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화살>..

 

뭐 제 주위는 재밌었다고 하는데...

저에게는 총체적 넌센스였고, 요 근래 본 영화 중 거의 바닥이었다고 봅니다.

 

그 유명한 석궁테러 사건의 과오는 분명합니다.  

법적인 쟁점이 개입될 여지는 다른 사건 보다도 현저히 적어요.

설령 개입된다고 해도 전체 러닝타임을 아우를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전혀 아니죠.

화살이 빗나갔던, 빗나가지 않았던 석궁을 들고 설친 이상 그 교수는 이미 위법의 세계로 초대된 겁니다.

그렇다면 위법의 세계 안에서 경중을 다퉈야 하는데 그렇게 된다면 영화적 매력은 사라지겠죠.

애초에 영화적인 어떤 매력이 발휘되려면 유, 무죄의 성립 쟁점이 문제가 될테니까요.

영화는 증거로서 화살이 가지는 비중을 초반부터 다투기 시작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내 쉽게 결론이 나올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석궁을 들고, 남의 아파트를 찾아가서, 해당 대상을 향해 겨눴다는 점은 시인하고,

대신 이것이 발사되었느냐, 우발적이었냐, 조작이냐.. 하는 점으로 넘어가죠.

\이것은 메인이 되어줄 증거조사만 하면 바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결론이 금방 나와요. 그러다보니, 영화 속에서 판사가 증거가지고 무조건 기각. 기각.기각을 외치면서 러닝타임을 벌어주죠)

증거조사를 아무 이유없이 떙깡부리면서 막는 태도는 쌍팔년도에도 보이지 않던 행동입니다.

물론 실제 사건이 그랬다는 가능성 배제할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 법에 대한 무지가 철철 넘쳐 흘러요.

결국 최종적인 해결책은 영화 후반부로 미뤄놓고

핵심을 흐트릴만한 다른 소재를 찾기 시작해요.

영화 부러진 화살의 핵심은 이 세상에서 가장 꼰대스러운 주인공에게로 집중됩니다.

 

 

일단, 주인공이 정말 밥맛이에요.

똥고집... 벽창호.. 주인공 김경호를 설명하는 단어입니다.

이 사람이 하는 일이라고는 형소법이랑 형사소송규칙 읊어대며 판사와 검사 괴롭히는 겁니다.

때론 변호사가 하는 말을 가로 막고 자기가 얘기를 합니다.

변호사 선임 강제주의, 법정대리인의 개념을 차용하는 우리나라 법체계는 골로 보낸건가요?

그런데 또 그렇게 피고인이 그것도 일어서서 휘황찬란하게 얘기를 보여주면

또 등장인물들은 심정적으로 동요를 합니다. 심지어 판사마저도요.

이런식으로 가면 관객들은 주인공의 처지를 동경하지 않게 되요. 냉소와 조소만 보낼뿐이죠.

저는 영화를 보면서 진짜 영화 속 김경호가 최소 징역 10년형에 처해지길 바랬어요.

이미 석궁테러사건 외의 장면에서 김경호가 행하는 거의 대다수의 행동은

공감마저도 이끌어 내지 못하는 행동들로 점철되어 있어요. 

 

 

또한 감독이 최소 법정공방을 다투는 씬을 기획할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찌하여 변호사와 검사를 쩌리로 만들어버리고 피고인과 판사가 다투는 시츄에이션을 만들어 내는지 실로 놀라울 따름입니다.

더군다나 피고인의 땡깡과 고집에 판사는 거기에 그에 상응하는 땡깡으로 맞서요.

이거 코미디죠?

(실제 관객들이 꽤나 안성기씨 땡깡부릴때 꽤나 웃었습니다.

이 영화가 웃길 의도가 전혀 없었는데 실제 상영을 하니 다수의 관객들이 웃는다?

그렇다면 정말 이 영화는 큰 난국에 봉착한 셈이죠)

법정 공방을 이면으로 한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다투는 거라면 조소라도 내겠어요.

판사의 밑도 끝도 없는 땡깡의 향연속에 사법부의 부조리를 읊는 후반부 클라이막스는 정말..  

전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아니, 연결고리 자체가 안보이는데 사법부의 부조리.. 이유없는 땡깡은 부조리란 거군요.

적어도 법정공방 씬을 그려낼때는 주장하는 이의 입장에서 논리가 보여야 합니다.

전혀 없어요.

 

 

그리고 강간씬은 왜 집어 넣었나요?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해도 저렇게 구린 연출력을 보여주진 않았을겁니다.

교도소라면 으레 그런 일이 있을거라고..

미드나잇 익스프레스와 금자씨등에서 으레 그랬을.. 이미 진부의 단계를 넘어선 클리셰라니..

교도소의 이미지가 보여주는 전형적인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한 모양인데

정말 이거 왜 넣었죠?

 

 

또 웃긴게 이런 김경호의 행동에 죄수들이

점점 김경호에게 동화가 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되죠.

심지어 간수마저도..

 

깔 게 너무 많은 영화에요.

법정씬을 찍을거면서 법정 배경 지식이 전무하다는 것.

주인공에게 심정적인 동요가 1%도 가지 않는다는 것.

매우 좋지 않게 끝나버린 실제 주인공이 오버랩 되면서,

불필요한 교도소의 강간 설정씬도 생각이 나는군요.

주인공 주변 인물들도 하나같이 90년대의 어느 한국영화에서 보였을 설정, 몸짓, 대사...

 

정지영 감독은 13-4년 만에 신작을 내놓으셨다는데

감독으로서는 여기까지 인거 같네요.

퇴보하고 있어요. 역행하고 있죠.

배경음악과의 매칭도 안드로메다로 보낸지 오래고..

마지막 프랑스대혁명과 드레퓌스 언급은..

와.. 진짜 상영관 뛰쳐 나가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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