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Palestine

2014.07.27 03:33

차이라떼 조회 수:2618



캠핑에 천사같이 예쁜 두 아이를 데려온 24살 싱글맘 이와사티프는 팔레스타인에서 왔다고 했습니다. 막 가자 공습이 시작된 때여서 본국의 가족들이 걱정이라고 저에게 핸드폰 인터넷을 빌려달라고 했어요. 저는 깜짝 놀라서 어서 연락해 보라고 그녀에게 핸드폰을 빌려줬지만 페이스북 접속이 잘 안됐고 그녀는 결국 국제전화카드를 사서 통화를 했습니다. 부모님 집의 창문이 모두 깨졌고 집이 좀 부서졌지만 가족들은 안전하다고 다행이라고 했습니다. 
 
함께 있던 다른 캐나디언, 프랑스, 필리핀에서 온 친구들은 이스라엘이 왜 팔레스타인에 폭격을 퍼붓는지 배경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영어가 조금 서툰 이와사티프가 하마스 얘기를 하면서 사람들이 잘 알아듣지 못하자 답답해했고, 옆에서 괜히 제가 복장터지는 마음에 이스라엘이 성경 핑계 대면서 옛날에 자기들 살던 땅이라는 이유로 이미 거기서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을 못살게 굴고 있는거라고. 이렇게 아이들까지 죽이는 건 정말 미친 거라고 흥분해서 대신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친구들이 너 무슨 이스라엘에 한 맺힌 거 있니? 하는 표정이었고요. 캠핑 떠나기 전날 신문에서 팔레스타인 시민들이 죽은 어린아이를 안고 항의 행진하는 사진을 보고 펑펑 울었거든. 그래서 그만..
 
사람들이 이와사티프에게 가족들은 왜 그곳을 떠나지 않냐고 물었습니다. 경제적으로도 어렵지만 많은 나라들이 이스라엘 편이기 때문에 팔레스타인 이민을 받아주는 곳이 많지 않다고 했습니다. 떠나고 싶어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사람들이 많아. 난 운이 좋게 캐나다로 올 수 있었지만 우리 가족도 빨리 데려오고 싶어. 이와사티프는 그렇게 말했어죠.     
 
사실은 유대인 좋아했습니다.. 어릴 적 누구나처럼 탈무드 읽고 감탄하며 자랐고, 임신했을 때도 현명한 아이가 태어나기를 기도하며 탈무드 태교책을 읽곤 했지요. 어릴 적에 안네의 일기를 읽으면서 많이 울었고, 네덜란드 갔을 때도 바쁜 시간 쪼개어 안네의 집도 갔었고, 쉰들러 리스트랑 인생은 아름다워 같은 영화도 여럿 봤고, 나치의 만행에 치를 떨었고, 그래서 그렇게 핍박받았던 이들이 죽도록 노력하여 경제적으로 전세계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성장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대단하다고 여겨왔었습니다. 유럽 배낭 여행 때 유스호스텔 도미토리에서 만나 대화가 잘 통해서 밤새 수다를 떨었던 친구도 이스라엘 출신이었고, 프렌즈의 모니카와 로스 뿐 아니라 온갖 미드의 호감가는 주인공들도 유대인이 참 많았습니다.. 제가 좋아했던 영어 강사도 유대인인데 중동 출신 학생들이 이스라엘에 대한 얘기를 하면 "이스라엘이 그렇게 꽉 막힌 곳이 아니야. 합리적인 나라야"라고 항변했었어요. 
 
전엔 팔레스타인이 뭔지도 몰랐습니다. 2000년 중반 즈음에서야 이-팔 갈등에 대해 처음 들었던 것 같아요. 반전 집회같은 곳에 나가면 조그맣지만 참으로 매력적인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활동가들을 만나면서 팔레스타인 문제에 관심을 갖기도 했었어요. 이 분들은 정말 즐겁게 집회를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나에게는 너무나 먼 나라, 내가 좋아했던 유대인들이 그렇게 일방적으로 잘못만 했을 수는 없어, 라는 마음이 한켠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이건 아니지 않는가 싶습니다. 하마스가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종교 근본주의가 얼마나 무서운 건지는 대학때 '기독교와 타종교와의 대화'라는 수업을 강제로 듣게했을 때부터 희미하게나마 깨닫게 되기는 했었지만. 이건 정말로 아니지 않은가 싶습니다. 맥도널드 코카콜라 스타벅스 로레알 끊는다고 공습이 없어지진 않겠지만 지금으로선 그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은가 생각도 들고요. 다른건 괜찮은데 디즈니가 포함되어 있어서 아이 엄마로선 조금 힘들긴 합니다..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http://www.pal.or.kr/xe/​
이스라엘 기업 목록 http://www.inminds.co.uk/boycott-israel.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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