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룡팔부'

2024.03.06 20:57

돌도끼 조회 수:188

1977년 포학례 감독작품
셀레스철 복원판 기준으로 75분입니다.
너무... 짧은... 데... 사정이 있어서 줄어든 건지 원래부터 저렇게 짧았던건지...는 모르겠네요.

그 긴 원작의 내용이 저안에 다 들어갈 택이 없는 거고... 소설의 맨처음 부분인 단예와 목완청의 파트만 잘라내서 이리저리 쳐내고 변형해서 이야기를 꾸몄습니다.
몇몇 인물들 이름이 바뀌어서 단예 엄마는 도백봉이 아닌 서백봉이라고 하고 '천룡팔부' 앞부분의 대표빌런인 단연경은 이름은 없이 황포인(노란옷 입은 사람)이라고만 나옵니다. 남해악신은 남해악창룡이란 이름.(사대악인 중에 그 둘만 나옵니다) 목완청은 향약차란 별명으로 더 많이 나오고요.

캐릭터 설정도 조금 달라져 원작에선 적어도 여자들에게는 진심이었던 단예 아빠 단정순은 이 영화에서는 악질 가정파괴범으로 나옵니다. 단정순과 황포인은 원래 아무 관계없던 사이였다가, 원수지간이 되는 이유는 단정순의 뻔뻔스런 악행 때문. 그러니 영화의 시췌이숀 대로라면 황포인이 정당한 복수를 하는 거고 단정순이 처단받아야하는데, 인물 구도상 단정순은 주인공 아빠고 황포인은 악당이니까... 끝에가서 억울한 황포인은 단정순의 아들내미한테 또 당하고, 과거 세탁하고 뻔뻔하게 잘 살고 있던 단정순은 계속 잘 살게 된다는 상콤한 전개가...

원작에서도 험한일 당하는 여주 목완청은 영화에서는 훨씬더 대우가 좋지 않습니다. 서브여주인 종영은 앞부분에선 주인공인것처럼 나오다 뒤에가면 병풍되고요.

뭐 그래저래해서 원작재현률이 높은 걸 중시하시는 분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는데....
처음부터 스토리가 중요한 영화가 아니었습니다ㅎㅎ

77년이면 [스타워즈]의 해죠. 영화산업의 형태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내적인 건실함보다 눈으로 보여주는 시대로. 온세계가 에세프의 붐에 휩싸였고 시각효과 기술이 엄청 중요해지죠.
이런 대세의 변화를 맞아 홍콩에서도 뭔가 하고는 싶은데, 그렇다고 홍콩 사람들이 갑자기 우주로 날아갈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일단 자기들이 잘 하는 쪽으로 들어간 것 같아요. 검협영화.

60년대까지만 해도 홍콩 영화계는 [여래신장] 시리즈로 대표되는 검협(=황당무계형의 무협환타지)영화들을 많이 만들었어요. 그러다가 쇼부라다스가 무협영화 혁신을 선언하면서, 손에서 레이저 나가고 사방에서 요란한 애니메이션 효과가 날아다니는 스타일의 만화같은 무협영화는 한동안 저조해졌고 무술지도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시대로 넘어갔죠.
그렇게 한동안 시간이 지났다가 [스타워즈]가 나오고, 거기 자극받아 특수촬영과 애니메이션 효과가 잔뜩 들어가는 영화를 만들고 싶은데 그러려면 검협영화가 적당하다 생각한 모양입니다.

'천룡팔부'는 김용의 제작들 중에서도 제일 황당무계한 내용이죠. 거기서 영화는 황당무계함을 더 극대화시킵니다. 손에서 레이저 나가는 건 기본이고(마침 딱 일양지라는 무술이 레이저로 표현하기 딱 좋은 건수 아니겠습니까ㅎㅎ) 장풍등 내공이 발출되는 것 말고도 표창류같은 발사병기도 전부 빔처럼 처리됩니다. (사이즈는 별로 안크지만) 괴수도 나오고... 어쨌든 무협이라는 장르의 틀안에서 당시에 할수 있는 건 함 다해보자한 것같아요.

60년대 검협영화들은 시대적 지역적 한계상 기술적으로 조잡하기 짝이 없었는데 [천룡팔부]는 적어도 77년 당시 아시아 영화의 눈높이로는 대충 납득할수 있을 정도로 시각효과 수준을 업데이트 하지 않았나 싶어요. 물론 당시로서도 잘나가는 서쪽동네와 비교한다면 유치찬란 수준이었고 지금 눈높이로 본다면 이 영화도 조잡하기 짝어 없어 웃음벨이 가득합니다만... (그래도 이거보다 몇년전에 나온 장철의 서유기/봉신방 영화들에 비하면 괄목상대할 발전...ㅎㅎ)

쇼부라다스는 이후 [여래신장]을 리메이크하는등, 꾸준히 이런저런 무협환타지를 계속 만들었습니다. 그걸 보고 자극받은 골든 하베스트에서 내놓은 대항마가 [촉산]이었다고...



각본은 예광. 천룡팔부 원작에도 참여한 사람이지만 원작의 이야기를 꼬아버린 원흉이라는 소리도 듣고있죠.
단예역은 이수현입니다.
개인적으로 70년대 이수현 대인의 쇼부라다스 4대역작 중에 하나로 보고있습니다ㅎㅎ





국내극장 공개는 당연히... 없었고... 80년대 초에 삼성전자(=삼화 비디오 프로덕숀)에서 출시한 비됴 껍데기에는 감독 이름이 포숭례, 주인공 이름이 단우로 적혀있었고 표지에는 영화에 나오지도 않는 아저씨 사진이 박혀있었습니다.(그시기 삼화 비디오 표지는 다 그런식이었어요. 나중에 알고보니 그 아저씨가 적룡!ㅎㅎ)
비됴로 먼저 봤었다가 나중에 책을 읽어보고는 '내용도 좀 다른것 같고 주인공 이름도 좀 다른것 같은데 같은 작품 맞나?' 했었네요ㅎㅎ





셀레스철 예고편.

완전 만화같은 장면들은 배제하고 평범한 무협영화처럼 보이도록 조작편집한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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