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래는 1984년 영화라고 하죠. 런닝타임은 1시간 42분. 그리고 꿈과 희망의 어린이 모험 영화에 스포일러랄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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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라. 포스터에 주인공 얼굴이 없네요;;;)



 - 시작부터 주제가를 들려줍니다. '기묘한 이야기' 때문에 갑자기 21세기 젊은이들도 다 알게 된 그 노래 말이죠. ㅋㅋ 그 노래를 깔고 뭉게뭉게 퍼지는 구름들을 한참 보여주다 장면이 바뀌면 '바스티안' 이라는 소년의 아침입니다. 엄마는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났고, 아빠는 자상하지만 너무 바쁘구요. 일생의 낙이 독서인 어린이답게 등교 길에 바로 3인조 불량 학생들에게 공격을 받고 쓰레기 수거통에 처박히는 수모를 당하네요. 그러다 엉겁결에 들어간 이상한 가게에서 쓸 데 없이 말이 많은 사장 아저씨에게 '네버엔딩 스토리'라는 책 영업을 당해요. "이 책은 달라! 이 책을 읽으면 책 속의 위험을 실제로 당하게 되거든!! 넌 읽지 말라고!!! 우하하(는 사실 안 했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그 책을 가져가겠죠. 그리고 학교에 지각해서는 자기가 싫어하는 수학 시험 중인 걸 보고 그대로 튀어서 학교 창고에 짱박혀 책을 읽기 시작합니다. 책의 내용은 대충 이래요. 환상의 세계 '환타지아'(참 직관적이기도 하지...)가 위기에 처했어요. '낫씽'이라는 뭔가가 나타나 세상을 소멸시켜가고 있죠. 신탁에 의하면 유일한 희망은 아트레이유라는 어린 소년이고 이 소년은 별다른 부연 설명도 못 듣고 다짜고짜 차출돼서 세상을 구하기 위한 여행을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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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의 진짜 주인공은 이 분입니다. 포스터에 빠졌다고 무시하지 말라능!!!!)



 - 개봉 당시 극장에서 두 번 봤어요. 그러니까 1988년 여름이었던 셈인데, 이후로는 다시 본 적이 없습니다. 뭐 케이블 같은 데서 나오는 걸 몇 분 본 적은 있지만 제대로 다시 본 건 어제가 처음이니 무려 34년만의 재감상이었던 셈이네요. 당시의 기억을 떠올려 보자면... 일단 두 번을 찾아갔던 상영관이 매번 매우 한산했다는 거. (확인해보니 당시 한국 흥행은 망했네요 ㅋㅋ) 그리고 돌 씹어 먹는 돌 거인(어라?)과 팔코, 늪에 빠지던 흰말, 바스티안과 아트레이유라는 이름, 뭣보다 중요한 마지막 주인공의 복수 장면과 주제가... 대략 이 정도네요.

 그 당시에 이 영화를 그렇게 좋아했던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면 뭐 역시 근사한 시각 효과로 표현된 환타지 세계 이런 것도 있겠지만 가장 큰 건 주인공 설정 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맨날 부모님, 친척 어르신들에게 '책 좀 그만 읽고 나가서 놀아'라는 소릴 듣던 어린이였거든요. 요즘 상태를 보면 매우 놀랍게도.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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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모험 영화'에서 주인공의 역할은 이 분이 다 하긴 합니다. 위의 주인공은 책 읽으며 추임새만 넣어주는. ㅋㅋㅋ)



 - 이제와 다시 보면 역시 확 눈에 띄는 건 감독이죠. 볼프강 피터슨! 그땐 '유보트' 같은 영화를 알지도 못할 때였으니 뭐 당연히 아무 생각 없었습니다만. 오히려 이 영화의 원작과 '모모'를 쓴 미카엘 엔데가 유명했죠. 저도 그 당시에 '모모'를 감명 깊게 읽고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 될 테야!' 같은 결심을 하고 살던 한 마리 국딩이었구요.

