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씨의 이 트윗 타래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https://twitter.com/paarkjihy_20/status/1594583591006408705


"요즘 뉴스를 보면 한숨만 나옵니다. 여야가 싸우는 내용이 김건희 여사 사진 조명, 김건희 여사 손짓, 이런 수준입니다. 민주당이 정권의 탄압에 위기를 맞고 있는데 도대체 왜 이런 걸로 싸우는지 모르겠습니다."


"빈곤 포르노 발언과 김건희 조명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킨 장경태 최고위원은 함구령을 내려야 합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G20 환영 만찬에서 김건희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손짓하는 것을 지적했는데, 나가라 했든 앉으라 했든 그게 국가에, 민주당에 무슨 도움이 된다고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박지현씨가 김건희씨만 호명하면서 이런 글을 쓴 이유가 혹시 김건희씨의 사진 비판이 '여혐'이라고 오해를 한 것은 아닌지 좀 의심스럽습니다. 단순히 국내 문제도 아니고, 전 세계에 한국이란 나라가 이렇게 외교를 못하고 인권의식도 떨어진다는 걸 공개한 국제적 공무 실패를 단순한 스캔들로 치부하는 것 같아요. 김건희씨는 지금 그냥 여성 개인이 아니라 영부인의 정치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죠. 이 사람의 행위가 한국이란 나라의 국격에 직결됩니다. 빈곤포르노로 해외의 빈민과 아픈 아이들을 이미지로 "착취하는" 사진을 찍은 건 당연히 논란거리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일단 캄보디아의 정치인들과 국민들이 불쾌해할 것이고, 국가를 떠나 기본적인 감수성이 있는 사람들도 불쾌해할 수 밖에 없는 사안입니다. 김건희의 사진을 "이런 걸"이라고 치부하는 박지현씨의 인권감각이 더 의심스럽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이 또한 민주당의 전통스러운 인권감각이기도 합니다. 


김건희가 윤석열에게 손짓을 한 것도 대단히 큰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대통령이, 본인이 참석해서 주도권을 펼쳐야 하는 자리에서, 전혀 감을 못잡고 영부인이 손짓을 해야 움직이는 이 현상은 '한국 리더쉽의 부재'를 가리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윤석열이 다른 외교나 국정을 잘 하다가 이번에만 하필 그런 영상이 찍혔으면 오히려 '외조를 한다'고 김건희가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을지도 모르죠. 현재 6개월 남짓된 윤석열의 국정은 그런 게 전혀 아니었지 않습니까? 자기가 뭘 할 줄도 모르고 무슨 행사에 무슨 목적을 갖고 가는지도 모릅니다. 가장 최근에는 그 유명한 바이든 휘날리면 사건이 있었고 그 전에는 펠로시 바람맞히기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미 이 두개만으로 초유의 외교적 실패를 한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은 런닝맨 지석진도 아닌데 멍석열 컨셉으로 어리버리 타고 있고 그걸 '영부인으로서 공적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겠다'고 약속한 영부인이 와라 가라 하면 국민으로서 당연히 예민해지죠? 이 나라가 어떤 나라인가요. 최순실이 박근혜를 뒤에서 꼭두각시처럼 조종하던 나라에요. 그런데 이 현대판 수렴청정에 민주당이 당연히 역정을 내야죠. 그럼 가만히 있습니까?


김건희는 윤석열의 국정 깽판의 최소 공모자입니다. 어쩌면 천공 버금가는 청정 1인자일지도 모르고요. 현재 김건희가 퍼트리는 저급한 이미지들을 보면 그 동안 윤석열이 선보였던 파격적 행보들이 김건희의 연출에 의한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생깁니다. 이를테면 주말에 쇼핑하는 대통령이라든가, 지방 행사에 방문하는 대통령이라든가 하는 이미지 연출 쇼들 말이죠. 도대체 대통령이 뭐라고 생각하길래 이렇게 되도않는 서민 코스프레를 하고 자빠졌나 싶었는데 이게 김건희의 연출이었다면 말이 됩니다. 대통령이나 영부인이라는 정치적 지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아주 단편적인 이미지로 자신들이 어떤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는, 되게 단세포스러운 생각이잖아요. 제가 볼 때 윤석열은 이 정도 쇼를 할 정도로 부지런하고 남 시선 의식하는 그런 위인이 안됩니다. 그럼 지각을 안하고 저렇게 도어스테핑 했다 안했다 깽판을 안치겠죠. 택도 없는 우아함이나 고급스러움을 작위적으로 연출하는 것은 윤석열이 아니라 김건희의 수작입니다. 용와대에 고급가구 들여놓는 것들부터가 윤석열 스타일이 아니잖아요. 청와대에 안들어가겠다면서 '윤와대'를 고르는데 김건희가 방문해서 이것저것 따져봤다는 것도 이미 언론보도된 사실이고요.


