합니다. 

확진은 조직검사를 해봐야 알 수 있는데 그러려면 어차피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고, 종양 부위가 양쪽에 걸쳐 꽤 컸기 때문에 그러자 했습니다.

아까 3시쯤 수술 끝나고 마취 깰 때까지 기다렸다가 7시 좀 넘어서 데려왔습니다.

수술 시간만 세시간 가까이 걸린 큰 수술이었고 여덟 개 유선을 전부 들어내느라 흉터도 목 아래부터 아랫배까지 길게 잡혀 있어요. 

지금 머리와 네 다리, 꼬리만 남기고 온 몸통에 붕대가 감겨 있고 앞발에는 링거 바늘이 꽃혀 있습니다. 

영양분과 진통제를 공급받는 거지요. 수액 양이 줄어드는 정도를 보아하니 내일 진료 받으러 갈 때까지 그대로 두어야할 듯 싶습니다.  

가뜩이나 수술 부위가 넓은 편이라 흉부가 쨍기는데 붕대로 압박까지 했으니 숨쉬는 게 좀 힘들고 거칠 거라고 주의 받았습니다. 

마취가 풀렸다고는 해도 동공은 풀려 있고, 반응도 느리고

마취 때문일 수도 있다고는 하는데 체온도 매우 낮습니다. 

처음에는 안 그랬는데 어느 순간 발을 만져보니 차가운 거에요. 

깜짝 놀라서 병원에 전화 했더니 그냥 따뜻하게 해주라고, 별 일은 없을 거라고 해서 이불에 핫팩을 너무 뜨겁지 않게 만들어서 같이 넣어두었습니다. 

워낙 큰 수술이라 바로 먹을 거라고는 물론 생각하지 않았지만 물조차도 못 마시고

전신에 붕대가 감기니 움직임이 불편한지 뻣뻣하게 옆으로 누워만 있네요.

그나마 만져주거나 소리가 나면 반응하고 작게나마 숨 쉬는 모양이 보여서 옆에 붙어서 계속 쳐다만 보고 있습니다.

고양이 수술은 예전에 큰놈 수컷 중성화할 때 해보고 처음이에요. 그나마 중성화라도 전신마취지만 그때는 큰 걱정 안 했었는데

아파서 수술하는 거다보니 마음이 여간 쓰입니다.

큰놈 작은놈 여태 팔년 넘게 무병무탈해서 평소에 이런 데에 마음 쓰지 않았더니

이렇게 한꺼번에 폭풍처럼 몰아닥칠 줄은 몰랐지요. 

고양이 카페(고다 냥이네 괴수) 전부 훑어보며 관련 정보를 찾는데

병원 실수로 의료사고, 수술 했으나 끝내 무지개 다리 이런 너무 무서운 게 많아서 차마 더 못 보고

혹시나 해서 마음의 고향인 듀게에 여쭙습니다. ㅠㅠ

큰 수술 뒤의 저체온, 동공 무반응, 미약한 숨소리 이런 거 전부 일시적인 것이 맞나요? 

지금 하루 종일 지치고 힘들어서 자꾸 잠들려고 하는데, 자도록 내버려둬도 괜찮은지요?

그밖에 또 지켜보면서 확인해야 할 중요한 점들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고양이와 함께 한 지난 세월이 무색하게 이런 데에는 너무 아는 게 없으니 답답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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