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 시즌 등록 영화들입니다. 스포일러는 없을 거구요.



1. 잭슨을 위해서라면 뭐든지(Anything for Jackson, 2020, 9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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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인디 호러들은 꼭 무슨 영화제 수상 내지는 노미네이션 내역을 붙여 놓죠. 세상엔 환타지 영화제가 저엉말로 많답니다. ㅋㅋ)



 - 한 노부부의 일상 대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참 보기 좋아요. 한 평생 서로 믿고 의지하며 곱게 세월을 먹은 부부의 느낌 풀풀. 그러다 벨이 울리고, 갑자기 분주해져서는 현관으로 나가서 방문객을 납치 감금합니다? ㅋㅋㅋ 불행한 그 분은 젊은 싱글 임산부. 출산이 얼마 안 남았네요. 방음까지 미리 잘 해놓은 꼭대기방에 이 분을 모셔 놓고 노부부는 진심 어린 표정과 말투로 설명을 합니다. 걱정마 우린 널 해치지 않아요. 너님 안전과 건강이 최우선이구요. 이 모든 건 다 잭슨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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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대로 된 짤이 거의 없는 듣보급 영화라 이런 짤이라도...)



 - 그러니까 이 노부부는 사고로 손주를 잃었고, 갑작스런 불행에 몸부림 치다 흑마술(...) 탐구에 들어간 거죠. 그러다 엄청난 레어 서적을 입수한 후 거기 적힌대로 따라해보기로 결심한 겁니다. 고로 앞으로 이야기는 납치 감금 범죄물 & 오컬트물로 흘러갈 거구요. 


 워낙 흔한 이야기라 시작부터 결말까지 훤히 다 보이는 와중에 이 영화의 차별화 전략은 '주인공 노부부에게 진심'을 다 하는 겁니다.

 앞서 말 했듯 이들은 정말로 일생을 선량하게 살아온 사람들이고 지금도 별 악의는 없습니다. 그냥 잭슨을 위해! 잠시 눈을 질끈 감았을 뿐이죠. 널 해치지 않는다, 걱정 마라 이런 거 다 진심이고 정말로 그렇게 해요. 나름 이 장르에선 튀는 주인공들이고 영화는 이 양반들의 드라마를 강조합니다.

 또 한 가지 포인트도 이들의 캐릭터에서 나옵니다. 이들은 당연히 유괴 범죄에도, 흑마술에도 엉망진창 초보에요. 자꾸만 실수를 하고 일을 꼬이게 만들고 당연히 그 뒷감당도 안 되죠. 점점 그 집엔 시체가 늘어나고 멘탈은 무너져가는 와중에도 '잭슨을 위해서라면!' 하나로 전진하는 이 부부의 모습은 참 어리석지만 그래도 일말의 짠함이 끝까지 유지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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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엉망진창 모자라게 나쁜 짓을 벌여대지만 동시에 짠한 느낌이 드는 노친네들. 캐스팅도 연기도 좋았어요.)



 - 그래서 기대보다 재밌게 봤습니다. 깔끔하게 잘 만든 영화에요.

 어차피 장르 특성상 클라이막스와 결말은 정해져 있지만 거기까지 가는 길이 신선한 맛이 있어서 좋았구요.

 단점이라면 아무래도 강력한 한 방 같은 게 없다는 건데, 뭐 막판에 혼돈의 카오스가 되는 집안 꼬라지 구경이 생각보다 재밌어서 된 걸로. ㅋㅋ

 이 정도면 충분히 준수하게 재밌는 소품 아니었나 싶어서 추천할 만도 한데, 문제는 서비스 플랫폼이네요. ㅋㅋ 다른 데도 있을지?



 + 저 할배님은 전설의 인디 호러 '큐브' 1편에 나오셨습니다. 꽤 임팩트 있게 죽었던 분이더군요. ㅋㅋ




2. 익시젼(Excision, 2012, 8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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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작 유명한 배우들 이름은 다 아랫쪽에 뒤집어져 있답니다.)



 - 부모 + 딸 둘 구성의 한 가정이 나오고 그 중 큰 딸이 주인공이에요. 외모도 안 예쁘(다고 주장하)고 사고 방식도 완전 삐딱선 너드라 세상에 친구라곤 상냥 다정한 동생 하나 밖에 없네요. 근데 그 동생은 난치병 환자이고, 주인공은 왠지 모르게 본인에게 뛰어난 손재주가 있다는 믿음을 갖고 언젠간 자기가 동생을 직접 수술해 고쳐주겠단 꿈을 키우... 지만 공부는 별로 안 하네요. 가장 큰 문제는 이들이 사는 동네와 엄마입니다. 아주 보수적 & 구식인 미국 남부 동네로 보이구요, 엄마는 그 동네 스피릿의 화신으로 항상 거칠고도 격하게 첫째를 압박하죠. 그리고 이 영화는 장르가 호러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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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이 좀 과격한 걸 제외하면 코믹한 하이틴 성장물에 데려다 놓아도 잘 어울릴 캐릭터입니다만...)



