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나왔습니다. 에피소드 8개에 편당 40여분 정도 되는 시리즈구요. 스포일러는 마지막 부분에 흰 글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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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폰트 바꾸고 가운데 찢어진 효과만 부드럽게 손 보면 두 소녀의 로맨스 드라마가 될...)



 - 영국의 볼턴이 배경입니다. 구리구리한 동네로 묘사되는데 검색을 해보니 동네는 관광지로 추천까지 되는 멀쩡한 동네이고 주인공들 사는 데가 그런가봐요. 암튼 전 잘 모르겠구요. ㅋㅋ


 대략 고등학생 동네 친구들 한 무리가 주인공입니다. 영국 하이틴물답게 다들 입도 걸쭉하고 거칠지만 그래도 친구는 친구. 그리고 그 중의 '로시'라는 녀석이 문제에요. 엄마는 자살로 삶을 마감했고, 아빠는 일용직 노동자로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느라 집구석에 신경 못 쓰고,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어서 정부 지원 음식, 무상 급식으로 식사를 때우며 어린 동생 둘을 혼자 챙겨야 하죠. 그러던 어느 날 이 녀석의 폰에 '레드 로즈'라는 괴이한 앱이 스리슬쩍 깔리고. 다짜고짜 소원을 들어주겠다더니 정말로 대충 비슷하게는 이루어 줍니다? ㅋㅋ 그래서 완전 신난 로시입니다만. 당연히 이 앱은 점점 이상한 짓들을 시작하겠죠. 영문을 알 수 없는 괴상한 행동을 시켜서 로시가 친구들로부터 멀어지게 만들고, 죽은 엄마 유령 같은 게 보이게 하질 않나, 나중엔 심지어 자기가 스스로 인스타 게시물도 올리고 문자도 보내서 점점 로시를 곤경에 몰아 넣어요. 과연 로시와 친구들의 운명은!!? 이 괴상한 앱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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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DickHead' 군단. 다들 입이 걸쭉하고 공격적이지만 가만... 히 보면 참 순수하고 착해서 정이 갑니다.)



 - 일단 고백하고 넘어가자면, 제가 별로 안 좋아하는 소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입니다. 신통방통 귀신 들린 앱이요. 

 사실 이것 자체가 문제가 될 건 없어요. 최신 문물을 갖고 전개되는 귀신 이야기야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니까요. 귀신 들린 자동차, 귀신 들린 티비, 핸드폰, 스마트폰, 컴퓨터 등등 뭐 끝이 없겠죠. 다만 세월이 흐르고 테크놀로지가 발전하면서 이 '최신 문물'에 해당하는 물건이 점점 고도로 복잡하고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들이 되다 보니 이런 '귀신 들림 뭐뭐' 이야기를 받아들이기가 힘들어집니다.


 이 영화의 '레드 로즈' 앱만 해도 그래요. 일단 무슨 자연 발생처럼 폰에서 홀로 홀연히 나타나는 건 뭡니까. 어떻게 로시의 인생과 사정을 다 꿰고 있죠? 뭐 여기까진 초자연적 존재가 로시를 홀려서 그렇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는데, 친구들이랑 주고 받는 메시지의 내용을 싹 바꿔 버리는 장면이 나오니 좀 난감해지고. 나중에 폰이 꺼진 상태에서 문자를 보내고 인스타 게시물을 올리는 장면까지 나오니 아 이것 참... 귀신이 로시의 핸드폰을 넘어서 인스타 서버까지 장악하고 자기 멋대로 코드를 만들어 올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많이 식어버리지 아니할 수가 없었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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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출처 모르는 앱이나 링크는 깔지도, 건드리지도 말라고 그렇게 교육을 하는데도 말을 안 들어 먹으니 말입니다.)



 - 하지만 '일단 그렇다 치자' 라고 생각하고 보면서 나머지 부분들. 캐릭터와 이야기들 같은 부분이 썩 괜찮습니다.

 그러니까 어두컴컴한 존재 때문에 위기에 빠진 십대 패거리 이야기잖아요. 그리고 이 이야기의 그 패거리 애들이 좋아요. 앞서 말했듯이 평범하게 찌질하고 평범하게 거칠고 평범하게 막 사는 애들인데, 근본적으로는 선량한 애들이고 서로를 챙기려고 꽤 노력합니다. 여기에서 뙇! 하고 떠오르는 게 '팔로우'였어요. 제가 참 좋게 봤던 호러 영화인데 그거랑 틀이 살짝 비슷하죠. 대충 가난한 동네의 궁상 맞은 청소년 무리가 나오고, 그 중 한 명이 저주에 걸리고, 그 저주를 풀어주기 위해 이 선량한 청소년들이 서로를 돌보고 감싸며 짠함이 강물처럼 흐르는 이야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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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고생 1번 타자 로시. 정말 짠내가 화면을 뚫고 튀어나옵니다.)


