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작입니다. 장르는 뭐 그냥 야쿠자물이에요. 야쿠자를 쫓는 형사물이라 해도 되겠구요. 런닝타임은 2시간 6분. 스포일러는 마지막 흰 글자.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제게는 이렇게 대놓고 옛날 느낌 내는 포스터를 그냥 못 넘기는 병이 있습니다...)



 - 저 고색창연한 제목과 포스터를 보고선 도저히 이게 2018년작일 거라고 생각을 못 했죠. ㅋㅋ 그래서 저 동네 고전 야쿠자물인가... 하고 들여다 보니 고작 5년 된 영화인 데다가 야쿠쇼 코지 아저씨도 나오구요. 그래서 아, 옛날 일본에서 이런 장르물 잘 나가던 시절에 오마주를 바치는 식의 영화구나... 하고 틀어봤어요. 사실 전 진짜로 그 시절(?) 일본산 야쿠자 영화는 거의 본 게 없어서 더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구요.


 암튼 1988년입니다. 아직도 일본이 한껏 버블버블하던 시절인 동시에 야쿠자의 마지막 전성 시대죠. 경찰? 법? 그 까이 거!! 라는 식으로 야쿠자들이 대놓고 세력 전쟁을 벌이던 그 난감한 시절의 히로시마가 배경이구요. 국립대 출신의 엘리트 신참 형사 '히오카'가 왕고참이자 그 구역에서 짱 먹는 야쿠자 전담 형사 '오가미'의 파트너로 배정되면서 싱기방기 80년대 야쿠자들의 모습을 리얼 체험하게 되는 여정... 을 따라가면서 동시에 그 '오가미'에 얽힌 미스테리를 파해친다는 이야기입니다. 간단히 말해 이 인간이 야쿠자에 붙어 먹는 부패 형사인가, 아님 자기 일을 겁나 열심히 하기 위해 적당히 타락한 양심 형사인가. 뭐 이걸 밝혀가는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버디물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뭐 그렇습니다.)



 -  그런데... 아니 정말로 영화가 그 시절 스피릿(?)으로 가득합니다. ㅋㅋㅋ


 일단 등장하는 거의 모든 남자들이 다 '똥폼 일본 남자 연기'를 해요. 왜 있잖아요 고개를 모로 꺾고서 눈의 희번덕거리며 목에 힘 꽉! 주고 가래 튀어 나올 듯한 발성으로 "키잇싸마!!!!!!!!!!" 같은 대사를 치는. 그런데 그게 영화에 맞습니다. 애초에 모든 캐릭터들이 다 야쿠자 아니면 형사들이고 모두다 그렇게 사는(?) 세상이라서요. 그리고 여자들도 마찬가지죠. 등장하는 여성들 거의 모두가 술집 마담 아니면 접대부들이고 다들 일본 영화 속 화류계 여성들 연기를 하고... 그러니까 아주 양식화된 픽션 세상을 구경하는 기분이 듭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키잇싸마아아아아앙아!!!!!!)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그냥 딱 봐도 어떤 캐릭터일지, 어떤 연기를 할지 좌라락 머리 속에 그려지지 않습니까? 그걸 그냥 아주 열심히, 잘 하는 영홥니다.)


 캐릭터나 이야기도 마찬가집니다. 대체로 21세기 사람들이 이입할만한 양심적, 상식적인 캐릭터 히오카를 내세워서 이 캐릭터의 눈을 통해 그 시절 형사 오가미의 모습을 바라보게 하는 식인데. 이 오가미란 양반이 정말 넘나 20세기 형사거든요. 수사 절차니 피의자 인권이니 이런 거 다 개무시하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냥 범인만 잡는. 그 와중에 야쿠자들과 관계도 돈독하게 맺고 돈봉투도 당당하게 받아 챙기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이게 최선이고 난 옳은 일을 하고 있다. 대체 니들이 뭘 아냐?"는 식의 캐릭터 있잖습니까. 그리고 당연한 듯이 우리의 상식인 히오카는 이런 오가미의 방식에 점점 빠져드는 뭐 그런 전개가 되구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오늘도 히로시마의 백성들을 위해 최선을 다 하고 있는 민중의 지팡이!!!)



