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작이었다니. 거의 20년이 다 된 영화였군요. 새삼 놀랐습니다. ㅋㅋ 런닝타임은 두 시간. 스포일러는 딱히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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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지!!!)



 - 허연 염색 머리의 톰 아저씨가 LA에 도착해서 '트랜스포터'의 배달부 아저씨를 만나 뭔 가방을 받는 모습을 짧게 보여준 후 제이미 폭스로 넘어갑니다. 심야 택시 기사이고, 일을 되게 잘 할 뿐더러 뭔가 자부심이나 사명감도 있어 보이구요. 손님으로 만난 검사 양반과 일 관련해서 한참 수다를 떨고 내기도 하고 그러다가 전화 번호까지 받아내네요. 그리고 그 다음 손님이 바로 톰 아저씨인데. 우리가 모두 알다시피 이 양반은 살인 청부업자이고, 하룻밤 동안 다섯 명의 표적을 몽땅 처리해야 합니다. 그리고 폭스의 택시 운행 실력에 깊은 감명을 받은 킬러님은 목돈을 내밀며 하룻밤 전세를 예약하는데. 멋모르고 운전해서 데려다 준 곳에서 첫 번째 표적이 총 맞고 창 밖으로 도망치다 하필 택시 위로 와장창 떨어지는 바람에 사태를 파악해 버린 택시 기사의 지옥 같은 밤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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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님 차라리 그냥 절 쏘시라구요...)



 - 마이클 만도 좋지만 장 삐에르 멜빌이 더 좋습니다. (라고 떠들면서 정작 본 영화는 많지 않습...) 그리고 이렇게 멜빌에 생각이 미치면 자연스레 홍콩 느와르, 정확히는 오우삼 리즈 시절 영화들이 생각 나죠. 오우삼이나 마이클 만이나 뭔가 멜빌 영화를 보고 자기 스타일대로 이어 받은 '정신적 후예'들이라는 느낌인데. 그 후예들의 스타일이 사뭇 대조적이라는 게 재밌죠.

 그냥 제 맘대로 생각하기에 멜빌 범죄물의 '프로페셔널하고 건조함'을 오우삼은 '총든 무협 고수들의 비정, 비장한 멜로드라마'로 이어 받았고. 마이클 만의 영화들은 대략 그 사이의 어딘가... 이면서 밀리터리쪽 고증으로 깊이 빠져 버렸달까. 그런 느낌이에요. 책임지지 못할 소린 이만하고, 암튼 멜빌 영화를 더 많이 봐야겠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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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입부에서 기일게 우리 기사님의 '프로페셔널'함을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 이 영화도 뭔가 좀 그렇습니다.

 운전의 프로와 살인의 프로(물론 둘 다 남자)가 만나서 각자의 일을 열심히 하는 이야기면서. 또 각자 나름대로 희망 없는 삶을 사는 이 두 남자가 서로 경계하면서도 서로의 삶에 대해 이런저런 방식으로 털어 놓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혹은 주려고 하는) 이야기죠. 오우삼식 멜로드라마와는 거리가 아주아주 멀고 특히나 결말은 더욱 그러합니다만. '암흑가의 세 사람'이나 '사무라이'(혹은 '고독', 혹은 '한밤의 암살자') 같은 영화들에 비하면 또 상당히 말랑말랑하고 감성적인 구석이 있어요. 특히 범죄자측이 더 그러한데, 생각해보면 '히트'에서도 그랬던 것 같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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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야 또 다른 '프로페셔널'과 대립 구도가 서니까요.)