 이 영화가 다국적 합작 영화였지만 실제로 영화를 제작한 건 독일의 인력들이었다는 건 최근에야 알았어요. 생각해보면 놀랍네요. 그 시절에 이미 이런 헐리웃급 스펙터클을 뽑아낼 능력을 갖추고 있었던 독일 영화계는 왜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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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분은 뭔가 스타워즈 같은 데서 본 듯 하기도 하고. 이티랑 닮은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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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느낌 같은 게 뿜뿜하고 막 오고 그러...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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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에 비해 빌런은 좀 평범한 편입니다만. 이 짤과 다르게 계속해서 어둠 속의 그림자로 표현하는 게 괜찮았습니다.)



 - 또 한 가지 신기한 점이라면 이야기가 엄청나게 안 폭력적이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사실상의 주인공 롤을 맡은 아트레이유가 뭔가와 싸우는 장면이 없어요. 정말 마지막에 딱 한 번 싸움 비슷한 게 있긴 한데 0.1초(과장 아님)만에 끝나 버리구요. 모험을 하긴 하는데 그 모험이란 게 대부분 탐험과 발견이고 쌈박질은 거의 없습니다. 막판의 0.1초와 시작할 때 나오는 괴롭힘 장면을 폭력이라 할만한 게 거의 존재하지 않는 셈이니 '학부모들이 선정한 1988 좋은 영화 1위!' 같은 타이틀이라도 얻었어야할 영화가 아니었나 싶네요. ㅋㅋ

 그런데 이건 살짝 단점이기도 하죠. 그러니까 이야기에 별 긴장감이 없습니다. 꼭 폭력이 아니어도 주인공이 종종 위기에 처하기는 하는데 그 때마다 타이밍 적절하게 조력자가 나타나는 식으로 해결이 되거든요. 21세기의 어린이들이 보고 즐기기엔 좀 심심하겠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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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이 슬퍼서 늪에 빠져 죽을 위기에 처하는 것과 같은 폭력적인 장면이 자주 나옵니다.)



 - 액션을 대신해서 이 영화를 채우고 있는 건 신기한 볼거리와 어린이 최적화 환타지 그 자체입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그것들은 지금 봐도 꽤 고퀄이에요.

 당연히도 이 영화의 특수 효과들은 미니어쳐,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로봇 인형, 그림, 카메라 트릭 등등 그 시절의 특수 효과 스킬들이 총동원되어 있는데요. 일단 각각의 디자인이 참 좋습니다. 만든 사람들의 국적 덕인지 당시 헐리웃 영화들에 나오던 크리쳐들이랑 뭔가 느낌이 다르면서 다들 귀엽고 예뻐요. 아날로그 특수효과답게 최신 cg에도 없는 '실물'의 질감이 느껴져서 좋다... 는 얘긴 너무 해서 식상하지만 암튼 사실이구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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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특수 효과도 수제가 짱인 거십니다.)


 그리고 지금 보니 세계관이 되게 대충인데, 그게 오히려 좀 매력포인트입니다. 물론 원작 소설은 다르겠습니다만 영화는 런닝타임 관계상 대충 장면을 건너 뛸 때마다 전혀 다른 느낌의 장소로 점프. 어디랑 어디가 어떻게 연결되고 이런 설명 하나 없이 매번 쌩뚱맞게 건너 뛰는데, 이게 적절한 미술과 결합되니 오히려 환상 속의 세계라는 느낌, 몽환적인 느낌 같은 게 형성되면서 더 좋아 보이더라구요. 사실 그렇지 않습니까. 어차피 어린이 소설 속 환상 세계인데 설정 덕지덕지 붙일 필요 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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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대체 여기가 어디인지, 왜 이런 게 있는지 그런 설명 일절 없습니다. 상상력을 발휘하라고!!!)


