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2년 생이시니 향년 92세로, 장수하셨습니다.  


물론 헐리웃에서는 영화의 초창기부터 론 채니처럼 스스로 메이크업킷을 들고 다니면서 [오페라의 유령] 처럼 지금 보아도 감탄스러운 메이크업을 통한 '변신' 을 이루어내는 전통이 존재해왔고,  1960년대의 [혹성탈출] 시리즈나 티븨 시리즈 [트와일라이트 존 (제 6지대/환상특급)] 처럼 연기자들의 과격한 분장이 전제되지 않으면 스토리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아름다움은 보는 자의 눈에 있다] 와 같은 에피소드가 좋은 예지요) 예도 있습니다.  


딕 스미스옹의 업적은 먼저 CGI 이전의 특수효과로 분류되는 '기계적인 특수효과' (Animatronics 등의 기술) 를 메이크업과 연계시켜서 새로운 특수효과의 지평을 개척했다는 지적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 보자면 가짜 티가 조금 나는 [엑소시스트] 의 '목 360도 돌리기' 효과라던가  [택시 드라이버] 에서 총을 맞고 손가락이 박살이 나는 충격적인 고어 신 등은 스미스옹의 디자인이죠.  


그리고 스미스옹은 80년대 이후에 전성기를 맞게 되는 Special Effects Make-up 이라는 분야를 개척하게 될 젊은 신인들을 그들이 그야말로 중딩 고딩 시절에 발굴해내고 그들과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특히 후배들이 감격해 하는 것은 자신이 개발해낸 기술과 노하우를  '장사꾼의 비밀' 로 숨겨두는 대신에 새파란 애들한테 아낌없이 공짜로 전수했다는 점입니다-- 사부님 노릇을 해왔습니다.   스미스에게 생전에 "딕이 아니었으면 나는 절대로 이렇게 성공할 수 없었다" 라고 찬사를 바친 유명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은 제가 머리속에 떠오르는 이름만 따져도 릭 베이커 ([런던의 미국인 늑대사나이], [킹콩]),  롭 보틴 ([존 카펜터의 괴물], [토탈 리콜], [레전드]), 크리스 월러스 ([그레믈린], [더 플라이] 리메이크), 스탠 윈스턴 ([에일리언스]), 톰 사비니 ([살아있는 시체들의 새벽]) 등 기라성같은 존재들이죠.


이름난 특수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은 자신들의 장기가 하나씩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릭 베이커는 고릴라를 무척 좋아해서 고릴라가 나오는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은데,  스미스옹은 노인 메이크업의 대가로 알려져 있었죠.  [리틀 빅 맨] 에서 백살이 넘은 더스틴 호프먼의 노인 메이크업과 [더 헝거] 에서 점차 늙어가는 데이빗 보위의 기괴하고도 슬픈 모습이 스미스옹의 디자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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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람표식으로 나열했군요.  막스 폰 시도우의 메린 신부의 노인 메이크업은 같이 연기하던 배우들도 속아넘어갈 정도로 정교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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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헝거] 의 데이빗 보위의 노인화 초기의 메이크업.  후반부가 되면 더 처참하게 노쇠하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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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틴 호프먼의 [리틀 빅 맨] 메이크업의 중간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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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된 상태 Altered States] 의 원형질인간 메이크업.  이 영화에서는 유인원적인 디자인이 아닌 네안데르탈인 전신 메이크업도 등장하죠.


그밖에 [스캐너스] 의 폭발하는 머리도 스미스옹의 디자인입니다만 마음에 드는 사진이 수중에 없네요 ^ ^ 


2000년대 들어오면서 한국 영화계는 세계의 어디와 비교해봐도 그렇게 꿀리지 않는 특수 메이크업을 해내는, 이 분야에 관해서는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같은 호러/SF 영화의 팬에게는 스미스옹의 별세는 각별한 느낌을 지니고 다가오네요.  


딕,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한국의 이 분야에서도 그대와 같은 위대한 예술가가 나올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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