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김치는 비린 게 제맛

2011.08.28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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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 전라도 김치 얘기가 나와서 걍 참새가 방앗간에 부리 콕 찍고 지나가듯 잡담.


사실 경남쪽도 이제는 거의 전라도식 김치가 자리잡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애초에 밑간을 멸치젓국으로 쓰는 게 비슷하기도 하고, 또 산업화시절 거치면서 의외로

그쪽 음식문화가 많이 넘어오면서 - 특히 밑반찬류 중에서 김치는, 거의 전남식으로 바뀌었죠.

게다가 전남 동부(순천, 여수)는 중서부 경남과 크게 지역적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닌지라....

어지간한 시골로 내려가지 않으면 거의 경남 쪽 김치맛은 이제 멸종(?)된 것 같습니다.

특히 식당쪽은 100%. 일단 전라도 김치가 이 지방 사람들 입맛에도 맛있긴 맛있거든요.

게다가 소금간이 좀 강하다는 공통점이 있기도 하고. (이건 기후 때문에 어쩔 수 없죠.)


제가 어릴 적에는 아직 "해방촌" 같은 동네가 남아 있던 때여서... 그 동네 사는 친구네 집에 놀러갔다가 

저녁밥이라도 얻어먹으면 그 때 개다리소반에 올라온 옛날식 김치맛을 가끔 봤었죠. 

아니면 외갓집에서 밥 먹을 때(옆동네였습니다) 낡디낡은 자개 소반 위에 정갈하게 올라와 있다던가.

(외할아버지꼐서 한상 간장종지에 숟가락을 한 번 담궈 입맛을 돋군 후 식사를 하시던 기억이 나는군요....)


일단 이 남해바다 쪽 김치맛은, 전라도 김치에 멸치향이 한 세 배쯤 강해져서 뭔가 젓갈 같을 지경입니다.

근데 이게 또 밥도둑이죠. 쌀밥 한 숟가락 위에 김치 쭉 찢어 놓고 한입에 먹으면 오드득 오드득 씹을 떄마다

그 비릿하고 향긋한 향이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좋습니다. 특히 밥하고 먹으면 참 좋더군요.


지금도 가끔 생각나는 맛인데 요즘은 저도 근 10여년간은 못 본 것 같습니다.

외할머니도 아흔을 넘으셔서 김치 더 안 담그시고, 이제 저 지방의 '손맛'이라는 것도 대부분

그 이전 세대에서 제 어머니 또래로 넘어갔고, 대부분 농협-_-에서 사서 먹으니...

그리고 설령 김장을 하더라도 이젠 옛날식으로 짜게 담그지 않고, 전라도식으로 약간 덜 짜게

(어디까지나 이 동네 기준. 서울사람 입맛에는 짭짤함) 담그는 걸 선호하구요. 

확실히 전라도쪽 김치 간하는 방법이 경남쪽처럼 강렬한 맛보다는, 똑같이 맵고 짜더라도 

좀 더 은은하게 풍기는 맛이 있어 고급스럽죠. 

그리고 냉장고가 발달해서 이제 그렇게 짜게 담글 필요가 없기도 하고....


이제는 그렇게 추억 속의 맛이 되었습니다마는 가끔 저어기 미조나 통영쪽 가면 

다 쓰러져 가는 백반집에서 이런 김치가 드물게 나올 때가 있긴 합니다.

(근데 요즘은 또 이런 촌동네까지도 미원이 침투해버린 게 좀 슬프긴 하네요. 사다가 쓰는 건지..)


덧.

이 젓국 냄새를 희한하게 서울 와서 어디서 느꼈냐면.... 옛날 이대 앞에 있던 '아지바코' 란 가게의

특제 라면 '미스즈멘'에서 맛볼 수 있었단 게 희한하긴 합니다. 주인장 나오키씨네 동네가

도쿄 쪽 근교라서 간장풍미에 멸치엑기스를 좀 넣던데... 이젠 그것도 없어져서 못 먹는 음식이 됐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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