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4년작입니다. 와! 30주년!! 1시간 39분이구요. 스포일러... 랄 게 있을까요? 결말을 직접적으로는 언급을 안 해보겠습니다만. 그래도 스포일러 들판일 겁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처음 이 영화에 대한 정보를 접했을 때 이 간지나는 제목이 시에서 따온 거라는 말을 듣고는 어느 유명한 시인의 시겠거니... 했었는데 말입니다. ㅋㅋ)



 - 1952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 처치'라는 평화로운 시골 마을입니다. 정말 아무 범죄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 분위기의 평화롭다 못해 지루한 마을... 이라는 걸 도입부의 동네 홍보 영상으로 보여주고요. 다짜고짜 비명을 지르며 달리는 두 십대 소녀의 모습이 보입니다. 온 몸에 피칠갑을 해가지고 숲에서 달려 나와 "도와 주세요! 우리 엄마가 심하게 다쳤어요!!!" 라고 외치네요.


 그 순간 장면이 바뀌며 여학교의 평화로운, 하지만 아무 엄격하고 빡빡하며 재미 없어 보이는 풍경이 펼쳐집니다. 주인공 1번 폴린의 중2병 넘치고 학교 생활 참 힘들겠다잉... 싶은 친구 없는 모습을 보여준 후, 주인공 2번인 전학생 줄리엣이 등장하죠. 각각 살림살이 넉넉하지 않은 평범한 서민 가정의 막내딸, 대학 교수 아빠와 비슷하게 엘리트 엄마를 둔 부유한 집안의 맏딸이며 성격도 어둡고 자신감 없음 vs 과도하게 자신감 넘치는 깨발랄로 정 반대에 가까워 보이지만 어쨌든 '덤벼라 세상아!' 라는 중2병으로 하나가 된 둘은 곧 뜨거운 우정을 불태우기 시작하는데, 도입부에서 이미 마지막을 보여주고 있으니 뭐...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덤벼라 세상아!' 모드의 깨발랄 십대 여성 콤비가 등장하는 유명한 이야기가 이 영화 전에 얼마나 있었는지 문득 궁금해지네요.)



 - 언젠가 다시 보고 싶어서 찾아보니 웨이브에 있더라구요. 아마 대략 서너번 정도 본 걸로 기억하는 영화입니다만. 보면 볼 때마다 클라이막스 근처를 꽤 비중 있게 장식하는 '제 3의 사나이'를 안 본 게  떠올라서 찜찜했어요. 그래서 이번엔 그걸 먼저 보고 다시 봤습니다. 캐롤 리드님 죄송... ㅋㅋㅋㅋ 그래도 그 영화도 재밌게 잘 봤으니 서로(?) 좋은 걸로!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명배우 오손 웰즈님의 열성 팬과 혐오자가 나란히 앉아 '제 3의 사나이'를 보고 있는 풍경입니다.)



 - 다시 보면서 든 생각은 '아 이거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에 참으로 큰 영향을 준 영화였구나' 였습니다. ㅋㅋ

 고독한 여자 학교 학생 둘이 주인공이고. 둘이 연인 관계를 맺고요. 뭣보다 둘의 관계가 언밸런스하게 맺어져 있고, 그게 결국 마지막의 큰 비극을 불러오는 배경이 된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각자의 심리를 그려내며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방식 같은 게 많이 닮았습니다. 그 외에도 자잘한 디테일들도 눈에 띄는 게 많았지만 (둘 중 한 명이 남성과 에로틱한 관계를 맺는다거나...) 뭐 대충 생략하구요. 이미 20년 전에 다들 하셨을 얘기 아니겠습니까.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이렇게 둘이 '제단'을 만드는 장면 역시 익숙하구요.)



 - 이미 몇 번을 봐 놓고선 새삼스레 이번에 확 꽂혔던 건 주인공들의 나이였습니다. 뭐라고? 범행 당시 나이가 15세라굽쇼? ㅋㅋ 당연히 만나이라는 걸 감안해도 끽해야 고1이잖아요. 확인해 보니 1938년생이고 사건이 벌어졌던 게 1954년. 그러면 둘이 만난 건 중 2였고... 뭐 그렇군요. 이게 본지 오래되다 보니 두 배우의 비주얼 & 영화 속에서 이들이 보여주는 행동들 때문에 기억이 왜곡되어서 당연히 시작부터 고등학생들이라고 생각했어요. 

