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모니터를 샀어요.

사실 전에 쓰던 모니터가 아직도 좀 과하게 멀쩡했지만, 요즘들어 같은 시간을 컴퓨터질을 해도 눈이 금방 피곤해지는 느낌이 있어서.

라는 핑계로 144Hz를 지원하는 고주사율 모니터로 바꿔 봤습니다. 물론 전 가난하니 이런 스펙이 달린 제품들 중에 AS는 믿을만한 회사(=대기업)의 가장 싼 물건으로. 정확하게 뭔지는 안 알랴드림.


근데 이 제품이 싸진 않지만 가성비는 쩌는데 QC에 문제가 많다는 게 인터넷 중론이던데. 제가 운이 좋은 건지 인터넷 여론이란 게 원래 다 그런 거여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솔직히 후자일 것 같아요. 암튼 전 아주아주 멀쩡한 양품을 받아서 쾌적하게 잘 쓰고 있습니다. ㅋㅋ


근데 제가 찾아 본 그 모니터에 쓰잘데기 없는 '스마트' 기능이 달려 있지 뭡니까.

여기서 '스마트'란 자체 OS를 내장해서 거기에 온갖 OTT 앱들을 다 깔아 쓸 수 있다. 라는 거구요. 그래서 컴퓨터 켜지 말고 전기 아끼면서 편하게 잉여질하라고 리모콘까지 넣어 주더라구요. 근데 뭐 이딴 걸 굳이 써서 뭐함? 이런 기능 빼고 가격이나 좀 낮추지 툴툴툴. 이러면서 샀는데요.


와 이거 되게 편하네요(...)


진짜 별 거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모니터를 32인치 스마트 티비처럼 쓸 수 있다. 그냥 이건데요. 막상 써보니 편리함이 다릅니다.

일단 컴퓨터 팬소리 전혀 없이 잉여질 가능하다는 게 가장 크구요. 어쨌든 전기는 아끼는 것이니 괜히 기분도 좋고. (쿨럭;)

또 자그마한 리모콘으로 다 컨트롤이 되니까 의자에 최대한 뒤로 벌러덩 누운 불량 자세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어서 더욱 더 편안합니다. 보는 도중에 뭐 컨트롤 하려고 키보드, 마우스 만지려 몸을 앞으로 돌릴 필요가 없으니까요. ㅋㅋㅋㅋ


그래서 더더욱 격하게 강렬한 잉여의 삶으로 일상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모니터에 넷플릭스, 아마존, 디즈니, 티빙, 왓챠 다 깔아서 로그인 해 놓으니 이리도 편할 수가!!! 내친 김에 웨이브도 가입해볼까요!!!? ㅋㅋㅋㅋ



2.

제가 애용하는 프랜차이즈 피자 브랜드인 파파존스에서 언제부턴가 비건 피자를 팔아요.

근데 뭐 완벽하게 이러쿵저러쿵 한 건 아니고, 원래 이 브랜드 기본 메뉴에 토핑으로 채소만 들어가는 피자가 있었거든요. 거기에다가 치즈를 비건 치즈로 바꿔서 파는 겁니다. 대략 입문자 레벨(?)의 채식 피자라 할 수 있겠죠.


근데 전 채식주의자 아니거든요. 그냥 순수하게 맛이 궁금해서 시켜봤는데. 음...

다신 안 먹으려구요. ㅋㅋㅋ 아니 맛이 없는 건 아닌데, 생각보다 괜찮은데, 맛이 없습니다(?)

결정적으로 이 채소 토핑 피자가 원래 상당히 맛있는 피자에요. 일부러 종종 시켜 먹기도 하는 메뉴인데 거기에서 치즈 하나 바꿨더니 이런 음식(?)이 되어 버리는군요. 허허. 원래 이렇게 한 판 시켜서 먹을만큼 먹은 후에 남은 건 냉동실로 보내는데. 이걸 냉동실로 보내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어 고민 중입니다.


괜히 원치도 않았던 아이브 미니 포스터만 생겼네요. 심지어 이 분들이 모델인 줄도 몰랐는데. ㅋ


아... 하지만 이런 거라도(?) 드셔보고픈 채식주의자님이 계시다면, 뭐 맛이 아주 나쁜 건 아닙니다. 파파존스가 기본적으로 토핑이든 빵이든 퀄이 괜찮은 편이라 베리 배드까진 아닌데, 뭐 인터넷을 뒤져보니 "그냥 원래 시크릿 가든에서 치즈 빼고 주문하는 게 낫다"는 평이 보일 정도이니 역시나 추천하진 않겠어요.



3.

자식 두 놈들 중 둘째, 딸래미 얘깁니다.

이 녀석이 성깔이 장난이 아니에요. 평소에 사근사근 애교도 많고 정도 많은데 한 번 빡치면 농축 진상 액기스의 현신이 되어 버리는.

그런데 그렇게 발동이 걸렸을 때 그걸 달래든, 갈궈서 누르든, 어떻게든 해결이 가능한 유일한 사람이 이 집에선 저입니다. 왜 그런진 몰라도 암튼 그래요.

