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귀국했습니다.  요번 여름은 지난해와는 달리 마나님이 참석하신 컨퍼런스에 묻어간 것이라서 한국에 오래 체재하지는 않았고,  학교도 좀 일부러 피해다녔습니다.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내려서 짐을 끌고 공항 밖에 나가자마자 엄습하는 담배연기...   정작 서울에서는 담배연기를 쐴 일이 없었는데 미국에 오자마자 담배연기에 휩싸이다니 아이러니칼하네요.  쓰레기통 주위에 모여서 담배를 뻑뻑 피우고 있는 애들은 일군의 유럽인 학생들이었습니다.


홍콩과 타이완과 일본의 여러 곳은 가본일 있었지만 이나이가 될 때까지 막상 가본일이 없었던 제주도를 가게 되어서 정말 행복한 경험이었습니다.


제주 시는 거의 돌아보지 않고 서귀포의 천지연,  잠수함 관광, 방림원 (芳林園), 현대미술관, 생각하는 정원 (방림원이 더 마음에 들더군요. 물론 생각하는 정원의 분재 중에는 볼만한 것이 많았지만) 등 미술관, 자연경관 중심으로 관광을 했습니다.  음식도 너무나 맛있고... 그런데... 


제주도에 한 2개월 정도 살면 기초 중국어회화를 자연스럽게 배우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 ^ 어떻게나 중국 관광객들로 미어 터졌는지...  거짓말 전혀 안하고 우리가 가는 곳마다 80% 이상이 중국 관광객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대다수는 깃발을 든 관광사 직원들을 무리지어서 따라다니는 분들.  


제주도 가서 말고기 드셔본 분들 계십니까?  전 요번에 우연히 말고기집 가게 되었는데, 솔직히 그렇게 맛이 있지는 않았지만, 지방이 싹 빠지고도 고기가 연한 게 건강에는 무척 좋을 것 같더군요.  


대한항공 비행기안에서 [윈터 솔져] 와 [X 멘 데이스 오브 퓨쳐 패스트] 를 봤습니다.  [윈터 솔져] 는 원래 제가 좋아하는 70년대 스타일 첩보 영화의 공식을 따라가주는 작품이라서 더 마음에 들긴 했지만, 팔콘이 등장하는 클라이맥스의 공중전투 장면은 [어벤져스] 와 마찬가지로 전편에서 오히려 가장 재미없었습니다.  수퍼히어로 영화니까 넣어야 된다는 식의 의무방어전 같아요.    로저스가 닉 퓨리의 의향에 거스르면서 "실즈도 없어져야 한다" 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부분, 로마노프가 자기 경력이 인터넷의 공적 공간에 다 풀어져버렸어도 그게 뭐 어떠냐 라는 태도를 취하는 부분에서 제작자들의 정치적 성향을 분명히 내보여준 것은 좋더군요.  그러나, 적들의 동기가 자신들의 신념에서라기 우러나왔다기보다는 하이드라라는 조직의 일원이기때문이라는 '조직에 대한 충성심' 때문인 것처럼 그려진 것은 약간 불만스러웠습니다.   윈터 솔져의 정체도 마음에 안드네요.  뻔해요.  


[X 멘 데이스 오브 퓨쳐 패스트] 의 각본도 시간여행이라는 요소를 잘 써먹어서 지금까지 나온 프랜차이즈 작품들의 문제점과 상충되는 요소들을 정리하고 봉합했다는 점에서는 뛰어나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었죠.  그러나 이제까지 [X 멘] 영화들보다도 캐릭터들에게 공을 들인 것이 보이는데도 여전히 흥이 당기질 않네요.  마그네토는 여전히 너무 쎄고,  미스틱은 너무 중요하고, 가상세계의 미국 역사는 지나치게 희화화되어있고,  뮤턴트들의 능력은 지나치게 비과학적이고 (비현실적인 건 괜찮지만),  존 오트먼의 음악도 너무 수퍼히어로 영화의 음악같고.  70년대식 퓨처리즘을 만끽할 수 있는 프로덕션 디자인과 퀵실버가 나오는 장면들이 제일 좋았습니다. 


마블이 옛날에 제가 어렸을때 받은 인상으로는 디씨보다 더 진보적이고 60년대 이후의 사회변화의 동향도 더 잘 짚어냈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거대 프란차이즈로 성장한 괴물들이 됐네요.  마블 유니버스 안에서 자기네들끼리 치고 받고 하면서 텍사스에서 멕시칸들 부려먹는 공화당 개저씨보다는 내가 진보적이다라고 하는 것 가지고는 안되고요.  미국 바깥에 존재하는 "세계" 에 좀 눈을 돌릴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한국이 이미 단일민족국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 못하는 巖頭들이 자기네들이 진보라고 악악대도 아무 신용도 할 수 없듯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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