 다만 이야기의 톤은 상당히 다른데요. '팔로우'의 디트로이트 청소년들은 참으로 세상에 보기 드물게 선량하고 고운 심성의 아이들이었죠. 근데 이 드라마의 볼턴 청소년들은 많이 거칠고 미숙합니다. 그래서 계속 서로 들이 받고, 그러다 잠깐 화해하고, 또 들이 받고, 그러다 뭉치고... 를 반복하는데. 그 과정에서 찌질하고 모자란 모습도 많이 보이지만 '그래도 착한 애들임' 이라는 게 은은하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잘 전달이 되어서 이 녀석들의 드라마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솔했어요.


 그리고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이다 보니 시간이 넉넉하잖아요. 캐릭터별로 다 집안 배경이 있고 설정이 있고 그런 걸 여유롭게 하나씩 풀어 나가며 이야기를 전개하니 에피소드가 넘어갈 수록 점점 더 몰입하게 되는 느낌이 있어서 좋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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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 없이 충분히 볼 수 있지만 그래도 애틋한 각자의 드라마들이 펼쳐지구요.)



 - 위에서 잔뜩 투덜거려 놓긴 했지만 호러 요소도 괜찮습니다. 일단 이게 '핸드폰 앱' 얘기이다 보니 기본적으로 스마트폰에 모든 정보를 담고 사는 현대인 삶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식으로 전개가 되거든요. 말도 안 되긴 하지만 내 핸드폰이 미쳐 돌아가면 이런 일도 벌어질 수 있다... 뭐 그런 류의 걱정을 건드리는 식의 전개가 많이 나와요. 또 그냥 일반적인 호러씬들은 깜짝 놀람이나 잔인함보단 '은근 불쾌함'을 목표로 하는 게 많은데 그 역시 적당히 잘 전달이 되구요.

 또 결정적으로, 위에서 말 했듯이 주인공들 처지에 꽤 몰입하고 응원하게 만드는 드라마를 제공한다는 게 큽니다. 등장 인물들이 호러 영화 청춘 1, 2, 3, 4가 아니라 개별적인 인간들로, 그것도 정 가는 인간들로 충분히 묘사되기 때문에 평범한 호러 효과도 하찮지 않게 잘 살아나는 거죠. 하지 마! 가지 마!! 죽지 말라고!!! 라는 생각이 드는 캐릭터가 있냐 없냐가 호러 영화의 재미에 미치는 영향... 을 아주 잘 보여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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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머 감각도 괜찮아요. 뭐라 설명은 못 하겠지만 참 긴장되는 상황을 갑자기 훈훈한 개그로 돌려 버리는 재밌는 장면이었구요.)



 -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처음에 했던 얘기의 비슷한 반복인데요, 일단 이게 대체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는 게 종종 발목을 깨요. ㅋㅋ 그리고 후반으로 가면서 이것에 대해 뭔가 설명을 시도(!)하는데 그 부분에서 더 난감해지구요. 그냥 순순히 말도 안 된다고 인정하고서 배째라고 전개하는 게 제겐 나았을 것 같았어요. 아니 사실은 지금도 상당히 배를 째고 있긴 한데, 그래도 그게... ㅋㅋ


 그리고 이야기 템포가 좀 루즈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게 내용상으로 마치 '1부, 2부'처럼 나눠지는 구간이 있거든요. 이때 2분 스타트 구간이 뭐랄까, 이게 앞으로 필요한 빌드업이긴 하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재미가 없군? 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에피소드 하나 분량도 안 되기 때문에 힘들진 않았지만 좀 아쉬웠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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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려야 한다!!!!!!!!)



 - 그러니까 애틋한 청소년들 나와서 애틋하고 장하고 갸륵하게 악에 맞서 싸우는 내용의 호러/스릴러물입니다.

 호러/스릴러 자체로서 그렇게 강렬하냐... 고 묻는다면 '그냥 평범하게 괜찮다'고 하겠습니다만. 그 청소년들의 애틋함과 갸륵함이 아주 훌륭해서 몰입해가며 재밌게 봤어요. 또 위에서 계속 말도 안 된다고 투덜거리긴 했지만, 그냥 장르적 허용이라고 생각하고 질끈 눈 감아 주면 개연성과 별개로 꽤 흥미롭고 긴장감있게 전개되는 드라마이기도 하구요.

 뭐 그렇잖아요. 캐릭터와 드라마가 맘에 들고, 또 어쨌거나 큰 그림은 나름 괜찮으니 부족한 부분은 눈 질끈!! ㅋㅋ 그런 식으로 재밌게 봤습니다.

 추천해주신 분들께 감사를.




 + '시즌 2 내놓을 계획은 없지만 가능은 하지롱' 이라는 식의 엔딩입니다. 대박 나면 돈 벌려고 어떻게든 내놓을 거고, 아님 이걸로 깔끔하게 끝내도 괜찮고. 뭐 그런 엔딩이에요. 시청 결정에 참고하시구요.



 ++ 중간에 주인공들이 성적표 확인하는 장면이 나와요. 대충 설명을 보면 보통이거나 별로인 것 같은데 본인들도 가족들도 모두 어쩜 그렇게 잘 했냐며 감격하는 걸 보고 웃었습니다. 그럴만한 애들이라서... ㅋㅋㅋㅋㅋ



 ++ 다짜고짜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아주 많이 길어요.


