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2B와 관련된 악명은 익히 들은지라 보지않으려고 이리저리 몸을 뺐었는데, 친구님이 덜컥 예매까지 해놓고 저를 부른 바람에 어제 보고왔습니다.

영화의 구성이라던가 질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 별 기대감 없이 봤어요.

아, 이쯤까지 로맨스 하겠구나, 이제 뜬금없이 북한에서 전투기 띄우겠구나, 이제 급 수습하겠구나......

그냥 '공군도 살만해, 조종사 무지 멋있고, 이 사람들 무지 인간적이고, 착하고, 근데 이런 사람들을 북한놈들이 죽이는데 우린 총도한발 못쏴! 거기다 이놈들 핵도들고있네!'라는 이야기를 2시간안에 쑤셔박은 느낌입니다. 공군홍보와 종북좌파세력 의식화(?)를 위한 속이 빤한 영화.(그런데 이렇게 얄팍해서 누가 설득이나 되겠어요?) 거기다 오글거림은 덤이구요.(특히, 모 인물이 사망하는 장면은;;;; 감독이 귀에다 대고 외치는 소리가 들릴 정도입니다. '울어라! 울어라! 제발 울어라!')

특히 김성수는...... 그냥 옛날 반공영화에서 목소리를 따와 더빙시켰다고 해도 믿을정도......

 

 

아무튼 R2B에서 중요한건 그게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영화값을 전혀 아까워하지 않고, 심지어 DVD구매까지 고려하는 건 민호(정석원)-석현(이종석) 커플때문!

물론 버디무비나 남성액션영화의 브로맨스야 이제는 흔하디 흔해 별 감상도 없다지만, 민호-석현 커플은 이건 안보고 안써본 사람의 솜씨가 아니다 싶을 정도로 양질의 팬픽스러움(?) 자랑합니다.

이게 단순히, 두 사람이 로맨스의 분위기를 풍기며 엮이는 구나 수준이 아니라, 두 캐릭터의 설정이나 화학작용이, 고등학교시절 제가 읽어온 그 글들을 유사하다고 할까요.(//////) 유사한 정도가 아니라, 이정도면 정말 탁월하다고 말 할 수 밖에 없을 정도.

 

 

 

 

두 사람의 화학작용이 제대로 드러나는 건 훈련 장면이였는데요.

우선, 최중사(정석원)이 큰 총(어차피, 저나 같이 보러간 사람이라 총에는 문외한으로...... 그냥 긴거면 큰총......)을 들고 앞에서 뛰어다니는 동안, 지석현 중위(이종석) 작은 총을 들고 쫄쫄 쫓아다닙니다. 그러다 잠시 쉬는 시간을 주는데, 최중사 옆에 종석군이 저렇게 앉아요, 최중사가 담배를 주니까 한대 무는데, 담배를 안펴본 모양인지 한모금 마시더니 기침을 합니다.(이쁘장 하게 콜록거립니다. 절대 저처럼 우웨웨웨웨웨웨웨엑 하지 않아요.) 최중사가 살짝 비웃으면서 '(부모님 밑에서)엄하게 자라셨군'이라고 하자, 종석군이 '나 사실 고아야, 부모님 누군지도 몰라' 대충 이런 드립을 날립니다. 대략 보호본능 자극하는 눈빛으로요.

 

그랬더니 최중사, 구조팀은 죽어도 조종사는 살아야 하는 거라고, '목숨다해 지키겠다'라는 드립을 날립니다. 그랬더니 종석군이 샤방샤방 꽃미소를 날려주는데......

 

순간 극장에서 친구와 손잡고 일어설뻔 했습니다.

여리여리한 중위님과 그를 지켜주는 강건한 중사님의 조합이라니, 이게 무슨 그림이냐고요.

생각지도 못한 영화에서 터지는 밀리터리 게이 로맨스 포텐이라니!!! 이것이야 말로 무수한 동인지-팬픽 에서 다루는 커플링의 모범사례가 아니면 무엇이겠냐고!

 

게다가 나중에 석현이 북한에 고립되고, 북한군에게 쫓기다 팔에 총을 맞고 쓰러지는데, 그때 헬기를 타고 등장하는 최중사의 모습은... 아......

거기다 최중사가 석현을 들쳐업고 헬기까지 뛰어갑니다! 헬기의 사랑의 유람선 화.....

 

저희는 저 3분으로 김조광수의 2시가늘 날려먹었다며, 북한에서 핵이 날아가려하건, 비가 미사일을 날리건 말건 좋아하느라 어쩔줄 몰라했지요.

그날 친구와 술을 마시며, 아, 정말 중고등학교때 신세계(?)를 열어주었지,  하며 그때 그 언니들은 다 어디갔을까...... 그 신들린 글들..... 오랜만에 왠 생각지도 못한 영화가, 아련한 기억을 되살리는 구나 했습니다. 빨리 이 커플을 널리널리 알려서,  민호-석현 커플의 R2B번외편을 보고싶다는 생각이.......(물론 영화사에서 제작해준다면 더 좋겠지만, 그건 가능성이 현저히 낮고, 언니들의 신들린 글을 다시보고싶어요.)

 

 

아무튼 이 흐뭇한 커플이 나오는 5분여의 순간(나중에 북한에서 총맞고 실신한 석현을, 최중위가 구해주는 장면까지 포함하면 5분쯤 될라나요.)을 위해 만원에 가까운 돈을 꼬라박을 사람들에게 영화를 홍보하는 중입니다. R2B가 어쩌다 손익분기점을 넘으면 저희 덕이여요, 하고 좋아하고 있는데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6&oid=404&aid=0000011172

이런 대형 떡밥이......

 

 

 

 

흥해라 흥해, 민호-석현 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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