 암튼 뭐 그 나이라면 영화 초중반까지 이들이 보여주는 불타는 중2병 스피릿이 조금 더 납득이 되긴 하네요. 아무리 1950년대, 70년 전의 10대들이라고 해도 고등학생 나이 씩이나 되어서 그러면 안 되는 겁니...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그래도 이런 짤을 보면 두 배우님 어리신 게 보이기는 합니다. 참고로 77, 75년생이세요.)



 - 각본가님이 당시 이미 남편이었던 피터 잭슨에게 '이거 하자'고 들이 민 시나리오였다던데. 결과적으로 피터 잭슨도 함께 쓰긴 했지만... 어쨌든 잘 쓴 각본인 동시에 남편의 능력을 아주 잘 활용한 센스 있는 각본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이전까지 피터 잭슨이 만들어 온 영화들이 '고무 인간의 최후', '피블스를 만나요', '데드 얼라이브' 처럼 많이 미쳐 돌아가는 환타스틱한 내용의 영화들이었는데요. 갑자기 실화 기반 비극으로 급격히 턴을 했지만 사실 피터 잭슨은 그 때까지 자기가 잘 하던 걸 그냥 계속 해놓았습니다. 두 주인공이 만들어낸 상상 속 세상의 묘사라든가, 그게 현실이랑 뒤섞이며 펼쳐지는 환타스틱하면서 살벌하고 웃기는 장면들이 그래요. 미쳐 날뛰는 흉폭한 장면들인데, 거기에 사춘기 소녀들 갬성이 결합되어 있는 거죠.


 근데 그게 베이스가 되는 진지한 이야기와 어긋남 전혀 없이 잘 어울리고. (그 환타지들이 실은 주인공들의 내면 심리 그 자체니까요.) 더 나아가 이 영화에 독특한 대체 불가의 매력을 부여하기까지 하니 어쨌든 잭슨 사모님께서 아주 큰 일 하셨다... 고 할 수 있겠구요. ㅋㅋ



img.gif

 (10대 로맨스(?) 영화치곤 너무 흉악한 환타지 아닙니까. ㅋㅋㅋ)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그래도 이건 좀 낫네요.)



 - 다만 제가 너무 늙어 버렸나봐요.

 뭐 그렇습니다. 주인공 소녀들이 사정이 많이 딱하긴 하죠. 주변에 보탬이 되어줄 어른 하나도 없었고 서로를 제외하면 다른 의지할만한 친구도 없었구요. 근데 뭐... 어쩌라구요. ㅋㅋㅋㅋ 그래서 좌절을 할 수도 있고 반항을 할 수도 있겠지만 마지막의 그건 그냥 아니라구요. 인생 힘든 걸로 따지면 지들이 힘듭니까 폴린 엄마가 힘듭니까. 아니 뭐 그렇게 분노하고 증오할 거면 차라리 사실상 만악의 근원에 가까운 줄리엣 부모 쪽을... (쿨럭;)


 그리고 폴린 말입니다. 이게 영화가 두 소녀의 안타까운 로맨스로 아름답게 꾸며지는 와중에도 스멀스멀 뿜어져 나오는 사이코 스릴러 빌런 포스가 보통이 아니에요. ㅋㅋ 마지막의 그 장면도 이번에 보면서는 이 관계 자체가 줄리엣의 패착처럼 보이지 뭡니까. 본인 인생 힘들다고 촌동네 만만한 친구 앞에서 한껏 허세부리며 컨셉질 시전해 봤는데 알고 보니 그 놈이 상상을 초월하는 녀석이었고... 결국 왕! 하고 제대로 물려서는 전혀 원치 않았던 강력 범죄에 강제로 동참 당해 버린 거죠. 아니 정말로 그렇게 보였어요. ㅋㅋㅋ 마지막 날에 줄리엣은 내내 망설이고 발을 빼려 하는데 그 때마다 폴린이 발사하는 강렼한 눈빛에 그만...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대체 이 분이 무슨 죄라고... ㅠㅜ)



 - 하지만 이런 건 어디까지나 결말 장면에서야 떠올렸던 생각들이구요. 그 전까진 그냥 마냥 매우 좋았습니다.

 일단 영화에 정말 '낭만'이라는 것이 철철 넘쳐 흐릅니다. 계속해서 튀어 나오는 마리오 란자의 노래들과 오페라 곡들. 그리고 거기에 걸맞게 강렬한 열정과 에너지를 발산하는 두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참으로 흐뭇하면서도 짠하고 그렇구요. 시대와 예산에 맞게 적당히 허접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강렬한 느낌을 주는 둘의 환타지 세계 비주얼도 훌륭하구요. 사건 직전에 '제 3의 사나이'를 보고 돌아오는 길의 환타스틱한 장면 연출도 압도적이고... 다 좋아요.