 - 그런데 중요한 건. 일단 이게 재밌습니다. 기본적으로 탄탄하게 잘 만들었거든요.


 우선 80년대 일본의 시대상을 나름 디테일하게, 실감나게 잘 보여줘요. 인물들 복식이나 생활 모습들 같은 것도 정성들여 재현한 티가 팍팍 나구요. 그렇게 고퀄로 배경을 만들어 놓고 거기에 위에서 말한 그런 '전형적인' 캐릭터들과 이야기를 던져 넣으니 이게 식상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 양식'이 된다는 느낌이랄까요.


 그리고 배우들이 잘 합니다. 각자 비주얼부터 썩 잘 어울리는 역할들로 잘 캐스팅 돼서 에너지 넘치는 연기들을 보여줍니다. 제가 일본 배우들을 잘 모르지만 그냥 인상적이었던 분들 이 분, 저 분 검색해 보니 대체로 한가닥 하셨던, 혹은 아직도 하고 계신 분들이더만요. ㅋㅋ 앞서 말 했듯 참으로 '일본적'인 연기들로 가득 채워진 영화인데 그걸 다들 잘 해주니 뭐... 제가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닌데, 불만은 생기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을 빼면 이야기 전개도 꽤 괜찮습니다. 뻔한 야쿠자 전쟁 이야기지만 인물들 다양하게 던져 넣고 속도감 있게 잘 굴려요. 야쿠자 전쟁의 향방도, 빌런인지 히어로인지 모를 오가미의 행방도 모두 성실하게 열심히 달려가니 최소한 심심할 틈은 없는 이야기라고 느꼈습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민중과 민중의 지팡이와 야쿠자가 한 데 모여 사이 좋게 정의 실현을 위해 노력 중인 풍경입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아주 가끔은 이렇게 풋풋한 로맨스 비슷한 것도 나와요. 여배우님은 '소년, 소녀 그리고 바다'로 주목 받았던 분이라던데 전 모릅...)



 - 다만 문제가 좀 있는데요. 후반부, 대략 엔딩까지 30여분 정도 남겨 놓은 시점에서 어떤 중요한 사건이 뙇! 하고 터지고, 그때부터 마무리까지가 음... 이번엔 많이 나쁜 의미로 '일본영화스럽습니다'. ㅋㅋ 넘나 스포일러라서 이걸 설명하기가 참 어려운데요. 아주 안전한 선에서만 설명하자면, 그 전까진 그렇게 양식화된 느낌이어도 어쨌거나 진중하게 그 시절을 다루는 이야기의 느낌이었다면, 이 마무리 파트는 굉장히 가볍고 팔랑팔랑한 환타지로 흘러가는데. 그 환타지에 깔려 있는 사상과 논리가 굉장히 구식입니다. 그러니까 이야기를 만든 사람들이 진심으로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 뭐 여기까지만 얘기하겠습니다. ㅋㅋ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보시다시피 애초에 철저하게 구식을 의도한 영화이긴 한데, 그렇다고해서 막판 전개를 그렇게 할 필요 까진 없지 않았나 싶구요.)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추천할 수 있다면 그건 야쿠쇼 코지 아저씨. 이 분 때문일 겁니다.

