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공모함이 시간여행 뿅! 해서 제로기 때려잡는 영화 아닙니다. 1988년작에 런닝타임은 87분. 스포일러는 없게 적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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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 그림만으론 전달이 안 될까봐 좌측 하단에 다소곳하게 그려 놓은 그것...)



 - 무슨 박물관 같은 데서 우주의 탄생과 생명체의 진화를 보여주는 영상... 을 한참 보여주다 로맨틱 코미디 무드로 시작합니다. 모쏠로 살아온 30여년을 정리하고 처음으로 여자를 꼬시는 데 성공해서 행복에 넘치는 주인공. 설레는 데이트 약속을 잡는데 약속 시간이 밤 열두시 15분이에요. 여자 식당 일이 열두시에 끝나서요. 그 전에 미리 잠 좀 자 두려고 자명종을 맞추고 잠을 청하는데. 남자가 피우다 버린 담배 꽁초를 비둘기가 물어가서 (왜;;) 자기 둥지에 불을 지르고 (왜;;;;) 그 여파로 남자 집이 정전이 되며 자명종 시계가 꺼져서 결국 남자는 새벽 세 시 반에야 일어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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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맨틱 코미디로 시작해서)


 첫 데이트 약속에서 바람 맞은 여자는 빡쳐서 집에 가서 자구요. 뒤늦게 여자 직장으로 달려간 주인공은 당연히 허탕 치고 난감해하다가 가게 앞 공중 전화로 걸려온 전화를 받는데. 알고 보니 그 전화는 엉뚱한 곳으로 잘못 건 전화였죠. 여기서 중요한 건 전화의 내용입니다. 정체불명의 누군가가 상대방이 자기가 아는 사람인 줄 알고 다급하게 혼자서 다다다 쏟아 놓은 그 이야기인 즉, 핵전쟁이 시작됐고 70분 후에 그 곳은 허허벌판이 될 거라는 얘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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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격과 공포다 그지 깽깽이들아!!!)



 - '추억의 외화'라고 적어 놓았으니 우리 탑골 횐님들께선 옛날 옛적에 티비에서 방영해 준 적 있는 탑골 외화... 라고 생각하실 텐데. 음. 잘 모르겠습니다. ㅋㅋ 아무 것도 모르고 다짜고짜 영화를 틀고 보다보니 예전에 이걸 봤다는 얘길 친구들에게서 들은 적이 있는 것 같더라구요. 그런데 저는 못 봤고. 그래서 그 녀석들이 티비 방영을 본 건지 비디오로 빌려다 본 건지 모르겠어요. 뭐 그러합니다만.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니 그냥 영화 자체가 그런 식으로 티비 방영 후 구전되는 추억의 영화 스타일에 딱 맞더라구요. 그래서 뭔지도 모르고 제목은 저렇게 적었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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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분들 뉘신지 알아보시겠습니까. 좌측은 탑건, 우측은 로보캅에 나온 유명(영화에 나온) 배우님들이십니다. ㅋㅋ)



 - 까놓고 말해서 못 만든 영홥니다. 최소한 못 만들어 '보이는' 영화인 건 맞아요. 일단 되게 저예산인 게 다 티가 나구요. 이야기도 엄청 엉성해요. 비현실적인 건 둘째 치고 이야기 전개도 괴상하고 캐릭터들이 내리는 선택과 행동들, 그 결과들도 이상하구요. 이야기가 하도 이상해서 배우들의 뻣뻣한 연기 같은 건 전혀 신경도 안 쓰게 됩니다. ㅋㅋ


 일단 도입부가 저래요. 무슨 로맨틱 코미디처럼 시작해서는 전화 한 통 받는 걸로 분위기가 반전이 되는데. 그때부터 스토리가 무리수의 무리수를 거듭합니다. 주인공이 전화를 받았던 그 식당에 마침 정재계 인맥과 정보가 쩌는 사람이 한 명 있어서 바로 사실 관계 확인 후 탈출 플랜을 짜는 것도 그렇고. 또 그 플랜에 식당 안 사람들을 다 끼워주는 것도 이해가 안 되는데 다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구요. 이후에 벌어지는 주인공의 여자 친구 찾아 삼만리도, 클라이막스의 헬리콥터 탈출 시도도 다 그냥 괴상하고 어설퍼요. 게다가 결국 찾아낸 여자 친구는 이후로 영화가 끝날 때까지 무슨 몽유병 환자 마냥 '쟤 왜 저래?'스런 대사만 쉬지 않고 계속합니다. 이렇게 전반적으로 너무 말이 안 돼서 당연히 코미디여야 할 것 같은데 영화 내내 등장 인물들 모두가 궁서체로 진지하다는 게 그 괴상함을 3배로 파워 업 해주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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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장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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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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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러한 장면들이 나오는데 분명히 심각하고 진지한 아포칼립스물이란 말이죠.)