 로시는 죽습니다. 앱에게 죽도록 시달리다가 결국 어느 날 욕조에서 자살한 모습으로 발견돼요. 남은 친구들은 로시를 애도하지만 그 중 로시와 절친이었던 '렌'은 로시의 폰에서 인스타로 업로드 된 사진과 영상들 때문에 로시를 죽게 만든 나쁜 nyun으로 동네에 소문이 나서 인생이 피곤해지죠.

 하지만 로시가 자살했을 리 없다며, 갸는 절대 그런 아이가 아니라며 죽기 전에 대체 로시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캐보려고 노력하던 렌에게 또 '레드 로즈'가 접근합니다. 이유를 알고 싶으면 날 설치해 보래요. 그래서 '까짓 거 함 해보죠' 라고 레드 로즈에 도전하는 렌입니다만. 깔자마자 또 제 괴상한 미션 하달에 지 멋대로 인스타 업로드 등등으로 로시만큼 시달리게 되구요. 그러다 구세주처럼 나타난 it덕후이자 코딩 고수 학생 '자야'의 도움으로 레드 로즈 앱의 코드를 파해치기 시작하는데... 앱은 잽싸게 렌에게 사형 선고를 내리고 카운트 다운을 시작해요. 그리고 예고된 죽음의 시간 직전에 자야는 레드 로즈 배후의 범인을 지목하는데, 그게 또 하필 렌 엄마의 애인이었네요? 게다가 그 사람은 이미 렌을 속여서 외딴 곳으로 끌고 가 죽이려고 하고 있구요. 하지만 뭐, 자야의 활약 + 친구들, 특히 남자 친구 노아의 간절한 노력으로 렌은 살아남고. 렌 엄마 애인은 자살합니다.


 ...그런데 아직 에피소드가 두 개 남았거든요? ㅋㅋㅋㅋ

 대략 몇 개월이 흘렀고. 자야를 포함한 렌의 패거리는 상처를 그럭저럭 극복하고 잘 지내고 있었는데... 어쩌다 레드 로즈의 창시자가 쓰던 태블릿을 얻게 되어 자야가 그걸 분석해보니 레드 로즈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라는 걸 깨닫는 순간 자야의 집엔 화재가 자야는 사망 처리되구요. 그리고 친구 멤버 중 하나가 습격을 당해서 병원에 입원을 해요. 대체 이게 왜 안 끝나는 건데!!! 라며 패닉에 빠지는 패거리들. 게다가 이번엔 앱이고 뭐고 상관 없이 패거리 전부가 각개 격파 전략으로 다가오는 위협에 놓이게 됩니다. 그러다 그 중 멤버 하나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는 순간...


 멀쩡하게 살아 있던 자야가 전화를 걸어 그 멤버를 구해줘요. ㅋㅋ (큰 개연성 구멍인데, 대충 넘어갑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배후를 알려줍니다.

 사실 이 모든 건 초자연 현상과 아무 상관 없는 해킹 놀이였어요. 다들 핸드폰만 문제라고 생각했고, 앱을 설치한 사람 본인만 겪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도저히 이해 불가능한 일들이 벌어지니 이게 귀신 장난이라 믿었지만 사실은 앱을 깔았든 안 깔았든 패거리 모두의 핸드폰과 각종 전자 기기들이 몽땅 해킹 되어 조종 당하는 상태였던 겁니다. 이렇게 생각해도 여전히 말이 안 되는 구석은 많지만 그래도 전보단 많이 설명이 가능해지구요.

 그리고 이 짓을 하는 것은 걍 남들 괴롭히다 죽이는 걸 라이브로 구경하며 즐기는 정체불명의 변태들이었고. 역시나 핸드폰 앱의 장난으로 설명할 수 없었던 많은 사건들은 다 이 변태들이 직접, 혹은 사람을 고용해다가 저지른 범행들이었던 것. 물론 로시도 자살이 아니라 자살로 위장된 살인이었습니다. 이런 짓을 하는 목적은 딱히 없어요. 그냥 그 구경이 재밌었던 거죠.


 암튼 그래서 거의 모든 멤버가 세이프! 됐지만 정작 주인공인 렌만 혼자 위기에 빠졌고. 렌이 이 모든 것의 배후... 인 듯한 놈과 1:1로 맞짱을 뜨게 되는데, 이 배후놈을 당황시켜 틈을 만들기 위해 자야는 앱과 서버의 모든 데이터를 포맷시켜 레드 로즈를 정지 시켜 버리죠. 그리고 그 틈을 놓치지 않은 렌이 배후를 죽여 버리면서 사건은 마무리. 하지만 자료를 다 지워 버렸으니 범인들을 잡을 길은 영영 없어져버렸고. 심지어 진짜 배후는 멀쩡히 살아서 자야를 찾아와 적당히 약올리고는 '자료를 지워봐야 아이디어는 지울 수 없는 거라네~' 라며 미소를 띄고 떠나갑니다.


 그리고 배경이 바뀌어서 일본에서 또 비슷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하는 걸 보여주며 끝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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