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4.04 00:55
생각보다 많지 않은 인원이 모이셨지만 예정대로 정의당 박원석 의원 보좌관을 지내신 박선민 작가와의 대담이 있었습니다. 스웨덴을 가다라는 책을 기본으로 북유럽 사민주의와 우리의 정치 현실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오간 자리였네요.
오간 이야기를 먼저 전해드리고 밑에 글에서 여러분이 제시한 물음에도 가능한한 답해 드리지요.
스웨덴이 완벽한 복지국가처럼 보이지만 사실 최근의 상황을 보면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어디든 제도적인 혹은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는 법인데 그게 크냐 작냐의 차이겠지요. 스웨덴이 지금의 사회를 건설한데 가장 중요했던 것이 철학이냐? 제도냐? 라고 물었더니 공유와 합의가 단단하게 지켜지는 스웨덴의 공고함에 대해 말씀해주셨습니다. 일단 다수의 합의가 이뤄지면 그걸 보완하는 제도는 금새 만들 수 있는 것 같다구요.
그런 합의를 얻기 위한 상호간의 신뢰회복에 대해서도 질문을 드렸는데 사람들의 정치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게 먼저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실제로 스웨덴 국민의 투표율은 90%를 넘어선 적도 많고 평균적으로 80%이상은 된다고 하더군요. 정치에 대한 관심과 적극적인 교육이 어찌보면 사민주의라는 절충적 제도를 지탱하는 풀뿌리인것 같습니다. 반면에 한국에서 정치인에 대한 호감도와 신뢰도는 사기꾼이나 조폭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현실이겠죠. 안 그런 정치인도 많지만 제대로 홍보되거나 알아주는 국민들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신뢰부재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릴적부터 정치에 대한 관심을 불어넣고 교육을 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만큼 사회적인 안전망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도 안되는 무한 경쟁 사회에서 한가하게 정치 얘기를 할 여유가 어디 있느냐는 태도지요. 하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정치가 그만큼 문제가 많으니 먹고사는 문제가 힘들어진다는 이야기도 성립이 됩니다. 어렵네요.
복지에 대한 예산 문제와 부유세, 목적세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습니다. 의료와 교육, 고용중에 하나에만 투자해야 한다면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도 있었구요. 흥미있는 대화가 오고갔습니다.
그외에 스웨덴 연수에 대한 가벼운 이야기, 책 제목을 좀 더 자극적으로 뽑았으면 더 많이 팔렸을거라는 이야기, 스웨덴 유학을 고민하는 청년의 이야기, 각자가 정당을 만든다면 어떤 당을 만들고 싶냐는 이야기들이 이어졌습니다. 위풍당당, 사랑당, 환경당, 소비자당.. 같은 아이디어들이 나왔고 실제로 정당을 창당해보면 어떨까 라는 이야기까지 이어졌습니다. 재미있는 시간이었고 작가님도 시종일관 어렵고 무거운 질문에는 진지하게 가벼운 질문에는 유쾌하게 대답해 주셔서 좋은 시간 보냈습니다. 다 마치고 사인회도 했구요.
밑에서 세분이 질문을 올려주셨는데 일단 작가님께 여쭤보지는 못했어요. 너무 제가 늦게 본 탓에.. 오간 이야기와 분위기를 바탕으로 제가 답변해 드리자면..
최상위 복지를 실현하고 있는 국가에서
한국의 우파들이 주장하는
도덕적 해이의 실태와(그론 게 있는지 있다면 어떻게 발현되는자)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 알고 싶고
스웨덴의 복지를 가능하게 하는 사회경제적 물적토대를 알고 싶어요.
질문하신 도덕적 해이라는 건 보편적 복지를 하면 나라가 망한다. 스웨덴도 사민당이 선거에서 계속 지고있는게 그런 공감대가 형성된 증거다..라는 일종의 프로파간다인 것 같아요. 조중동의 프레임이죠. 실제로 스웨덴의 우파연합은 새로운 노동자당이라고 자처할만큼 노동자 친화적이라고 합니다. 기본적인 복지제도에도 변동이 없구요. 다만 사유재산에 대해 자유도를 높이고 이민자에 대한 정책에 차이가 있는 정도로 구분되고 앞서 말씀드린바와 같이 기본적으로 노조, 정권, 기업이 합의하에 국가를 운영하는데 이미 70년전에 체결된 샬트셰바덴 협약이 계속 정신적인 기둥으로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한마디 더 보태자면 2014년에는 사민당이 다시 정권을 잡았구요.
