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 1988년작이구요. 런닝타임은 1시간 44분. 스포일러랄 게 있을까요? ㅋㅋ 그냥 막 적을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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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책임할 정도로 심플한 포스터지만 어찌보면 미래를 예견한 포스터이기도 하네요. 톰 행크스의 시대가 온다!!)



 - '조쉬'라는 13세 어린이의 일상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야구 좋아하고, 옆집 사는 절친과 무전기로 대화 하며 찰떡처럼 붙어 다니고, 이제 슬슬 동네 예쁜 여자애에게 관심도 생기지만 자신감은 없고. 덧붙여서 나이 대비 키가 작은 편이라 얼른 무럭무럭 자라고 싶다!!! 는 소망을 갖고 있죠.

 그런데 가족들과 놀러 간 순회 유원지(?)에서 모처럼 용기를 내 좋아하는 여자애한테 들이대 보려 하지만 갸는 이미 키 큰 남자애랑 커플이었던 데다가 본인 키가 너무 작아서 놀이 기구에 타지도 못하고 밀려나는 수모를 당해요. 그러고 찌질찌질 주변을 얼쩡거리다가 발견한 25센트짜리 소원 비는 기계 '졸타'를 만나구요. 당연히 엄청 자라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구요. 소원 빌고 나서 보니 분명히 잘 작동했던 기계에 코드가 뽑혀 있었구요. 다음 날 일어나니 30세 언저리의 어른이 되어 있었구요. 자기를 유괴범으로 생각하는 엄마와 동네 사람들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절친 '빌리'의 도움을 받아 뉴욕을 향하구요. 거기에서 졸타 기계를 찾아낼 때까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취업을 하고, 근데 운 좋게 그게 어린이 장난감 회사여서 자신의 탁월한 적성을 발휘하게 되고... 뭐뭐뭐 그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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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돈 25센트에 이만한 소원 성취에다가 뒤끝도 없어요. 소원 들어주는 기계 중 완전 원탑급 좋은 물건 아닙니까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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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너의 이름은!!?)



 - 여러모로 전설의 레전드 영화로 칭해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었죠. 제작비의 열 배 가까운 돈을 벌어 들였고, 감독인 페니 마샬의 일생 히트작이었으며 배우 톰 행크스의 커리어가 본격적으로 활짝 피게 만들어 준 영화이기도 했구요. 졸타 기계 같은 게 애들에게 꿈과 환상의 아이템으로 각인 되기도 했으며 그 유명한 피아노 건반 씬처럼 두고두고 회자되고 인용되는 '명장면'을 낳기도 했어요. 또 영화의 핵심 아이디어인 '나이가 격하게 바뀐 주인공 이야기'는 이후로 간간이 이런저런 방식으로 변주되어 나오며 그 때마다 이 영화가 다시 기억에 떠오르기도 했고... 뭐뭐 참 많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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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러디한 한국 광고도 유명했죠. ㅋㅋ 근데 과연 한국만 그랬겠습니까. 어지간한 나라 버전은 다 있을 듯.)



 - 이제 와 다시 보니 눈에 확 들어오는 건, 이게 결국 어른들을 위한 영화였다는 겁니다. 아니 그건 그 당시에도 알고 있었지만 다시 보니 더 격하게 와 닿아요. ㅋㅋ 그러니까 그 장난감 회사에서 만나는 세파에 닳고 닳은 여성 '수잔'이 이제 보니 사실상 진짜 주인공에 가까운 이야기더라구요. 


 어른이 된 조쉬가 겪는 일들과 변화를 따져 보면, 영화 속에서 표현되는 바로는 그저 다 큰 몸과 마구 쏟아져 들어오는 돈 덕에 13세의 환타지를 이것저것 빠짐 없이 체험한 후 '그래도 가족이 보고 싶고 다시 13세의 삶을 살고 싶어요'라는 기분이 들어서 되돌아가는 것 밖에 없어요. 말하자면 일장춘몽.