 - 그러니까 이 영화에서 가장 재밌는 캐릭터는 톰 크루즈가 연기하는 킬러 '빈센트'입니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사람들의 '부담스러웠던 택시 체험담'에 흔히 등장하는 오지랖 쩌는 기사님 같아요. 계속해서 주인공 맥스에게 말을 걸구요. 참으로 궁금한 것도 많아서 묻기도 많이 묻고 또 맥스가 뭐라 대답할 때마다 '인생 조언'을 해주려 애를 씁니다. 그 조언을 해주는 투도 거의 몰입 쩌는 투로 막 상냥하게 달래고, 싸늘하게 꾸짖고, 화를 내며 등을 떠밀고. 아니 도대체 이 양반 왜 이러는 건가 싶었네요. 그러면서 자기 불우한 성장사까지 아무 거리낌 없이 막 털어 놓고 심지어 가정 방문(?)까지 불사하니 맥스 입장에선 참 정신이 혼미해지면서도 정말 짜증나고 부담스러웠겠다 싶더군요. "차라리 날 죽이라구요!!!" ㅋㅋ


 뭐 이유는 있습니다. 애초에 빈센트의 계획은 암살 건들을 마무리하면 맥스를 범인처럼 조작해서 죽여 버릴 생각이었으니까. 어차피 곧 죽을 놈에게 못할 말이 뭐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그렇게 생각해도 역시 빈센트가 참 궁상맞은 인간이라는 건 변함이 없어요. 평소에 얼마나 외롭고 얘기 나눌 사람이 없었으면 '프로페셔널'이란 사람이 업무 수행 중에 이런 짓을 해요. ㅋㅋㅋ 심지어 중반 이후의 빈센트를 보면 맥스에게 이입해서 정말로 안 죽이고 살려주려는 게 아닌가... 하고 헷갈릴 정도의 태도를 보이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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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나이들의 뜨거운 우정!! 의리!!! 아니라고)



 - 반면에 우리 맥스군은 그 자체로는 딱히 재밌는 캐릭터는 아닙니다. 걍 현실 도피, 정신 승리하며 대충 인생 살다가 충격적인 사건 한 가운데에 강제로 끼어들면서 본의 아니게 삶의 태도를 바꾸고, 각성해서는 결국 히어로가 되는 전형적인 액션 스릴러물 주인공이죠.

 결국 이 분의 재미 포인트는 대부분 빈센트와의 상호 작용에서 나옵니다. 갑자기 마주친 킬러에게 총 맞을까 무서워서 강제 인생 상담을 당하는 바람에 히어로로 각성하는 주인공이라니 좀 웃기잖아요. 심지어 그 킬러님  말씀들이 하나하나 다 정곡을 콕콕 찌릅니다. 히어로로 각성하는 장면도 보면 딱 '반박 불가' 모드로 멘탈이 완전히 궁지에 몰려서 발끈! 하고 폭발한 걸로 보였어요. 영화 끝 장면을 보면 이 날 이후로 맥스의 삶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크게 달라질 것 같은데, 그래서 성공이라도 하면 이 분은 빈센트를 자자손손 가문의 은인으로 모셔야 해요. 정말로.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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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경 사진의 로망 같은 짤이네요.)



 - 이렇게 영화가 의문의 본격 심리 상담 스릴러로 흘러가는 가운데, 영화의 톤을 간지나게 유지해주는 건 주로 비주얼과 밀리터리(...) 쪽입니다.

 당시엔 흔치 않았다던 디지털 카메라를 동원해서 찍어낸 간지나는 LA의 야경이 거의 세 번째 주인공급으로 영화 내내 활약을 해 주죠. 로케이션도 잘 해서 영화 내내 풍경, 건물들 구경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중간에 끼어드는 재즈바 씬도 그런 간지나는 분위기 조성에 한 몫 톡톡히 하구요. 아, 재즈바 얘기한 김에, 음악도 되게 잘 썼어요.

 그리고 그 전설의 '모잠비크 드릴'이 있죠. ㅋㅋ 자칫하면 갬성 터지는 오지랖 아저씨처럼 보일 뻔한 빈센트의 '프로페셔널 간지'를 맡아줍니다. 말로 설명하면 별 거 아닌 기술인데, 그걸 또 과장 없이 아주 폼나게 잡아내고 또 캐릭터 묘사와 스토리 전개에까지 써먹고 있으니 역시 마이클 만 영화구나...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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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받아랏! 모잠비크!! 드리일!!!!!!!!!!!!!!)