 뭐 그냥 현세대 리빙 레전드 중 한 분이라고 불리기에 충분한 분 아니겠습니까. ㅋㅋ 이 영화를 찍을 당시에 이미 환갑이 넘으셨는데. 뭐 또 맡은 역할상 그게 어울리기도 하구요. 암튼 영화가 맘에 들 때도, 맘에 안 들 때도 이 분의 존재감과 연기는 꾸준히 시선을 붙들고 캐릭터를 납득하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사실 이 캐릭터가 하는 짓을 보면 요즘 기준으론 그저 비호감의 극치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거든요. 그런데도 끝까지 그 캐릭터를 나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긍정적인 면을 생각해보게 만든 건 배우의 힘이었다고 봐야할 것 같았어요. 연기력과 스타성 양면 모두에서 말이죠. 그래서 최근에 vod로 올라왔던 '멋진 세계'도 얼른 봐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제작진이 영화를 준비할 때 '일단 야코쇼 코지부터 캐스팅하고 보자'는 식으로 일했다더군요. 물론 그 보람은 100% 충족됩니다.)



 - 그래서 대충 결론은요.

 오래 기억될 수작이나 명작급 '오락 영화'가 될 수도 있었던 것 같은데 마무리가 좀 많이 말아 먹어서 아쉬워지는 영화였습니다. 뭐 좋았던 부분도, 막판에 말아 먹은 부분도 다 정말 아주 전형적으로 '일본적'인 느낌이었으니 이래저래 정말로 일본적인 일본 영화(?)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그래도 흥행은 잘 됐는지 속편까지 나와 있구요.

 아주 올드휏숀드한 일본 야쿠자물이 요즘 세상 때깔로 준수하게 다시 만들어진 걸 구경하고 싶다. 뭐 이런 분들이 있다면 추천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굳이 챙겨보실 이유까진 없겠구요. 레전드 선배 영화들과 완성도를 비교하지만 않는다면야 뭐. ㅋㅋ 그래서 전 그럭저럭 잘 봤습니다.




 + 만든 사람들 인터뷰를 찾아보니 "왜 우리는 '아수라' 같은 영화를 못 만드는가!!!" 라는 생각에 도전하는 마음으로 만드셨다고... ㅋㅋ



 ++ 비중은 작은 양아치 1인 역할로 '레드 블레이드: 최강 닌자 소녀의 탄생'의 메인 빌런님이 나오십니다. 같은 해에 찍은 영화인데 여기선 아주 리얼리스틱한 찌질 양아치 역할이라 괜히 웃겼네요. 출연작들을 보면 액션이 되는 역할들 주로 맡으시던데, 여기선 두 차례에 걸쳐 아주 호쾌하게 얻어 터지기만 하셔서 더 웃겼...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사실 젊은 신입 '이오카'의 정체는 본청 감찰반에서 '오가미'를 내사하기 위해 내려보낸 첩자였습니다. 14년전의 미결 야쿠자 살인 사건의 진범이 오가미라는 소문이 있어서 그 실체를 확인하러 보낸 거였는데. 당연히도 우리 이오카찡은 얼핏 보기엔 쓰레기 야쿠자 결탁 부패 경찰처럼 보이는 오가미의 진심(?)을 깨닫고 감화되어 버리죠. 하지만 이오카는 여전히 상식적이고 법을 사랑하는 인간이라 오가미 이 인간을 어찌해야 하나 계속해서 고민하는데요.


 계속 고민할 필요도 없이, 히로시마의 두 야쿠자 조직의 갈등이 정점을 찍던 어느 날 오가미는 실종되어 버립니다. 아마도 야쿠자에게 살해되었을 거란 걱정에 동분서주하던 이오카는 오가미의 진실을 종합 선물 셋트로 알게 되는데. 1) 오가미는 진작부터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었고 그래서 자기가 만든 조사 노트에 친절하게 빨간펜 첨삭까지 해줬다는 것. 2) 14년전 야쿠자 살해 사건은 야쿠자 때문에 인생이 꼬인 한 여인의 복수였고 오가미는 그걸 덮어주고 루머로나마 본인이 뒤집어 써 줬다는 것. 3) 본청에서 자길 스파이로 보낸 진짜 이유는 오가미가 타락한 경찰 수뇌부에 의해 자신이 제거될까봐 만들어 둔 수뇌부 약점 노트 때문이었다는 것.