박지현씨의 정치적 감각이 떨어진다는 건 이 사안이 지금 어떤 사안인지를 정확히 파악을 못하면서 민주당을 직선적으로 비판만 하는 그 구도에서도 묻어납니다. 어떤 건들은 그냥 순전히 정치적입니다. 별 의미가 없는데 누가 논란을 키워서 사람들이 왈가왈부하는거죠. 어떤 건들은 사회적이면서 정치적입니다. 단순한 싸움이 아니라, 사회적 의미가 있으니까 싸움이 일어나는겁니다. 이번 김건희 건은 명백한 후자입니다. 그리고 설령 전자의 느낌이 나더라도, 그 전자에 편승하는 사람들이 바보같은 짓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저렇게 말을 하면 안됩니다. 왜냐하면 박지현씨는 게시판에서 고정닉으로 키배하고 다니는 사람이 아니라 본인의 지지자들을 모으고 반대자들은 줄여나가야하는 현생 정치인이니까요. 그런데 박지현씨는 지금 민주당을 공격하면서 그 민주당에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민주당을 좋아하진 않지만 공교롭게도 그 정치적 포지션에 동의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동시에 "한숨만 나옵니다"라고 바보취급해버렸습니다. 민주당 지지자가 아닌 제가 봐도 이 사람 왜이래...? 싶은데 안그래도 악감정이 거센 민주당 지지자들은 어떤 느낌이겠어요. 입에서 또라이 소리가 당연히 나오겠죠.


그리고 이건 박지현씨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닌데, 정치인은 어지간하면 "모르겠습니다" 같은 덜 다듬어진 어휘를 쓰면 안됩니다. 특히나 민주당 내부에서 강경하게 개혁을 일으키려던 사람이라면 말이죠. A는 A`합니다, 라고 말을 해야됩니다. 좋은 건 좋다고 말하고, 안좋은 건 안좋다고 말해야됩니다. 이렇게 뭘 모르겠다고 해버리면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것도 모르냐?'라면서 싫은 소리가 나옵니다. 특히나 이번 건처럼 흑백이 명료하게 밝혀지는 경우에는 말이죠. 그냥 건조하게, 김건희를 비판하는 것보다 더 급한 민생입법을 해야한다고 말을 하면 됩니다. 이런 표현은 감정에 이렇게 솔직하면 안됩니다. 당대표까지 지내신 분이면 더더욱요.


박지현씨가 의회정치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는건지, 근본적인 회의가 들 정도입니다. 의회정치가 어떻게 맨날 입법만 하고 서류검토만 하나요? 의회정치는 기본적으로 파벌싸움을 전제로 합니다. 근본적으로 협치가 안되니까 당을 서로 나누는 거고 상대 당이나 야당의 경우에는 대통령을 공격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지금 민주당이 야당인데 윤석열이랑 김건희가 깽판을 치니 당연히 야당 입장에서 반발을 하죠. 안그래도 민주당 당사가 압수수색으로 털린 게 며칠이나 됐다고... 이런 시국에 무슨 스캔들만 물고 있는 것처럼 표현을 하는 게 너무 황당합니다. 촛불시위에 이십만명 나간 걸 박지현씨는 모르나요? 그리고 그 촛불시위에서 내내 외치는 게 윤석열 퇴진과 "김건희 구속"입니다. 김건희는 윤석열만큼이나 국민적 반감을 일으키는 핵심 정적입니다. 김건희가 국제적으로 삽질을 했고, 당선 초기에 했던 영부인으로서의 잠적과도 들어맞지 않으며, 그 행위는 곧 윤석열에 대한 대리정치로 충분히 비춰보입니다. 이런 사안에 대고 민주당한테 이래라 저래라 누굴 빼라 어째라 하는 게 말이 됩니까? 박지현씨 지금 본인의 위치도 전혀 자각을 못하는 것 같아요. 아직도 본인이 비대위원장인줄 아는지...


조명 설치해놓고 오드리헵번 흉내내면서 다른 국민의 가난과 병을 착취하는 게 무슨 혐오라고 착각을 할 정도면, 박지현씨는 진짜 자기점검을 빡세게 들어가야됩니다. 민주당을 개혁하려고 하는 입장이라면 이런 말투랑 비판 방향으로는 절대 민주당에서 뽑아줄 일이 없습니다. 당대표 시절에 부당한 대우를 받아 억하심정이 있는 건 당연히 알겠습니다만 이런 건에서 민주당 누구를 밀어내고 혐오정치를 하지 말아야 된다 이런 소리를 하는 거면 이건 진짜 반발만 크게 부르는 포지셔닝입니다. 사람의 쓰임에 사람의 때와 세상의 때가 맞물려야한다지만 박지현씨가 이렇게 본인 스스로 본인의 때를 미루는 발언을 계속한다면 윤석열과 이준석에 맞섰던 그 때가 최고 아웃풋으로 머무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기사 촛불민심의 타이밍을 못읽는 것도 민주당 나름의 전통이긴 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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