 - 사실 클라이막스는 쵸큼 맘에 안 들었습니다.

 내용 전개를 위해 어쩔 수 없다지만 총만 봐도 덜덜 떨던 '일반인' 맥스가 갑자기 그렇게 액션 히어로가 되는 거... 까지는 장르 특성상 이해해준다 쳐도. 그로 인해 그동안 계속 무림 절대 고수급으로 이미지 메이킹을 하던 빈센트가 상대적으로 하찮아지니까요. 이런 식으로 캐릭터 설정이 이상해지는 걸 좀 싫어합니다. ㅋㅋ 거기에 마지막 장면에서 빈센트의 행동이나 대사를 보면 뭐 거의 이 일 그만하고 싶어서 작정한 사람처럼 보일 정도였네요.

 아니 그 엔딩 장면이나 대사 자체는 좋았어요. 폼나는 마무리였는데, 제가 자꾸만 '오지랖 택시 아저씨' 생각을 하며 빈센트를 보다 보니...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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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넘나 인간적인 분이셨던 것...)



 - 그리고 다시 또 빈센트 얘기인데요. 이 캐릭터가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재밌어요.

 일단 톰 아저씨의 비주얼과 연기로 '카리스마 킬러'를 보여주시고. 또 전투력도 쩔고 하니 확실히 폼은 나는데요.

 제가 이 캐릭터에게 처음으로 '음?' 했던 건 그 자기 직업 합리화 대화 장면이었어요. 너 르완다 알아? 거기 사람 죽는 거 신경이나 써? 국제 구호 단체 같은 데 정기 기부라도 해? 아니지? 그러면서 LA에서 사람 고작 다섯 죽는 것에 왜 난리야? 라는 그 대사. 이거 되게 익숙하지 않습니까? 인터넷에서 논쟁 벌일 때 자주 보게 되는 참 없어 보이는 논리잖아요. 그래서 이 대사를 듣는 순간부터 전 빈센트를 카리스마 킬러로 볼 수 없게 되어 버린 것...


 게다가 생각해보면 그렇게까지 대단한 킬러도 아니에요. 애초에 맥스에게 본인 정체를 들킨 것도 본인이 첫 타겟을 제대로 처리 못 해서 맥스 차 위로 떨어지게 만들어서잖아요. 이후로도 병원 씬 같은 데서 폼 잡느라 방심해서 맥스에게 트롤링을 당하기도 하구요. 결국 뭔가 대단한 존재라기 보단 그냥 어쩌다 레어한 일자리로 굴러들어간 삶에 찌든 직장인 같단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능력은 괜찮구요. 일도 열심히 하구요.

 그래서 다 보고 나니 사실 이 영화 주인공은 맥스가 아니라 빈센트이고. 제목의 '콜래트럴'이 뜻하는 것도 빈센트이고. 빈센트와 그의 직업은 그냥 현대 사회 직장인들에 대한 은유 같고. 뭐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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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독한 현대인의 표상!!!!!)



 - 암튼 그래서 재밌게 봤습니다.

 생각보다 조금 덜 건조하고. 조금 덜 카리스마 있고. 조금 더 일반 액션 스릴러스러운 영화였는데요.

 '하룻밤' 이라는 시간 제한과 끝없이 이어지는 야경 때문인지 옛날 하드보일드 소설 읽는 기분 같은 것도 좋았구요.

 어쨌거나 간지나는 비주얼과 배우들의 좋은 연기. 그리고 마이클 만 특유의 총격전 연출 같은 부분들 덕에 지루할 틈 없이 재밌게 봤어요.

 특히 우리 빈센트찡. 오래오래 기억하겠습니다. ㅋㅋㅋ




 + 마크 러팔로랑 하비에르 바르뎀은 그냥 '나오기만' 하더군요. 그나마 러팔로 쪽이 비중도 낫고 캐릭터도 괜찮았는데 뭐 오래 안 나오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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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씬하고 젊으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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