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영화구요. 런닝타임은 딱 100분. 스포일러는 없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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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단에서 선명하게 빛나는 'A24'. 내 그럴 줄 알았지. ㅋㅋㅋㅋㅋ)



 - 울적한 표정의 제시 버클리가 자기 집에서 베란다를 통해 바깥 풍경을 내다봐요. 코피도 흘리고 있네요. 근데 갑자기, 위에서 한 남자가 떨어집니다. 슬로우 모션으로 바닥을 향해 낙하하는 그 남자와 잠시 눈이 마주치고요.

 장면이 바뀌면 시골 마을의 외딴 민박집을 찾아 집주인에게 설명을 듣는 제시 버클리가 보입니다. 집주인 아저씬 참 친절하긴 한데 뭔가 어눌하고 좀 정상이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얼른 내보내고 친구와 영상 통화를 하는데... 아까 그 낙하남이 남편이었나 봅니다. 그리고 그 사건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홀로 시골을 찾은 거구요. 여기서 멘탈 회복 좀 해보고 돌아갈 생각인데 당연히 그게 뜻대로 될 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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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나닛!!??)



 - 그러니까 대략 뻔한 컨셉입니다. 영화 중간중간 플래시백으로 보이는 주인공과 남편의 관계는 별로 아름답지가 않아요. 자세한 사정은 안 나오지만 적어도 플래시백에서 알 수 있는 것만 보면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1) 남편이 잘못했음 2) 우리 주인공님도 성격이 만만치는 않음. 이 정도입니다. 하지만 어쨌든 넘나 충격적인 일이었던 것이고. 이 마을에서 주인공이 겪게 될 초자연적이고 괴상하며 불쾌하기 짝이 없는 경험들은 어떻게든 그 남편과의 일과 연결이 되겠죠. 그래서 그 모든 걸 극복해내느냐, 거기에 잡아 먹히느냐. 이 정도가 관건인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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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첨엔 걍 그랬는데 보면 볼 수록 매력적이신 제시 버클리. 암튼 포스터에 속지 마세요 주인공은 이 분입니다. ㅋㅋ)



 - 흔히들 '포크 호러'라고 부르는 장르... 라고 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ㅋㅋ 일단 외형적으로 요건은 거의 충족을 해요. 낙원을 기대하고 찾은 한적한 시골 마을의 주민들이 알고 보니 어두컴컴한 뭔가를 숨기고 있는 사악한 존재들이고, 이들이 주인공을 노리고 다가오는 거죠. 기이하고 불쾌한 종교 의식 비슷한 것도 나오구요. 그런데 '아닐 수도 있다'라고 말한 이유는 그게 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에는 마을 사람들이 우루루 모여서 무슨 의식 같은 걸 치르는 장면 같은 건 안 나와요. 거의 모든 사건이 민박집에서 벌어지고 마을 주민도 몇 안 나오구요. 그래서 그 장르의 필수 요소스러운 게 좀 의도적으로 결핍되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게 스포일러인지 아닌지 좀 애매한데. 그냥 말을 안 하도록 하죠. ㅋㅋ 암튼 '본격 포크 호러'와는 좀 거리가 있는 '포크 호러 비슷한 무언가' 정도 되는 이야기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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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 이런 게 나오긴 해요. 그냥 나오기만 합니다.)



 - 그래서 글 제목과 영화 제목대로 이 모든 건 'Men'과 연결이 됩니다. 등장하는 마을 사람들도 싹 다 남자 뿐이고. 그들은 당연히 다 하나 같이 불쾌한 놈들이구요. 도입부에 여성 경찰 한 명이 아주 잠깐 나오는데 이 분은 또 멀쩡하죠. 그리고 그 와중에 주인공이 연락하는 친구 또한 성별이 여성이겠구요. 결국 이 영화에 나오는 남성들은 다 빌런, 나오는 빌런들은 다 남성입니다. ㅋㅋㅋ 명쾌!!!

 그리고 그 남성들은 단순하게 그냥 '나쁜 놈'들이 아니라 하나 같이 다 여성들을 무시하고, 압박하고, 불쾌하게 만드는 사람들이에요. 말하자면 여성들이 살면서 뭔가 보편적으로 경험할만한 '남자에게 당한 기분 나쁜 일'들을 주인공에게 시전하기 위해 역할 분담을 하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존재들이죠. 그 각각의 캐릭터들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이런 메시지를 좀 웃기는 트릭 하나로 강조하는데... ㅋㅋ 그건 직접 확인하시는 게 좋을 듯. 눈썰미가 있으시면 예고편만 봐도 다 아시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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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en인 게 뭐가 나빠!!!!)