 - 그런데 이게 보다보면 이상하게 빠져듭니다(...)

 일단 앞서 말한 그 총체적 괴상함들이 인적 없는 LA의 밤거리의 이미 세상 망한 듯한 분위기와 결합되어 '몽환적'이라고 부를 수 있을만한 무언가를 형성합니다. 그 분위기 속에서라면 만난지 며칠 되지도 않은 여자 친구 구하겠답시고 오만가지 위험한 일들을 저지르고 다니는 주인공의 괴상함도 그냥 동화 속 주인공들의 순진 무구함으로 승화가 되구요. 그 과정에서 만나는 만만찮게 이상한 사람들도 다 동화 속 캐릭터처럼 납득이 돼요. 핵전쟁 아포칼립스를 소재로 한 다크한 동화 같은 느낌이랄까요. 핵전쟁 상황으로 벌어지는 뒷맛 사나운 개꿈을 녹화해서 틀어 보는 것 같기도 하구요. 약간 핵전쟁 버전 '특근'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물론 그 쪽은 그냥 멀쩡하게 잘 만든 영화였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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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져드는 밤 분위기!)



 - 매우 저예산 영화이고, 그래서 참 생전 모르겠는 배우들만 나오는구나... 싶지만 확인을 해 보면 주인공은 무려 '탑건'의 구스구요. 여자 친구는 '세인트 엘모의 열정'(아니 이 번역제 참 별로...)에서 친구들 중 한 명으로 나왔고. 또 술집 멤버들 중 한 명은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실버맨 박사님이고 그래요. 하지만 뭐 앞서 적어 놓은 내용들 읽어보셨으면 아시겠지만 딱히 인상적인 연기 같은 걸 보여줄 찬슨느 그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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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출연작 중 대표작을 늘어 놓으면 꽤 괜찮으신 배우님들... 게다가 두 분 다 현재까지 현역이십니다. 뤼스펙!)



 - 뭐 더 길게 설명을 못하겠습니다. 정말 참 많이 괴상한 영화에요. 처음엔 '아 오늘 선택은 망했구나' 하면서 보고 있었는데, 계속 보다 보면 이상하게 빠져들고 몰입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네요. 마지막의 다소 충격적인 결말(!) 장면도 참 강렬한 인상을 남기구요.

 도대체 어디까지가 감독의 의도대로 뽑혀 나온 건지 참 궁금해지는 영화입니다만. 만약 이게 정말 감독의 의도대로 만들어진 거라면 나름 냉전 시대 미국인들의 핵전쟁에 대한 공포를 '악몽'으로 잘 표현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솔직히 아닐 것 같지만요. ㅋㅋㅋ

 암튼 '환상특급'류의 어두컴컴한 환타지 에피소드 하나 보고 싶다... 라는 분들이라면 만족하실 수도 있겠구요. 특히 괴작 취향인 분들이라면 한 번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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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을이 참 예쁜 것이었습니다.)



 + 글을 다 적고 나서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티비 방영은 안 했던 것 같아요. 그 시절에 티비 외화로 방영됐다면 이렇게 소리소문 없이 조용할 리가 없는데요. 저도 친구들에게 들었다는 기억은 있는데 그 기억도 아주 흐릿한 걸 보면 봤다는 사람이 별로 없었던 듯.



++ 제목이 '미라클 마일'이고 하니 막판에 뭔가 기적 같은 게 일어나는 환타지일 줄 알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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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동네 이름이었습니다. LA에 실제로 있는 곳이래요.



 +++ 이걸 보고 나니 갑자기 그 시절 핵전쟁의 공포를 다룬 티비 영화들이 생각나더라구요. 특히 80년대 한국에서 센세이션이었던 '그날 이후'!!! 

 ...라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검색해보니 정확한 제목은 '그날 그 이후'였고 '그날 이후'란 영화는 또 따로 있었군요. 대략 40년만의 정보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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