 - 참으로 보기 부담스러운 포스터 이미지와 달리 영화의 기본 틀은 전형적인 아웃사이더 괴짜 틴에이저의 성장물이자 가족 드라마입니다. 억압적인 환경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마이 페이스로 열심히 살다 꿈을 이루는(?) 이야기죠. 장르가 호러이다 보니 호러 자극을 위해 피칠갑 장면들이 수시로 튀어나오긴 하지만 클라이막스 전까진 다 주인공의 상상으로만 나오기 때문에 그리 보기 힘들거나 하진 않아요. 게다가 이 상상씬들은 절대 현실처럼 안 보이도록 무슨 하이컨셉 패션 화보 영상 같은 미장센으로 연출되기 때문에 헷갈릴 일도 없구요.

 그러고보면 감독님이 '예쁜 그림'을 되게 좋아하시는 것 같기도 하구요. 자꾸만 주인공을 화면 정중앙에 두고 좌우로 넓은 여백을 두는 구도를 쓰는데, 비현실적인 느낌도 들고 종종 웃기기도 하고 풍자적인 느낌도 들지만 역시 호러 느낌과는 거리가 멀어요. 거기에 남들이 뭐라든 혼자서 위풍당당한 주인공의 캐릭터를 생각하면 이대로 걍 삐딱한 코미디로 갔어도 괜찮았을 것 같았구요. 지금도 유머러스한 장면이 적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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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락 없이 늘 화보 느낌의 고어꿈. 왜 이렇게 표현했는지는 영화를 다 보고 난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ㅋㅋ)



 - 이 영화의 '괴물' 역을 맡고 있는 건 주인공의 엄마입니다. 앞서 말했듯 주인공이라는 존재를 거부하고 압박하는 '나쁜 (미국 남부 촌동네) 세상'의 현신 역할이고, 그래서 이 둘의 대화 장면이 엄청 많아요. 나름 인상적인 부분도 많구요. 또 배우님이 연기를 잘 해줘서 그 와중에도 이 또한 딱한 인간 한 마리일 뿐이라는 느낌도 끝까지 잃지 않고 그래서 마지막엔 의외로 꽤 짠한 감흥을 주기도 합니다. 사실 이 영화에서 고어나 호러는 걍 거드는 양념 정도이고, 핵심은 요 엄마와 딸의 관계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렇긴 한데... 뭐랄까. 이야기의 내용이 클라이막스와 결말을 향해 그렇게 잘 집중되어 있다는 생각은 안 들더군요. 갖가지 의미를 품고 전개되는 주인공의 환상들도 그럴싸해 '보이는' 데 신경은 많이 썼지만 그렇게 딱 와닿지는 않았구요. 클라이막스도 뭐랄까... 주인공이 많이 괴퍅하긴 하지만 이런 멍청이(...)라고 생각하진 않았기 때문에 좀 어이 없기도 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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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절반은 그냥 이런 일상 대화씬이고, 영화의 핵심은 거의 이런 장면들에 담겨 있습니다.)



 - 그래도 전반적으로 준수한 완성도의 성장/호러물이었습니다.

 대체 미국 남부 분위기가 어느 정도길래 창작자들에게 이렇게 미움을 받나? 라는 생각을 하며 그럭저럭 잘 봤어요. ㅋㅋㅋ

 다만 감독님은 호러보단 비꼬는 코미디 쪽에 더 재능이 있으신 듯 하구요. 

 막 추천은 못 하겠고, 이런 소재나 설정에 훅 끌리시는 분들만 보셔도 될 듯 합니다.



 + 주인공역 배우는 평상시에 이렇게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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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드 왕따는 커녕 여왕벌 역할 시켜야할 양반을 굳이 데려다가 안 예쁘게 분장하는 삽질... 이 좀 웃기지만 이유는 있습니다.

 주인공 환상 속 연기에도 필요하구요. 또 극중에서 잠깐 메이크업 샥 하고 샤방해지는 장면도 나오고 그래서요. ㅋㅋ



 ++ 그 외에 쌩뚱맞게 튀어나오는 네임드 배우들이 좀 놀랍습니다. 말콤 맥도웰, 레이 와이즈, 말리 매틀린에 왕년의 피터팬 제레미 썸터! ㅋㅋ 그리고 전설의 영화 감독 존 워터스 할배도 잠깐 나오시는데, 그래서 전에 보다 포기한 '핑크 플라멩고'를 다시 볼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네요. 역한 건 둘째치고 재미가 없어서 보다 말았었죠. 그 명성(?)을 생각하면 놀랍게도 iptv에 무료 vod로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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