 그래서 정말로 의미 있는 큰 변화를 겪는 건 수잔의 몫입니다. 13세 영혼을 가진 남자 친구를 만든 덕에 그동안 정신 없이 살아 왔던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고, 자기보다 더 격하게 닳아 빠져서 변화할 가망도 없는 속물 남자 친구랑 헤어지고, 그동안 잃어 버렸던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조금은 되찾은 상태로 엔딩을 맞이하게 되죠. 앞으로 좀 더 건전하고 바람직한(?) 삶을 살게 될 거라는 뉘앙스가 당연히 따라 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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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상의 진짜 주인공 수잔씨. 해피엔딩이긴 해도 마지막에 느꼈을 황망함을 생각하면 이건 기뻐해야할지 애도를 해야 할지...)



 - 근데... 사실 분량상으로 따져 보면 영화는 수잔 스토리 못지 않게 부자 어른 된 13세의 소망 성취 환타지에 비중을 두기도 합니다. ㅋㅋ 그러니까 어른의 몸과 감당 못할 만큼 쏟아지는 돈 & 꿈과 환상의 직장 덕에 어린이를 가두는 모든 제약을 벗어 던지고 하고픈 거 다 해보는 어린이의 환타지를 보여주는 데 런닝타임의 절반을 쏟아 부어요. 그러니 그 시절에 어린 관객들에게도 이 영화가 인기를 끌었던 건 아주 당연한 일이었겠고. 또 근데 그런 환타지 장면들이 어른들 보기에도 그냥 재밌고 또 신나게 잘 연출되어 있어서 이제 나이 50이 다 되어가는 아저씨가 보기에도 그냥 즐거웠습니다. 


 제가 자꾸 '부자'를 강조하고 있는데. 그게 그렇지 않습니까? 만약 극중에서 조쉬가 장난감 회사에 취직하고 거기에서 잘 나가게 되는 전개를 빼고 사실적인 전개를 넣는다고 생각해보세요. 환타지 코미디는 커녕 사회 비판적 호러/스릴러 무비가 되어야 정상이잖아요. 졸타 기계를 다시 발견하기 전에 이승과 하직을 했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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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내에서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놀아도 될만큼 거대한 집! 물론 조쉬에게 중요한 건 '실내에서 스케이트 보드 타고 논다' 그 자체입니다만.)



 - 80년대 코믹 환타지 영화답게, 그리고 페니 마샬의 영화답게 런닝타임 내내 훈훈하고 애틋한 나이브함이 찰랑찰랑 차고 넘칩니다. 애초에 동화적인 톤을 의도하고 만들어진 이야기라 현실적인 개연성이나 엄정성 같은 건 별로 신경 안 쓰고 계속해서 동화적인 논리로 전개가 돼요. 

 사람 좋고 선량하며 아이들을 이해하는 멋쟁이 대기업 회장님이라든가, 까칠하고 세파에 닳고 닳은 척 하면서도 참으로 쉽게 주인공의 어린이스러움에 매료되는 수잔이라든가. 되게 나쁜 놈처럼 굴던 회사 라이벌 아저씨도 결국 대단한 위기를 불러오는 일 없이 나가 떨어지구요. 그렇게 잘 나가며 잘 먹고 잘 살던 조쉬가 원래 삶으로 돌아가길 결심하는 것도 그저 분위기 좋게 연출된 그 또래 어린이들 노는 모습 몽타주 1~2분으로 설명 끝이죠.

 요즘 세상에 어디 가서 얘기하면 고루한 사람 소리 들을 법한 매우 20세기적 가치관을 당연한 듯이 바탕에 깔고 진행되는 이야기인데, 그래서 오히려 요즘 보기에 더 신선하단 기분도 들고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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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애니까 하늘이 내린 직업이었던 것이었다! 라는 단순 명쾌하면서 어쨌든 효과적인 설정. 아주 뽕을 뽑았다 싶을 정도로 잘 써먹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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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껏 빌런이라고 나와서 저지르는 사악할 일이라고 해봐야 게임하다 바득바득 우기고 성질 내서 찰과상 입히는 것 정도...)



 - 그 외에도 뭐... 그냥 거의 모든 게 다 좋습니다.


