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읽은 책들

2012.07.06 16:33

만약에 조회 수:2752


1. <사라진 직업의 역사> 



조선 근대와 식민지 시절 나타났다가 현대에 와서 사라진 9개의 직업을 다루고 있습니다. 

전화교환수, 변사, 기생, 전기수, 유모, 물장수 등의 직업군에서 가장 흥미가 갔던 건 물장수 였습니다. 

어렸을 때 북청물장수라는 단어를 많이 들었던 기억이 났기 때문입니다. 내용 역시 흥미로웠는데 물장수들이 협회를 만들고 

상수도회사가 그 협회를 압박하며 지금처럼 물 사정이 좋지 않던 예전의 모습을 그려냈고 있었습니다. 

요즘은 물을 펑펑 쓰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곧 빠른 시기안에 광범위하게 사막화가 진행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언제가 될 지 알 수 없지만(안 되면 더욱 좋겠지만) 저때와는 다른 의미의 물장수가 또다시 등장할 거란 예감이 듭니다. 



2.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예감하니 이 책이 떠오르네요. 사두고 진도가 나가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 순식간에 읽어 버린 소설입니다. 

줄리엇 반스의 소설은 처음이었는데 그 이전작들도 읽고 싶어졌습니다. 이 책은 150쪽 정도 되는데 부커상을 수상할 때 

누군가 장편소설치곤 분량이 적지 않냐고 했답니다. 작가는 한번 읽으면 반드시 두번 읽게 된다. 그렇게 되면 300쪽이니까 전혀 적지 않다 라고 합니다. 

네, 저도 한번 읽고 나서 다시 처음부터 읽었습니다. 작가의 공언대로 되니 기분이 야릇하더군요.

아무튼 이 소설은 "비극"입니다.  이 말은 이 소설이 진지하기만 하다거나 공포 혹은 전율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윤리라는 단어의 허상을 깨부수고 그럼 대체 우리가 아는 악은 어디에서 오는거냐 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에 비극이라고 생각합니다. 


3. <코르푸스> 



코르푸스, 라틴어로 우리 말로 하면 몸(들)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코르푸스는 자연과 인간, 영혼과 몸, 구분되어 있으나 구분되지 않은 것들의 총체라고 합니다.

장 뤽 낭시라는 어디서 이름 한번쯤 본 적은 있지만 잘 알지 못했던 프랑스 철학자의 이 주장은 낯설기만 합니다. 

하지만 읽다보면 점점 설득되어 갑니다. 몸은 단순히 육체나 신체가 아니라 몸 자체, 아니 그냥 몸인 것입니다. 

프랑스 철학자 특유의 말장난 같은 현란한 수사가 종종 길을 잃게 하지만 낭시는 매혹적인 문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에서 '나는'은 결국 코르푸스로 치환됩니다. 주체가 아니라 몸이 사유하고 몸이 접촉하며 몸은 현전되었다가 끝이 없어집니다. 

대체 이게 무슨 말일까요. 하지만 이 에세이는 정말 매력있습니다. 

한때 자크 랑시에르가 지식인들 사이에서 잠시 인기이었듯이, 혹은 아감벤처럼 시도때도 없이 호명되듯이 

언젠가 장 뤽 낭시의 이름도 많이 듣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70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22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4739
67 인증(부제 : 저 이상한 사람아닙니다) [30] chobo 2014.12.31 2898
66 아이폰이 길어지면 이런 것도 할 수가 있군요! [4] 빅바흐 2012.09.21 2875
65 '회사 이미지 실추시켰다' 사장이 前직원 청부 살인 시도 [9] chobo 2010.12.17 2861
64 빵에 기뻐하는 그양반. - 2번 - [3] 오뚝이3분효리 2012.12.15 2805
63 드라마퀸을 꿈꾸는건 아니었는데 [2] 러브귤 2010.07.12 2802
» 요즘 읽은 책들 [5] 만약에 2012.07.06 2752
61 박민규 - 핑퐁 [8] catgotmy 2010.10.25 2689
60 보고 싶은데 못보는 영화는 [10] 가끔영화 2011.02.03 2680
59 이석기 판결 나왔네요. [4] 데메킨 2014.02.17 2680
58 구글 뮤직 vs 나우콤 미시시피 까칠한 사용기. [10] 이요 2012.04.27 2679
57 WindowsXP에서 화면보호기가 강제로 실행되게끔 할 수 있을까요? [6] chobo 2011.06.01 2673
56 충격에서 헤어나오고 있지 못하고 있는 보이저2 ..., 아니 보이저 1홉니다 [13] 보이저1호 2010.12.17 2655
55 지구 멸망이 조금 미뤄졌습니다. [7] 나나당당 2011.03.25 2648
54 <AK 100> AK:구로사와 아키라의 초상 잡담 [4] 룽게 2010.07.25 2641
53 한석규가 16년 만에 드라마 복귀하는걸 보니 16년 만에 드라마 복귀했던 강수연도 떠오르네요. [5] 감자쥬스 2011.09.30 2626
52 KOEI 사골팀에서 삼국지 12를 2012년에 발매하기로 결정했습니다. [7] chobo 2011.10.27 2561
51 [기사 링크] 저 같아도 목숨 걸고 싸울 거 같아요 [4] 루이스 2011.08.15 2518
50 믿었기에 실망이 컸던 영화감독의 작품이 있습니까? [33] 리버시티 2013.06.20 2457
49 라스트 갓파더 보고 왔어요. (스포 살짝) [3] 달빛처럼 2010.12.31 2453
48 (기사) 김성현 측, "박현준 거짓말하고 있다" [9] chobo 2012.03.15 235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