 그리고 결말이 안타까울지언정 마지막 D-Day의 연출도 진심 압도적입니다. 갑자기 범죄 재연 프로그램 톤이 살짝 들어가면서 차분하게 진행되는 그 날의 평화로운 모습들. 딸래미가 모처럼 놀러 가자고 하니 신이 나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폴린 엄마의 모습과 폴린의 단호하게 싸늘한 표정, 그리고 그 사이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줄리엣의 감정이 얽혀 돌아가며 보는 사람 심정 복잡하게 만드는 부분도 훌륭했구요. 오페라에서 가져 온 장중한 음악과 함께 폴린의 비명으로 끝나는 마무리까지 아주 완벽했습니다. 문자 그대로 '깊은 여운'을 남기더라구요. 이런 이야기도 이렇게 잘 만드는 양반이 톨킨 시리즈를 너무 오래 붙들고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로요. ㅋㅋ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대책 없이 낭만적으로 막 나가 버리는데 그게 어쨌든 폼이 나구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앞으로 대성하실 풋풋 배우님들이 런닝 타임 내내 잠재력 대폭발 해주시구요.)



 - 배우들이 연기를 정말 잘 했죠. 두 주인공과 폴린의 엄마(이 분은 최근에 '스위트 투스'에도 나오셨군요. 무슨 역할인지 기억 나지만 당연히 못 알아봤습니다. ㅋㅋ)가 아무래도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만 그 외의 조연들까지 다 잘 했어요. 뭔가 계속해서 과장된, 과잉의 느낌이 흐르는 영화인데 그 톤에 맞게 아주 정확하게 잘들 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구요.

 재밌는 건 두 주인공 배우가 이 영화에서 보여준 연기가 이후 이들의 (거의) 일생 이미지와 커리어를 좌우할만큼 '전형적인 그분 연기' 였다는 거였습니다. 사실 케이트 윈슬렛은 이 영화 전까진 티비에만 몇 번 나온 무명에 가까운 배우였고, 멜라니 린스키는 아예 이게 데뷔작이거든요. ㅋㅋ 캐스팅 담당이 신의 눈이었던 건지, (심지어 두 배우의 생김새도 실제 인물들과 닮았습니다! ㅋㅋ) 아님 이 영화에서의 연기가 이후 이분들에게 깊은 자국을 남긴 건진 모르겠으나... 뭐 정말로 모르겠으니 그냥 반반인 걸로 해 두죠. (쿨럭;)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제가 올린 짤들을 쭉 보셔도 느끼시겠지만 둘이 그냥 즐거운 장면에서도 내내 둘이 성격이 다르고 생각하고 있는 게 다르다는 게 확 티가 납니다.)



 - 대충 마무리하겠습니다.

 젊은이 시절 재기 넘치던 피터 잭슨이 아내 잘 만나서 내놓은(?) 참으로 훌륭한 영화였어요.

 벌써 몇 번째 반복해서 본 영화지만 앞으로 몇 번은 더 봐도 충분히 좋겠다... 는 생각을 했구요.

 어차피 아직도 이거 안 보신 분은 없으시겠지만 그래도 혹시 계시다면 한 번 보시죠. 특히 여학생들 나오는 낭만적 비극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필수 코스로 지정해서 모두 보게 해야할만한, 이 분야(?)의 걸작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잘 봤어요.




 + 글을 다 적어 놓고 새로 산 마우스의 '페이지 넘김' 단축 버튼을 실수로 눌러서 다 날려 버리고 의욕 50% 상태로 다시 대충 적었습니다. 인생이여...



  ++ 피터 잭슨이 아내 프랜 월시와 이 이야기를 쓰면서 최대한 실제 사건을 그대로 살리는 방향으로 만들었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만. 그래도 혹시나 해서 확인해 보니 주인공들이 범행 전에 본 영화는 '제 3의 사나이'는 아니었더군요. 오손 웰즈 나오는 다른 영화를 봤는데, 폴린의 일기장에 '제 3의 사나이'의 오손 웰즈 캐릭터가 언급됐던 건 사실이고. 실제로 봤다는 그 영화에는 오손 웰즈가 별로 오손 웰즈처럼 안 생기게 나왔다나봐요. 그래서 바꾸었다고. 뭐 잘 바꾼 것 같습니다. '제 3의 사나이'에서 가장 유명한 오손 웰즈의 대사가 영화 속에서 폴린이 자신의 만행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언급되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게 있거든요.