근데 며칠 전에 하필 제 출근 시간에 이 녀석이 오랜만에 활활 타올라 버린 거죠. 한 번 열받으면 식히는 데 한 시간이 넘게 걸리는 놈인데 출근은 해야 하고. 그래서 서둘러 제압을 시도하다 결국... 티비 시청 한 달 금지령을 날려 버렸군요. 네 뭐 교육적이지 않은 건 압니다만. 어쩔 수가 없었다구요!!! ㅋㅋㅋ


그러고 그 날 퇴근해서 보니 녀석의 화는 이미 가라 앉았고. 심지어 자신에게 내려진 가혹한 형벌까지도 꽤 쿨하게 받아들여서 기특하다 싶었습니다만.

이렇게 되어 버리니 이 놈이 이제 집에 붙어 있지를 않습니다(...) 

학교 다녀오면 바로 휘리릭 놀이터로 달려가서 집에 안 들어와요. 전엔 그나마 하루에 딱 한 시간 보는 티비라도 보겠다고 집에 붙어 있었는데. 그게 없어지니 무조건 밖으로 뛰쳐 나가는 거죠. 그러고선 저녁 차려 놓고 붙잡으러 나갈 때까지 절대 제 발로 안 돌아옵니다.

덕택에 집돌이인 오빠 녀석은 자기랑 놀아줄 사람이 없어져서 퇴근한 저한테 달라 붙고. 벌칙을 해제해 버리고 싶어지지만 그렇다고해서 일주일도 안 됐는데 그냥 끝내 버리기도 영. 결국 자승자박이 되어 버렸습니다. ㅋㅋㅋ


사실 딸래미가 이렇게 나가서 늦게까지 노는 건 좋아요. 집구석에서 티비 보라고 틀어줘봤자 유튜브 틀고 애들용 채널 이것저것 보다가 '참교육' 같은 드립이나 배우고 해서 별로였거든요. 아들도 함께 나가면 좋으련만. 이 놈은 정말 저보다도 더 격하게 집을 사랑하는 놈이라... ㅠㅜ



4.

학교에 소소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디테일은 생략하고, 뭐 크게 만들면 큰 일일 수 있고 적당히 해결하면 별 거 아닐 수도 있는 그런 일인데.

어쨌든 범인(?)을 잡아냈고 오늘 그 양반과 한 시간 정도 대화의 시간을 가졌죠.


근데 뭐 시작부터 끝까지, 이 녀석이 하는 이야기들 중 대략 절반은 거짓말이거나 왜곡이었어요. ㅋㅋㅋ

저도 이제 이 짓 경력이 20년이니 대충 말하는 폼만 봐도 짐작 가는 게 있고. 또 그래서 슬쩍 말을 돌려서 콕콕 찔러보면 앞뒤 안 맞는 게 다 티가 나구요.


뭐...

예전 같았으면 이 녀석에게 이런저런 답변을 유도한 후에 하나씩 짚어가며 이건 왜 말이 안 되고 저건 어째서 당연히 뻥이고 고건 완전히 아전인수이고... 이런 걸 좔좔좔 퍼부어줬을 거거든요. 근데 오늘은 굳이 그럴 생각이 안 들어서 그냥 최소한의, 꼭 필요한 부분만 인정을 받아내고 적당한 선에서 끝냈습니다.


아마 녀석은 집에 돌아가는 길에 바로 친구들한테 전화해서 자신의 승리를 자랑했겠죠. ㅋㅋ 그걸 생각하면 기분이 그리 상큼하진 않습니다만.

제 위치에서 현실적으로 우선시해야할 부분은 다른 것보다도 재발 방지와 실생활에서의 행동 변화이고. 미주알 고주말 팍팍 따져서 콰직콰직 해놓았을 때 과연 저 녀석이 변하는 '척'을 하려고 들까. 오히려 지 자존심 상했다고 더 다크해져서 난리를 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 까이 거 대충 속아주는 척하고 더 나은 방향을 도모해보자. 뭐 그런 맘이었습니다만. 그게 잘 될지는 앞으로 두고 봐야겠죠.


사람 마음을 다룬다는 게 참 다루기 어려운 거라는 거, 이 일을 오래 하면 할수록 느끼게 됩니다.



5.

벌써 3월의 2/3가 갔습니다 여러분!!

그런데 어째서 이번 주랑 다음 주 금요일까지 3월이 꽉 차 있는 거죠. ㅋㅋㅋㅋ

게다가 그 2주간 + 다음 달까지 정말 달력이 깨끗한, 내내 아무 일도 없는 기간이죠.

그렇게 쭉 참으로 안정적으로 계속 달려서 5월을 맞아야 휴일도 생기고 학교 행사도 생기고 그러면서 숨통이 트일 느낌입니다만.

언제나 그렇듯 대충 하루하루 살다 보면 시간은 금방 가겠죠. 

다행히도 직장에서 함께하는 사람들도 좋고, 자식들은 귀엽고 모니터도 좋으니(?) 어떻게든 버텨질 것 같습니다.



굳세게 잘 살아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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