 당시 나이 33세의 젊은이 톰 행크스 아저씨의 어린이 연기는 참 설득력 있구요. 비주얼적인 면에서도 더 이상 어울릴 수가 없을 정도로 완벽한 캐스팅이에요. 이 역할로 로버트 드 니로나 해리슨 포드가 거론되었다는 게 참 충격적일 정도로 이 영화와 캐릭터는 그냥 톰 행크스를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절친 빌리 역의 어린 배우와 합도 되게 잘 맞구요. ㅋㅋ

 그 외에도 하워드 쇼어, 배리 소넨필드 같은 능력자들이 음악과 그림을 책임져 주고요. 또 이걸로 인생 리즈를 맞았던 페니 마샬의 그 시절 스타일 소박 따스한 감성이 참으로 좋습니다. 낙엽이 지는 교외 한적한 거리에서 농담 따먹기 하며 걸어가는 두 소년의 뒷모습. 자전거를 타고 달리고 공터에서 야구 놀이하는 아이들의 풍경 같은 건 그냥 그 자체로 감동적이란 기분까지 들더군요. 역시 탑골 멤버에겐 탑골 감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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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걸 로버트 드 니로나 해리슨 포드가 하고 있다고 생각해보십셔... 하하.)



 - 뭐 더 길게 늘어 놓을 것도 없겠구요.

 재밌습니다. 35년 흘러서 다시 봐도 참 재밌고 오히려 조금 더 재밌게 보지 않았나 하는 기분도 들고 그랬네요.

 어떻게 보면 별 것도 아닌 그 피아노 건반 장면이 다시 봐도 여전히 흥겹고 멋져 보이는 건 나의 추억 버프인가 그냥 원래 짱 멋진 장면이기 때문인가... 같은 생각을 하며 런닝타임 내내 미소를 띄고 즐겁게 잘 봤어요. 

 어차피 안 보신 분이 없을 영화지만, 정 볼 것 없으실 때 한 번 다시 보셔도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저는 그렇게 아주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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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장면을 보면서 감성 터질 때마다 괴상한 기분이 듭니다. 전 이러고 살아 본 경험이 없거든요? ㅋㅋ)




 + 딱 한 가지. 요즘 기준으로 볼 때 좀 위험한 설정 하나가 있죠. 그러니까 우리 조쉬군이 결국 수잔과 동거하며 섹스까지 하게 되는 것인데요(...)

 과연 13세의 정신을 가진 30대 남자와 섹스를 한다면 그 상대를 13세로 봐야 할 것인가 30세로 봐야 할 것인가... 라는 뭔가 사이버펑크스런 고민을 하며 보게 되더군요. ㅋㅋㅋ 게다가 수잔은 결국 진실을 다 알게 된 후에 조쉬를 보내주면서도 '혹시 모르니까 10년 뒤에 연락 한 번 해봐' 라는 인사를... (쿨럭;)

 근데 전 예전에 이 영화를 공중파 티비로 봤거든요. 그래서 삭제가 된 것인지 둘이 섹스까지 한다는 건 까맣게 잊고 있었네요. 그래서 살짝이지만 진심으로 당황했습니다. 우하하.



 ++ 역시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수잔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던 대사가요. 졸타 앞에서 다시 소원을 빈 조쉬 앞에 나타나 안타까워 하는 수잔에게 조쉬가 '너도 소원 빌어서 내 나이가 되어 함께 지내자' 라고 제안을 하잖아요. 이 때 수잔의 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한 번이면 됐어. 하긴 니가 알 리가 없지..."



 +++ 전에 다른 글에 적었지만, 이 영화에 프로듀서 겸 공동 작가로 참여한 양반이 바로 앤 스필버그입니다. ㅋㅋ 그리고 어딘가에서 '이거 쓰면서 우리 오빠 생각 많이 했음' 이라고 인터뷰를 했었나 보네요. 그래서 다시 본 건데, 에... 이 영화에서도 주인공 조쉬의 아빠는 참 존재감이 없군요. 설정상 분명히 있고 얼굴도 비치긴 하는데 꼭 엄마랑 동생이랑 셋이 사는 것처럼 묘사가 돼요. 별 건 아니지만 그냥 '파벨만스'를 보고 나니 이런 게 눈에 들어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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