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다른 곳에 먼저 올려서 말투가 이런 것이니 양해 부탁드려요.)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영화 사상 최고 걸작 중의 한 편이자 개인적으로 너무 사랑하는 작품인 칼 드레이어의 <오데트>를 상영해서 추천하고자 한다.(5월 21일 오늘 오후 3시와 5월 25일 저녁 6시에 무료로 상영된다.) 나는 이 글을 읽게 되는 사람들 중에 영화 관계자들이거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만사를 제치고서라도 이 영화를 꼭 한번 보라고 권하고 싶다. 물론 듀게분들 중에 <오데트>를 이미 본 사람들이 많이 있겠지만 여전히 이 영화를 보지 못한 사람들도 분명히 많이 있다. 올해 개봉작을 포함해서 국내에서 상영되는 영화들 중에 단 한 편만 추천할 수 있다면 나는 <오데트>를 추천하겠다. 이 글은 순전히 영업용이므로 사람들이 혹할 정보를 하나 주자면 <오데트>는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이고 이번에 4K 디지털 복원판으로 상영된다. 개인적으로 역대 베스트 영화 10편 중에 한 편으로 뽑는 작품이기도 하다. 나는 이 영화를 크리스천들이 많이 봤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어떻게 보면 이 작품은 크리스천들에게 더 의미가 있으며 이 작품이 영화와 신학이 만난 최고의 경지를 보여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오데트>는 나에게 가장 이상적인 영화 중의 한 편이기도 하다. 이창동의 <밀양>이 개봉했을 때처럼 이 영화를 본 크리스천들과 열띤 대화를 꼭 나눠보고 싶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 <오데트>는 믿음과 기적에 관한 가장 위대한 영화이다.

'오데트'는 덴마크어로 '말씀'이라는 뜻이다. 덴마크의 목사이자 극작가인 카이 뭉크의 동명의 희곡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오데트>는 보겐 일가의 신앙의 위기와 극복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는 주로 실내에서 조용하고 차분하게 진행되며 기법적으로는 롱테이크와 느린 카메라의 움직임으로 찍혀있는 장면들이 많다. 이 영화의 느린 호흡은 이 영화에 자연스럽게 경건함과 초월성을 부여한다. 이 영화의 영상미는 특히 압권인데 섬세한 조명술로 인해 마치 베르메르의 회화를 방불케하는 아름다운 화면이 만들어진다.

영화 속 한 인물이 '현대 사회에서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영화는 어느 시점까지 그 말이 진실인 양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의심과 회의 속에서 영화 속 대부분의 인물들과 심지어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들조차 기적을 믿지 않게 되는 지점이 되었을 때에서야 비로소 드레이어는 놀랍게도 우리에게 기적을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그 기적은 더욱 경이적으로 다가오고 설득력이 있다. <오데트>는 결국 이 기적을 향해 나아가는 작품이다. 순수한 말씀에 대한 '믿음'이 '기적'을 실현시킨다. 그 기적과 마주하기 위해 우리가 영화의 느린 시간들을 견뎌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사 최고의 명장면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오데트>의 기적 장면은 볼 때마다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준다. 아무런 특수효과도 없이 기적을 담백하게 보여주는데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이 기적이 실제로 믿어진다. 진실로 기적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영화를 보다가 잠이 들었고 푹 자고 일어나서 <오데트>에서 기적 장면만을 본 관객일지라도 그 장면을 본 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본 시간이 결코 아깝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 기적 장면 때문에라도 이 영화를 꼭 보라고 말하고 싶다. 장 뤽 고다르는 그의 작품인 <영화의 역사(들)>에서 영화사에서 기적을 보여준 감독은 알프레드 히치콕과 칼 드레이어밖에 없다고 했었는데 정말 틀린 말이 아니다.

이제 선택의 시간이다. 아직 <오데트>를 못 보신 분들은 이번 기회에 꼭 보시기를 바란다. 다른 건 몰라도 적어도 이거 한가지는 단언할 수 있다. <오데트>를 보지 않는다면 당신은 스크린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진귀한 순간 중의 하나를 놓치게 되는 것이라고 말이다. 만약 당신이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영화 사상 가장 놀랍고 숭고한 순간 중의 하나를 마주하며 정말 기적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이런 순간과 마주하기 위해서 우리는 영화를 보는 것은 아닐까? 부디 많은 사람들이 <오데트>의 기적과 대면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42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7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605
174 김비서 드라마 회의록 [11] 사과식초 2010.08.24 10703
173 노트북에 동인지 넣고 캐나다 갔다가 세관에 걸려 징역 1년 살 뻔... [6] catgotmy 2012.10.16 8500
172 [자랑] 저 결혼합니다~! [97] 7번국도 2010.10.05 7970
171 인피니트 성규 '요물' 발언 논란 [50] Bbird 2013.06.27 7123
170 how can you not be romantic about baseball movies?(야동과 성매매) [6] catgotmy 2012.05.15 6263
169 [약간 욕설주의] 김연아는 대한민국 어쩌구에 대한 짤방 하나. [15] 국사무쌍13면팅 2014.02.18 5957
168 메리 루이스 파커 만나서 같이 사진 찍었어요 + 내용 약간 추가 [45] 프레데릭 2015.05.29 5701
167 오늘자 다이어터 - 무염식 저탄수화물 식사의 위험성, 저나트륨혈증 [5] 라곱순 2011.08.05 5648
166 행정고시 빽쓰는 거 걸린 사진 [14] 머루다래 2011.10.13 5460
165 RANDO란 걸 깔아봤는데 한국이 대부분이네요. [33] 나나당당 2013.05.19 5199
164 나는 꼼수다 13회차까지 들으며 느낀 점 [19] mockingbird 2011.08.06 4916
163 SBS, '글로벌판 슈퍼스타K' 오디션 프로 신설 [9] 1706 2010.10.05 4886
162 얼굴선이 한꺼번에 무너질 때 [11] sunday 2012.07.10 4834
161 한국계 배우 그레이스 박 [7] 가끔영화 2011.03.31 4809
160 (바낭_회상) 내겐 너무 버거웠던 100%의 남자아이 [13] Paul_ 2010.08.20 4708
159 5분만 여자친구가 되어 주세요 [23] 화려한해리포터™ 2012.12.23 4685
158 2PM 신곡 I'll Be Back MV [30] 은한 2010.10.12 4658
157 고객님의 정보가 유출되었으나, 전량 회수 되었습니다. [11] 나나당당 2012.07.29 4532
156 7번국도의 식탁 - 파업중 전업(한) 주부의 어설픈 음식들 [20] 7번국도 2012.02.25 4495
155 스티븐 킹이 싫어하는 것 세 가지 [11] 와구미 2010.11.15 434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