 +++ 폴린은 현재 85세의 나이로 조용히 살아가는 듯 하구요. 줄리엣은 작년 4월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음... 솔직히 명복을 빌어줄 생각까진 안 드네요. 어차피 5년 복역 후 오랫동안 인기 유명 추리 소설 작가로서 잘 사셨고 나이를 보면 나름 장수도 하신 듯 하니 제 명복 따위 필요 없기도 하겠고. 이 영화로 인해 개명하고 타국에서 시작했던 제 2의 삶이 방해를 받아서 힘들었는지 영화를 보고 환상을 키운(?) 사람들에겐 좀 실망스러울 수 있는 얘길 많이 하셨더군요. 자기가 아플 때 편지를 보내준 게 폴린 뿐이어서 마음의 빚 때문에 억지로 등 떠밀렸던 거다. 둘이 사랑한 적 없다. 난 이미 죄값 다 치르고 주님에게 구원 받아 잘 살고 있었는데 과거에 발목 잡혀서 힘들다... 등등. 근데 감옥에서 본인 고생한 얘긴 좔좔 하면서 폴린 엄마에 대한 죄책감 얘긴 안 했던 걸 보면 이게 다 폴린 때문이고 난 억울하다! 는 입장이었던 것 같기도 하구요.


 근데 뭐 영화는 영화이고 현실은 현실. 현실에서 실제로 둘의 관계와 감정이 어땠는지는 제가 알 수 없으니까요. 영화만 보고 비난할 일은 아니겠죠.

 이분이 세상을 떠날 때 살고 있던 장소가 L.A.였다는 게 살짝 재밌(?)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둘이 그토록 떠나고 싶어했던 곳이 헐리우드였으니까요. 작가 되어 책도 내고 헐리웃도 가시고 이룰 거 다 이루셨네 그냥.



 ++++ 여러 번 본 영화지만 초반에 줄리엣의 남동생이 튀어나올 때마다 어라? 하고 놀랍니다. ㅋㅋ 아마도 이 캐릭터가 막판에 갑자기 연기처럼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겠죠. 주인공들 드라마에 집중 시키려고 그런 걸까요. 막판에 줄리엣네 집안 사정을 보면 남동생도 얼굴 좀 들이밀고 대사 몇 마디라도 해줘야할 것 같은데 정말 그냥 증발해버려요. 그래서 존재감도 사라집니다. ㅋㅋㅋ 아마 언젠가 다시 보면 또 놀랄 것 같아요.



 +++++ 다들 아시는 얘기니까 스포일러는 그냥 간단하게 적겠습니다.


 영화는 2년에 걸친 둘의 우정과 애정을 보여줍니다. 처음엔 양쪽 부모들도 걍 딸래미가 친구 만들었다고 잘 대해줍니다만. 자꾸 이것들이 공부는 안 하고 이상한 소설이나 써대는 데다가 점점 평범한 우정을 넘어 끈적한 분위기를 자아내니 겁이 덜컥 날 수밖에 없겠죠. 그리고 이 과정에서 줄리엣의 아빠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폴린을 정신과 의사에게 보내 '남자도 좀 만나 보면 좋아질 거라능~' 같은 소리를 듣게 만드는데. 우리의 폴린양은 이미 처음부터 줄리엣네 부유하고 고상한 부모에게 확 꽂혀서 그냥 다 엄마 탓만 하죠. 


 그러다 줄리엣이 자기 엄마의 외도를 현장에서 바로 목격하는 바람에, 그리고 줄리엣의 아빠가 대학에서 잘리는 바람에 사단이 납니다. 둘은 이혼을 하고, 줄리엣은 엄마를 따라 아프리카로 떠나게 되는데... 주인공들은 자기들은 절대 헤어질 수 없다며 폴린도 함께 가겠다고 난리를 치지만 애초에 그게 말이 됩니까. 그리고 폴린은 그것을 또 자기 엄마 탓을 해요. 엄마가 반대하기 때문에 내가 못 따라간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엄마는 죽어야 한다... 였구요. 이때 폴린이 줄리엣에게 '제 3의 사나이'에 나오는 오손 웰즈 캐릭터의 대사를 인용하는 말을 합니다. 대충 엄마 같은 하찮은 사람 하나 죽는다고 세상에 별 일 없다. 이런 식으로요.


