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정모 주제도서는 서경식님의 시의 힘이었습니다. 관련해서는 어제 남긴 글이 있어서 더 설명드리지 않아도 될듯하고..


모두 열세명이 모여서 각자가 생각하는 이 책에 대한 내용과 각자의 애송시를 낭송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가 적어둔 독후감(?)과 별개로 발제자가 준비해주신 주제중에 인상깊었던 건 책중에 언급된 빅터 프랑클과 프리모 레비가 아우슈비츠를 바라보는 관점 같은 것들. 비극을 넘어선 참극을 객관화 혹은 픽션화 시키는 인간의 문제, 인간의 선에 대한 질문들과 이데올로기가 예술을 압도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들이었습니다.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오갔구요. 


제가 발제자의 말씀중에 귀기울여 들은 것은 공식적인 교육을 받지 못한 서승, 서준식, 서경식 형제의 어머니인 오기순 여사의 사례입니다. 오기순 여사는 아들들이 옥에 갇힌 이후에야 글을 배우고 돌아가실때까지 자유자재로 의사표현을 하는데 문자를 활용하기 어려운 분이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책을 읽어보면 그렇기 때문에 사고가 유연하고 국가나 체제가 강요하는 틀안에서 살아가길 거부하는 측면도 있으셨죠. 어찌보면 국가라는 틀안에서의 교육은 말을 잘듣고 제대로 작동하는 톱니바퀴를 만드는 과정에 불과하고 믿고 있던 국가나 체제가 개인을 배신할때 잘 교육된 개인이 맞이할 비극은 예견된 참극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 참극의 가장 슬프고도 참담한 그리고 분노를 불러 일으키는 사례를 우리는 목도한 적이 있죠. 기울어가는 배안에 가만히 있으라고 했을때 고분고분하게 말을 들었던 세월호의 승객들입니다. 


과거에 써뒀던 글들을 편집한 책이기 때문에 이 책에서는 아우슈비츠를 언급하면서도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세월호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각자가 낭송한 시는 이상의 "이런 시"부터 오에 겐자부로의 "우리들의 광기를 참고 견딜 길을 가르쳐 달라"의 서문까지 다양했습니다. 목소리로 체화되는 시의 울림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끝나고 가진 2차는 여느때보다 집중한 정모 분위기때문이었는지 차분하게 마감되었습니다. 여느때처럼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고 함께 해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다음 달 주제 도서는 제3세계 문학을 다룰 예정이고.. 4월에는 작가와의 대화를 준비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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