 - 결국 그러니까 여성이 남성들에게 당하는 부당한 피해와 불이익 사례 모음집 같은 이야깁니다. 어찌보면 여성 버전 '겟 아웃' 같기도 하구요. 호러 버전 '데스프루프' 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만.

 거기에 만든 양반, 알렉스 가랜드의 개성이 아주 강하게 들어갑니다. 영화가 주로 정적이구요. 화면이 시종일관 참 예뻐요. 예쁜데 기괴하고 불쾌하게 예쁘겠죠. 알렉스 가랜드의 다른 영화들을 비주얼 때문에 좋아하셨던 분들이라면 이 영화도 당연히 좋아하시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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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짤만 놓고 보면 아메리칸 맥기의 앨리스 생각도 좀 나구요.)



 - 호러 영화로서도 꽤 성실하게 할 일을 다 해주는 편입니다. 주로 분위기와 불쾌한 이미지들로 승부하는 편이지만 나름 액션(?)도 적지 않구요. 이 분도 상상력이 꽤 하시는 편이잖아요. ㅋㅋ 별 거 아닌 상황도 되게 있어 보이게, 불쾌해 보이게 뽑아내는 능력이 출중하셔서 호러 자극은 충분합니다.

 거기에 배우들도 참 잘 해요. 일단 당연히 주인공인 제시 버클리가 돋보이구요. 슬프지만 슬픔보단 억울함과 분노의 감정이 더 강한 캐릭터인데, 영화 내내 고통 받으면서도 "아, 씨!! 내가 뭐!!!" 라는 느낌의 좀 복잡한 느낌을 잘 살렸어요. 매력적이기도 하고 폼도 납니다.

 그리고 집주인 역의 로리 키니어씨... 이 분은 제가 잘 모르는 분인데요. 자세히 설명은 못 하겠지만 암튼 진짜 잘 하셨습니다. 잘 해냄의 비중으로 따지면 제시 버클리에게 결코 뒤지지 않아요. 너무 잘 해내셔서 나중엔 좀 웃었...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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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괜찮은 호러인데도 보다보면 '이거 코미디가 더 어울렸을지도?'라는 생각이 종종 들어요. 이 짤 느낌도 딱 그렇죠.)



 - 사실 평이 그렇게 좋은 영환 아닙니다. 왜 그런진 알겠어요. 비유가 너무 직설적이고 메시지도 격하게 심플하구요. 그 메시지가 너무 선명해서 영화의 이야기가 좀 공허하게 들릴 수도 있겠고...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100분의 적당한 런닝 타임 동안 꽤 괜찮은 호러 분위기를 선사하구요. 이야기가 재미가 없는 것도 아니고 배우들 좋고 비주얼 좋고. 또 뭣보다알렉스 갈랜드의 취향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괴상한 볼거리들이 몇몇 있어서 전 아주 만족스럽게 봤습니다.

 감독의 전작들, 혹은 제시 버클리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보세요. 또 여성주의적 메시지들 담은 영화 좋아하는 분들도 보시구요. 감독 전작들이 별로였거나 격하게 선명한 메시지에 거부감 드시는 분들이라면 좀 생각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하네요.

 암튼 그러합니다. 끄읕.




 + 신체 손상 장면... 이 없진 않아요. 하지만 보기 그리 부담스럽진 않습니다. 주인공이 격하게 수난 당하는 이야기 힘들어하시는 분들도 별로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여기서 주인공이 겪는 고통은 거의 정신적인 것인데, 앞서 말 했듯이 주인공이 그걸 "아 뭐 왜 뭐!!!!"라는 식으로 대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는 크지 않아요. ㅋㅋ



 ++ 올레티비 요금제 덕에 저 치곤 일찍 봤네요. 이번 달에 '미친 능력'이랑 이거 두 편 만으로도 본전은 뽑은 기분!!!



 +++ 짤 고를 때 스포일러 피하느라 참 힘들었습니다. 이미 보신 분들은 무슨 얘긴지 이해하실 듯.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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