선진국이라고 처음부터 복지나 제도같은것이 잘 정비되어있지는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문제들(복지, 노동법등등...)을 어떤식으로 해결했는지, 진행하는 과정에서 누구의 역할이 중요했는지 (예를 들면 정부, 기업, 시민단체의 운동) 알고싶습니다.
역시 뛰어난 정치인들, 노조, 시민들이 합의한 샬트셰바덴 협약이 가장 중요한 터닝 포인트였던 것 같습니다. 관련 서적을 읽어보시는게 제일 낫겠지만 코뮨, 란드스팅, 릭스다그로 이어지는 국민의 뜻이 반영되는 정치 제도가 스웨덴 사민주의를 지탱하는 근간이 아닌가 싶네요.
노동시간은 우리 한국에 비해서 짧지만 노동강도는 상당히 높다고 들었습니다. 이는 스웨덴 말고도 다른 북유럽 국가들 모두의 특징이라고요. 그 비결이 어떤건지 듣고 싶네요.
노동 시간이 짧은 대신에 집약도가 높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보여주기 위한 전시용 쇼가 아니라 실제로 필요한 일을 하는거 아닐까요?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노동 시간은 많지만 실제로 일다운 일을 하는 시간은 짧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작가님의 대답이 아니라 죄송하구요. -_-;; 제 생각에 동의해주실거라 (제멋대로) 믿어 봅니다.
다음 모임은 곽재식 작가님을 모시고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흥미진진하네요.
마치기전에 독서모임과 상관없는 광고 하나 전해드리자면.. 조만간 "합리적인 소비자를 위한 정당, 줄여서 소비자당" 창당을 위한 중앙당 창당 준비위원회를 발족할 예정입니다. 웃기는 말일수도 있고 하다가 흐지부지 될 가능성도 없지 않아 있지만 이념 논쟁을 떠나 진보도 보수도 아니고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일반 시민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정당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일단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일단 오늘 모이신 저를 포함한 여섯분은 발기인이 되어주기로 흔쾌히 동의하셨으니 발기인 대회까지 이제 194명만 더 모으면 되겠습니다. 이 엉뚱하지만 재미있어 보이는 정치 실험? 혁명? 뜬금포? 에 동참할 의향이 있으신 분은 개인적으로 쪽지나 댓글 주시면 진행 상황을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불타는 금요일 밤이라는데.. 다들 즐거우신지 모르겠습니다. 행복한 주말 되시길 빌면서 이만. ^^
2015.04.04 14:30
2015.04.04 15:18
이 댓글에 좋아요 100개 정도 쏘고 싶습니다 ++
2015.04.04 20:01
하하...
음 하나 덧붙이자면, 지난 선거전에 영국 가디언지에서 외부인으로 볼때 스웨덴 선거 결과는 참 이상하다. 이 (우파 연합) 정부는 유럽으 어느 나라보다 경제위기를 잘 이겨 내었다 그런데 어째서 정권을 잃는 걸까? 란 글을 쓴걸 읽은 기억이 납니다. 2014년 선거의 승리자는 제가 볼때는 우파도 좌파도 아닌 극우파 입니다. 그 선거 결과가 나오고 나서 그 다음날 학교에서 다들 충격으로 헤어나지 못한 걸 기억합니다. 아무리 스웨덴 사람들이 우리는 그렇게 멍청하거나, 인종차별주의가 아니야 라고 주장한다고 해도, 혹은 이것이 좌파가 점점 더 우로 움직여서 일어날 현상이라고 해도 변명의 여지 없이 10%가 넘는 사람들이 극우에 표를 던진건 사실이니까요.
2015.04.05 01:46
지난 선거에서 박근헤를 찍지 않은 한국인들이 느꼈던 충격만 하겠습니까만.. 그렇게 충격받았다는 것 자체가 스웨덴 사회의 건전성을 보여주는거라 생각합니다. 말씀대로라면 한국인은 과반수가 멍청하고 차별적이고 독재 회귀 성향이라는 이야기니까요. 한심하고 참담하죠.
2015.04.05 01:36
실제 거주민이 써주시는 글이니 모임에서 나눈 이야기에 더해 많은 부분 이해가 되네요.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스웨덴의 우파진영이 한국오면 빨갱이라는 말이 제일 와닿네요. 이번에 스웨덴 사민주의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느낀 제일 좋았던 점은 약속과 합의가 지켜지는 사회라는 점이었어요. 그런 면이 제일 부럽습니다. 극우파 스웨덴 민주당은 좌, 우 양측에서 끼워주지 않는 포지션이라고 들었는데 이번 선거에서 세력을 확대했다는게 어찌보면 스웨덴 사회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해요.
2015.04.04 15:20
모임 후기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질문댓글도 올렸었지만 후기가 무척 궁금했거든요.