 ...뭐 이렇습니다. 결국 오가미는 야쿠자의 편도 경찰의 편도 아닌 누구보다 히로시마의 일반 시민들을 생각하는 정의로운 경찰이었고. 현실적으로 그 시민들을 돕기 위해 일부러 자기 손을 더럽히며 일생을 희생해 온 고독한 간지남이었다는 거!!! 크윽... ㅠㅜ


 그리고 그 때 바로 야쿠자들에게 살해된 오가미의 시신이 발견되구요. 범행 수법에서 어느 쪽의 짓인지를 눈치 챈 이오카는 오가미의 복수를 위해, 그리고 히로시마의 평화를 위해 무슨 짓을 하냐면... 그쪽 조직 수장이 참석하는 대형 행사장에 적대 조직의 자객들을 불러다 몰래 입장시켜 줘요. ㅋㅋㅋㅋㅋ 그래서 오가미를 죽인 조직 보스는 목이 잘려 비참하게 사망. 그리고 그를 죽이고 나오는 다른 조직 리더를 현장에서 체포. (자기가 들여보내줘 놓고!!???) 뭐 이런 알쏭달쏭한 짓을 하는 게 말이 되나 싶지만 어쨌든 영화에선 무사히 잘 끝나구요.


 오가미의 장례식장에서 만난 본청 감찰반의 보스에게 '나도 니 약점 잡았으니 얌전히 입다물고 있으렴' 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자신은 본청에 컴백 안 하고 히로시마에 남겠다고 다짐하는 이오카의 듬직한 모습으로 끝... 나는가 했는데. 이오카와 커플이 됐던 약국 아가씨가 과한 메이크업과 차림새로 오가미의 무덤에 나타났다가 이오카에게 딱 걸립니다? 알고 보니 이 아가씨는 오가미가 이오카의 정체를 떠보기 위해 미인계로 보낸 술집 아가씨였던 것(...) "어쨌든 덕택에 너도 공짜로 한 번 했잖아? 깔깔깔" 하며 떠나는 아가씨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이오카가 피식 웃으면서 진짜 엔딩입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42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8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609
122790 아메리카노, 자전거, 트위터 [6] DJUNA 2023.03.30 646
122789 프레임드 #384 [4] Lunagazer 2023.03.30 96
122788 무책임한 반일선동 국가미래 좀먹는다 분홍돼지 2023.03.30 409
122787 지금 하노이에요. [1] soboo 2023.03.30 467
122786 큐어 (1997) [1] catgotmy 2023.03.30 250
122785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 [3] DJUNA 2023.03.30 625
122784 3월 30일 [5] DJUNA 2023.03.30 454
122783 [디즈니플러스바낭] 또 다시 1988년. '빅'을 봤습니다. [23] 로이배티 2023.03.30 624
122782 이번에도 상복 없는 토드 필드 감독... [1] 조성용 2023.03.29 438
122781 클라나드 (2004) catgotmy 2023.03.29 132
122780 프레임드 #383 [4] Lunagazer 2023.03.29 108
122779 클리앙에 대해 [9] catgotmy 2023.03.29 810
122778 물가는 오르고 경기는 나쁘고 [2] catgotmy 2023.03.29 394
122777 [스포] 파벨만스 - 사실이 아닌, 영화로서의 진실 [11] Sonny 2023.03.29 682
122776 "달 표면에서 물 수천억t 얻을 수도" [2] 왜냐하면 2023.03.29 489
122775 대전 [4] DJUNA 2023.03.29 635
122774 3월 29일 [4] DJUNA 2023.03.29 391
122773 길복순을 미리 보고(스포없는 듯?) [2] 예상수 2023.03.28 709
122772 [디즈니플러스바낭] 돌이켜보면 은근 영향력 컸던 영화, '워킹걸' 잡담입니다 [16] 로이배티 2023.03.28 508
122771 이글루스 서비스 종료.. [2] 노리 2023.03.28 48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