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뒷북] 갯마을 차차차-약스포

2023.03.06 19:32

조회 수:365

2021년 작품으로 16부작이에요.

김은숙식 말개그 순한 버전에 상황 개그까지 곁들인 로맨틱 코메디인데 주인공 신민아 김선호의 외모가 유난히 예쁘게 나옵니다. 풍경도 예쁘게 잡아서 전체적으로 화면이 뽀얗죠.
주인공도 예쁘고 이야기도 예쁘고 대사도 예쁘고 그림도 예쁘게 순둥순등 흘러가서 보기에 마음이 편하더군요. 오티티에서 일부러 찾아보지 않으면 집엔 지상파만 나오는데 요새 왠지 지상파 드라마 폭력 수위가 높아요.

원작이 따로 있죠.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 반장'
원작을 못 봐서 비교는 어렵겠지만 설정은 그대로 따온 것 같습니다.
마을의 온갖 일 -자격증이 필요한 일부터 온갖 잡무에 이르는 육체노동- 최저임금 균일가에 처리하고 다니는 오지라퍼 홍 반장, 쉬는 날은 반드시 지키며 현대도시인의 삶과는 거의 반대방향으로 갑니다.그리고 까칠한 도시 여자와 민나서 티격태격. 당연히 사랑에 빠지고요.

로맨스도 꽤 잘 뽑았지만 저는 무엇보다 홍 반장의 삶이 부럽더군요. 모든 아저씨의 마음에는 자연인 하나쯤 자라고 있다는데 저도 아저씨가 돼가는 모양입니다.
물론 딱 드라마 속에서처럼 선량한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고 먹고 살 걱정은 없다는 전제가 필요하죠. 습기 가득 해안가 마을에서 구김 하나 없이 뽀송 아삭한 면셔츠처럼 현실 문제는 잠시 치워둡시다.
하고 싶다면 못할 것도 없지 않나, 매몰비용 문제를 제외하면 지금의 내 삶보다 모자라달 순 없지 싶은데, 꽤 만족스러웠던 이 작품에 빨리 감기가 필요해진 건 홍 반장의 이 생활에 설명이 붙으면서였어요.
실은 초반에 홍 반장이 서울대 출신이라고 할 때부터 좀 깨긴 했습니다. 서울대 학사가 아니라 유학파 박사일 수도 있죠. 그런데 이야기 속에선 서울대고 재벌 삼세고 간에 필요가 없는 얘기 였어요. 그냥 그런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은 그게 좋아서 그러고 산다면 되는 거지 굳이 왜 토핑 하나를 더 얹느냔 말입니다. 워낙 인물 묘사가 좋고 인물 또한 좋아서 그냥 하늘에서 떨어진 매력덩어린데요.
서울대까진 그래도 참아줄 수 있었는데 오우....후반엔 서울대 나온 홍 반장이 그러고 사는 이유를 밝혀줍니다. 결국 그 양반의 그런 삶은 도피였던 거죠. 도대체 왜 그런 삶에 이유를 달아야 하고 설명을 해야 했을까요.

신민아가 참 예쁘게 나옵니다. 유난히 면(으로 보이는) 셔츠나 블라우스를 즐겨입고 게다가 거의 파스텔톤이에요. 돈 많은 치과 의사니까 다림질을 외주 줘도 되겠습니다만 출근 하고 한 시간이면 이미 형편없이 구겨있을 텐데요. 게다가 배경은 습기찬 바닷가 마을. 묵직하게 처지고 구겨진 면 셔츠와 잔머리가 민들레처럼 일어난 머리를 상상하면 끔직합니다만 잠시 한 눈을 감기로 하죠. 덕분에 그림은 아주 예쁘고, 드라마의 솜사탕성을 완벽하게 만들어줍니다.

원작에도 홍 반장에게 어두운 과거가 있었는지 궁금하네요.
포도밭 그 사나이를 재미있게 보셨다면 이 드라마도 재미있을 거예요. 여주인공은 시대에 맞게 훨씬 유능하고 경우바르고 용감한 사람이지만 신민아의 사랑스러움까지 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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