그런데 다소 실망스러워요. 너무 일반론적인 느낌이 강해서 ㅠ.ㅜ
전해주신 대담의 분위기나 내용만 봐서는 해당 서적을 구해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안들정도로....
2015.04.05 01:44
일단 책 자체가 스웨덴 연수기? 정치쪽에 방점을 찍은 여행기 같은 느낌이라.. 오간 이야기가 그렇게 심도깊은 것은 아니었는데 제 후기도 많은 부분 생략된 것이 있어 아쉬움을 느끼신 것 같습니다. 죄송. ㅎㅎ
책은 좋은 책입니다. 후마니타스에서 나온 스웨덴 3부작이 있다고 작가님이 말씀해주셨는데 스웨덴의 역사와 정치, 제도에 대해 심도깊은 분석을 한 "복지국가 스웨덴_신필균" 암살된 수상 올로프 팔메를 다룬 "올로프 팔메_하수정" 그리고 이번에 저희가 같이 읽은 "스웨덴을 가다_박선민" 이죠. 세권 다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복지국가 스웨덴 다 읽으면 올로프 팔메도 읽어볼 생각입니다.
스웨덴 사민주의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좀 더 공부해볼 생각이라.. 뒷 이야기가 좀 더 있을 것 같은데요. 기회되는대로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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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웨덴을 가다, 박선민 작가님과의 모임 후기 [7] | 칼리토 | 2015.04.04 | 1773 |
여기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2006년 사민당의 선거 실패 그리고 2014년의 성공에 대해 짧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2006년이면 사민당은 1994년 부터 쭉 집권하고 있었으니 스웨덴 역사로 봐서도 장기 집권입니다. 보통 울로프 팔메를 생각하고 사민당이 스웨덴에서 쭉 집권하고 있었던 것처럼 생각하지만, 1976에서 82년까지는 moderat (우파진영의 가장큰 정당)가, 82년에서 91년까지는 다시 사민당이, 그리고 91년에서 94년까지는 우파가 집권했습니다.
2004년이면 그때 수상인 여란 페손이 수상으로 있은지 10년이 되었고, 이렇게 10년동안 한 사람이 수상을 한 일은 70년대 이후에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원래 2004년에는 이 사람 다음 주자인 안나 린드가 사민당 당수로 선거에 나갈 생각이었는데, 불행이도 린드는 정신병이 있는 사람에 의해 대낮에 백화점에서 칼에 찔려 죽습니다. 스웨덴 사람들에게 큰 쇼크였던 일이죠.
또 우파진영에서는 moderat 뿐만 아니라 다른 세게의 정당이 함께 협의해서 우리 넷이 관반수를 얻으면 같이 집권하겠다란 대안을 내놓습니다. 그러면서 그중 제일큰 moderat 우리야 말로 새로운 노동당이다 왜 우리는 일자리 창출에 힘쓰니까, 라는 거짓선전(네 제 개인적인 정치적 성향이 나오죠) 하면서... 이 선거를 이겼습니다. (사실 사람들이 여란 페숀을 지겨워 한것도 있고요).
그들이 집권한 8년 동안 굉장히 많이 우쪽으로 움직였습니다. 많은 복지가 약해지거나 없어졌고요. 또 2014년 선거때는 그에 대한 반발이 강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우선 여기의 우파진영은 한국에 가면 빨갱이 입니다. 스웨덴 국민의 생활과 국가는 너무나 밀첩한 관계를 가지고 있어서 그 기본적인contract 를 저버릴 수 없습니다. 그러면 스웨덴 사람들의 삶은 운영되기가 힘듭니다. (언제가 여기 세미나에 저희 동류중 한명이 마치 이런 관계가 자연스러운 것처럼 쓴 대목을 읽고 제가, 이것은 전형적인 스웨덴 생각이다, 라고 지적한 적이 있습니다.)
2014년 선거가 마치 사민당의 새로운 승리인양 보는데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사민당과 연합을 이룬 녹색당, 그리고 그렇지 않지만 우파가 아닌 사민당을 지지하는 게 당연한 좌파당까지 다 합해도 과반수를 얻지 못했고, 대신 어느 쪽에서도 (아직은) 끼워주지 않는 극우파 스웨덴민주주의 당이 3번째로 큰 당으로 무러 10%가 넘는 표를 얻었습니다. 덕분에 그 선거 끝나고 스웨덴 정치는 정신이 없더니... 제가 요때 좀 정신이 없었는데, 결국 좌파 연합이 제안한 예산안이 넘어가지 못했습니다.
사민당도 지금은 너무 우파입니다. 진정한 노동자의 당이라고 보기에는 그 보다는 고, 중산층의 당이 되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