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워낙 잘 안 보긴 하지만, 요즘 예능프로그램들을 보면 프레임이 정형화되는 것 같아요.

모든 예능프로그램들이 그런 건 아니지만, 이런 게 예능이다 라고 하는 그 어떤 기준을 보면 아래와 같아요.


굳이 코미디를 위한 인위적 연출, 즉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머리 싸매 고민하는 연출을 크게 할 필요가 없어보여요.

그냥 '평소 하던대로 해' 라고 내비두는 성향이 있어보여요. '그 자연스러움이 재밌는거야' 라는 거죠.

문제는 머리 싸매 고심한 아이디어로 나온 코미디가 아닌 그냥 이러한 자연 표방 방치형 코미디에서는,

시청자 입장에서 특별할 게 없다는 거예요. 그러한 그들의 모습은 굳이 TV앞에 앉아서 보지 않아도,

내 주변의 실생활에서 주변사람들과도 함께 할 수 있고 이게 더 즐겁기까지 하죠.

어떻게 보면 안타까운 거이기도 해요. 사람들과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어 TV의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요.


예능에서 막내가 텃밭에서 고추를 딴다고 쳐요. 자막은 '막내도 쉬지 않고~' 라고 뜨겠죠.

더워서 얼굴에 흐르는 땀방울 클로즈업 하면서 '어느새 땀이 송글' 이라고도 할 거예요.

이런 걸 보면서 왜 웃어야 하고 재밌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거예요.


식사를 얻어먹었으니 설거지를 하는 걸 보고 대견하고 멋져 보이게 연출을 하는데 그게 대견할 건 없어요.

설거지를 하다가 식탁에서 들리던 대화에 고개를 젖힌 걸 보고 '휙' 음성 효과를 내거나,

바닥의 쓰레기통을 발로 여는 걸 '톡' 하고 효과를 주는 것 따위가 예능일 순 없어요.


누군가 라면을 끓여요. 세상에 라면스프 뜯는거마저 자막을 붙이더라구요. '스프는 스냅을 이용하여~' 라고하는걸 보고 혀를 내둘렀어요. 그게 남성미 있었다라는 거 같기도 한데, 누구나 스프는 스냅으로 한번 터는 거 아녔어요?

(네 꽃보다청춘에서 촬영분량이 부족했는지 그런걸 넣더라구요. 해당 배우가 멋이 없다는 의미는 아님)


그런 예능이라면, 굳이 연예인을 쓸 필요도 없는 것 같다는 생각도 가끔 해요.

TV에 나올 수 있을 정도의 말끔함이라면, 외모로나 재능으로나 뛰어난 일반인도 많으니까요.


'꽃보다 청춘'이나 '정글의 법칙' 의 경우 그래도 단 한 번도 경험할 수 없는 해외의 풍경을 담아내고 그곳을 소개하려는 연출과 고심이 느껴지긴 해요.

근데 전반적인 예능의 흐름은 앞서 얘기한 것과 다르지 않죠.


'꽃보다' 시리즈를 좋아했고 꽤 봐오긴 했지만, '꽃보다 누나'에서의 문제는 사생활 침해였어요.

아무리 자연스러운 예능을 표방해도, 침실의 천정에 카메라를 설치해 놓을 필욘 없는 것 같아요.


자신의 아기를 육아하는 것을 예능으로 다룬 것을 보면, 당연히 이쁘고 귀여워요.

이게 근데 그 배우의 아기이기 때문에 특별히 더 이쁠 것은 없어요.

내 옆에 있는 실제 아기로도 그 이쁨은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냥 하던대로 생활하는 모습을 옆에서 카메라로 담는 게 예능이 될 수 있다는 거죠.

문제는 이게 관객에게 특별할 게 없다는 거구요.


고심한 흔적이 있는 예능은 뭐가 있을까요?

'개그콘서트' 나 '무한도전' '비정상 회담' 또는 오디션 프로그램 같은 것일텐데.


무한도전의 경우는 그런 면에서 대단한 거 같아요.

평상시 볼 수 있는 주변 사람들이 아닌 확실한 자기 캐릭터를 고수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그리고 흔한 예의범절의 행동이어야 한다는 틀도 깨고 있구요.

게다가 매회 의미있는 일을 하기도 하고, 어떤 게임 같은 걸 하면서 자연스런 예능을 만들기도 해요.


제일 좋아하는 예능 중 하나가 비정상 회담예요.

출연진들에게 각자 캐릭터를 형상화해주니 더 재밌어지기도 하고,

매번 주제를 바꾸면서 그것을 토론하고,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는 한국인만의 시각이 아닌 외부인의 의견을 듣는 건 재밌는 것 같아요.


모든 예능이 앞서 말한 것 같다라는 뜻은 아녜요.

근데 상당한 예능들이 저렇게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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