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사람들의 대화를 회의록으로 작성하거나 녹취할 일이 좀 있었습니다.
그 녹취록을 컴퓨터로 정리하다보니 참으로 홍상수 영화 스럽더군요.

 

일반적인 드라마나 연극의 정형화된 대화들은 조리가 있고 맥락이 있습니다.
물어본 말에는 그에 맞는 대답을 하고, 말을 많이 끊거나 중언부언하지도 않습니다.

 

홍상수 영화의 대화, 특히 술자리의 대화는 서로 하고 싶은 말을 합니다.
딴소리도 하고, 사람들간에 왜 저 말을 하는지 모르겠는데, 하여간 말을 내뱉습니다.
화제의 전환도 생뚱맞습니다. 왜 갑자기 저 소리를 하는거야??갑자기 왜 저게 생각났대??
그 와중에 무의식을 반영하는 헛소리나 의미심장한 말실수(프로이트가 보면 좋아할만한)를 합니다.
대화는 대개 주제가 없고, 자기 자랑이 섞이거나 서로의 입장만 재 확인하고, 대화를 통해
공감되거나 중요한 결론이 나오는 경우도 없습니다.
그래서 교수나 영화감독은 제 권위를 내세워 대화의 주도권을 잡으려 합니다.

 

현실도 이와 같더군요.
당최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하지도 않으면서
자기 아는 것만 늘어놓으며 잘난 척을 하기도 하고,
정말 진지하고 서로 공감하는 대화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와서 적어보니 우문현답, 동문서답, 모든 종류의 커뮤니케이션 장애를 다 볼 수 있었습니다.

 

 

홍상수 영화는 정말 보물입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71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23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4768
49 EM 효소발효액 청담동에서 직구하면 사러 오실 분? [25] Paul. 2010.12.13 2784
48 저는 아이유를 사랑하는 것 같아요 [6] 사과씨 2010.12.08 2879
47 제가 생각하는 <자이언트>의 결말, 혹은 반전 [3] 둘세데레체 2010.12.06 2128
46 듀게님들은 책이 좋으세요, 영화가 좋으세요? [15] phylum 2010.12.04 2069
45 강용석 몹시 화났다 [2] 가끔영화 2010.12.01 2971
44 [시국좌담회] 오는 겨울(지금?) 심상정씨와의 좌담회가 있을 예정입니다. [4] nishi 2010.11.19 1674
43 [시국좌담회] 이번 겨울에 심상정씨를 초청한다면 어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5] nishi 2010.11.16 1431
» 현실의 대화는 죄다 '홍상수 영화'스러워서 '홍상수 영화'를 좋아합니다. [12] Rcmdr 2010.11.15 3160
41 [시국좌담회] 12월이나 내년 1월 (혹은 2월)에 진보신당의 심상정씨를 모신다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4] nishi 2010.11.10 1330
40 [듀나인] 프랭클린 플래너 좋은가요? [8] 가라 2010.11.09 2170
39 [시국좌담회] 지난 8월 한 달 동안 있었던 좌담회들 녹취록 링크 (8, 9, 10, 11) [4] nishi 2010.11.08 1488
38 [바낭] 무.. 무서운 교수ㅡㅜ [2] 불별 2010.11.05 2370
37 [시국좌담회] 10회기 불완전본 올립니다. nishi 2010.10.28 990
36 비슷한 또래의 여자들이랑 친해지기가 힘들어요, 하아. [28] Paul. 2010.10.26 5096
35 [시국좌담회] 구회기 미완성본 올립니다. 앙겔루스노부스님께서는 확인 좀 부탁드립니다. [3] nishi 2010.10.19 1609
34 공문서 쓰기에 가장 간지나는 폰트는 무엇일까요. [22] Paul. 2010.10.18 34125
33 황제의 귀환. 임요환 GSL 예선통과 [6] 에이왁스 2010.10.11 3070
32 [시국좌담회] 녹취록을 풀다 보면... [2] nishi 2010.10.01 1853
31 본토인도 잘못 듣는 노래가사 베스트 20 [10] 가끔영화 2010.09.22 5552
30 쇼핑중독에 걸리는 이유를 알 것 같아요. [8] 태엽시계고양이 2010.09.21 572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