 그래서 둘은 엄마와 셋이 다녀올 피크닉을 계획하구요. 줄리엣이 미리 준비한 스타킹에 넣어 돌돌 말아 놓은 짱돌을 폴린의 가방에 넣어갑니다. 얼른 일을 해치우고픈 폴린은 엄마를 재촉하지만 "난 잠시 차를 마시며 쉬어야겠어." 라는 엄마의 고집에 근처 찻집에 들러 차를 마시고. 남은 디저트 한 조각을 너무너무 먹고 싶지만 체중 관리 때문에 안 되겠다는 엄마에게 폴린은 "그냥 먹으라구요!" 라고 다그쳐서 디저트까지 먹게 하네요. 그러고 숲속 오솔길을 한참을 걸어가다가... 이러다 버스 시간 놓치겠다며 돌아가자는 엄마 앞에 줄리엣이 몰래 가져 온 보석을 떨어뜨리고. "엄마, 거기 뭐가 있어요!"라고 외쳐서 엄마가 그걸 들여다보게 만든 후 폴린은 준비한 돌멩이로 엄마를 내려칩니다. 불행히도 이들의 계획과 다르게 한 번에 죽지 않은 엄마는 계속해서 살려달라고 애원하지만 폴린은 묵묵히 계속해서 돌을 내려치구요. 나중엔 줄리엣도 좀 거드네요.


 그러다 장면이 확 바뀌면서 장소는 갑자기 선착장입니다. 줄리엣이 우아한 차림새의 자기 부모와 함께 배를 타고 떠나고 있구요. 폴린은 부둣가에서 목이 터져라 줄리엣을 부르며 울부짖고 줄리엣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암튼 매정하게 배는 떠나갑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폴린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는 순간 영화는 끝.


 그리고 자막으로 후일담이 간략히 요약됩니다. 이들의 어설픈 거짓말 때문에 (내내 자기들이 천재라고 믿고 있었던 걸 생각하면 좀 웃기는...) 경찰은 사건 발생 단 하루만에 이들을 범인으로 의심하구요. 사건의 원인부터 계획까지 상냥하게 다 적혀 있던 폴린의 일기장 덕에 순식간에 사건 해결. 재판 결과 이들은 사형을 받게 되지만 나이가 어린 관계로 그냥 5년 복역한 후 "일생 동안 다시는 만나지 말 것"을 조건으로 풀려납니다. 그리고 정말로 다시는 만나지 않았다네요. 줄리엣이 나중에 털어 놓은 이야기들을 보면 영화의 낭만적인 엔딩과 달리 못 만난 게 아니라 안 만난 것 같습니다만.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37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3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469
126070 에피소드 #86 [4] Lunagazer 2024.04.25 56
126069 프레임드 #776 [4] Lunagazer 2024.04.25 55
126068 ‘미친년’ vs ‘개저씨들‘ [1] soboo 2024.04.25 819
126067 Shohei Ohtani 'Grateful' for Dodgers for Showing Support Amid Ippei Mizuhara Probe daviddain 2024.04.25 48
126066 오아시스 Be Here Now를 듣다가 catgotmy 2024.04.25 100
126065 하이에나같은 인터넷의 익명성을 생각해본다 [2] 상수 2024.04.25 303
126064 민희진 사태, 창조성의 자본주의적 환산 [13] Sonny 2024.04.25 1269
126063 3일째 먹고 있는 늦은 아침 daviddain 2024.04.25 134
126062 치어리더 이주은 catgotmy 2024.04.25 206
126061 범죄도시4...망쳐버린 김치찌개(스포일러) 여은성 2024.04.25 347
126060 다코타 패닝 더 위처스, 난 엄청 창의적인 휴머니스트 뱀파이어가 될 거야(...), 악마와의 토크쇼 예고편 [3] 상수 2024.04.25 197
126059 요즘 듣는 걸그룹 노래 둘 상수 2024.04.24 167
126058 범도4 불호 후기 유스포 라인하르트012 2024.04.24 221
126057 오펜하이머 (2023) catgotmy 2024.04.24 100
126056 프레임드 #775 [2] Lunagazer 2024.04.24 37
126055 커피를 열흘 정도 먹어본 결과 [1] catgotmy 2024.04.24 206
126054 [넷플릭스바낭] 몸이 배배 꼬이는 3시간 30분. '베이비 레인디어' 잡담입니다 [6] 로이배티 2024.04.24 379
126053 프렝키 더 용 오퍼를 받을 바르셀로나 daviddain 2024.04.24 47
126052 넷플릭스 [미시즈 해리스 파리에 가다] 감상 [6] 영화처럼 2024.04.24 242
126051 "韓, 성인 문화에 보수적"…외신도 주목한 성인페스티벌 사태 [7] ND 2024.04.24 42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