 또... 뭣보다 중요한 건 아주아주 건전한 대리만족 환타지라는 거죠. 얘들아 닌텐도 아타리 작작하고 책 좀 읽어라. 남들 괴롭히지 말아라. 어른들이 뭐라 하던 상상과 공상을 멈추지 말아라. 이런 뻔하디 뻔한 교훈들을 참으로 건전하지만 보기 좋고 예쁜 모험에 잘 녹여서 전달해주고요. 특히 책벌레 너드 어린이들에겐 그야말로 천상에서 들려오는 위로와 구원의 목소리!!!! ㅋㅋㅋㅋ 그래서 영화 말미의 그 '복수' 장면이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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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끼야아아아아아아앗호!!!!!!!!!!!!!)



 - 대충 마무리하겠습니다.

 일단 이 영화에 대해서 제가 하는 얘기들은 2/3쯤은 걸러 들으셔야 한다는 것. 워낙 개인적인 추억의 영화라 나쁜 말이 안 나와요. 나쁜 게 보이지도 않구요. ㅋㅋㅋ

 당시에 한국에서 히트한 영화도 아니었고 또 '기묘한 이야기' 덕에 다시 언급되기 전까진 특별히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일도 없던 영화라 34년만의 재감상이 더 감동적이더라구요. 초반에 돌거인, 박쥐타는 사람, 경주용 달팽이가 만나는 장면에선 정말 기분이 어찌나 아련해지던지. 팔코를 타고 날아오르는 장면이야 뭐 말 할 것도 없구요.

 뭐 어쨌든 앞에서 내내 말씀드린대로 참으로 건전한, 그래서 좀 싱거울 수도 있는 어린이 모험 영화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제가 편파적이어도 이 영화의 미술과 특수 효과, 그 시절 어린이 영화다운 분위기 같은 부분들은 충분히 고퀄이라는 데 대부분 이견이 없을 거라 생각하구요.

 그러니 아직 안 보신 분들이라면 그런 부분만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아주 예쁘게 구현된 80년대식 수제(...) 특수 효과를 즐기고 싶으시다면 보세요. 오랜만에 그 시절 어린이 영화 갬성에 빠져보고 싶으신 분들도 보시구요. 그 외엔 뭐... 잘 만든 영화인 건 맞지만, 굳이? 라는 생각이 좀 들고 그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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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의 최고 스타인 팔코. 실제로 이 사이즈의 로봇(?) 인형을 만들어 촬영했다고 합니다.)





 + 올레티비 vod로 봤습니다. 네이버에도 있고 그렇긴 한데, 올레에서 무료에요. 몇 달 전만 해도 2500원이었는데!! 역시 기다림은 승리합니다. ㅋㅋㅋㅋ



 ++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시즌 9에 이 영화 주제가를 부른 리말이 나온 적 있죠. ㅋㅋ 본인이 직접 나오진 않고 다른 배우가 연기하긴 했지만 캐릭터는 리말이었다는 거. 굉장히 뤼스펙 받는 분위기로 나와서 작가가 팬이었나벼... 했습니다. 밴드로 나왔는데 아마 그 밴드도 실제 리말이 활동했던 팀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말 꺼낸 김에 노래 영상도. 어차피 영화 안 보실 분들은 한 번 보세요. 스포일러 쩔지만 영화 속 명장면은 알차게 다 넣었네요. ㅋㅋ)



 +++ 여기 출연한 아역 배우 3인방이 하나 같이 참 다 뽀송뽀송 예쁜데요. 이후에 커리어가 잘 풀린 배우는 한 명도 없네요. 이후로 몇 년 안 돼서 배우를 때려 치웠거나, 바로 경력이 끊겼다가 하안참 뒤에 다시 활동을 하긴 하는데 잘 나가진 않거나, 그나마 꾸준히 연기를 한 게 아트레이유 역의 노아 해서웨이인데 이 분도 마지막 출연작은 한참 됐어요.

 ...근데 이름이 '노아 해서웨이'라니. 뭔가 섬광 같은 게 생각나고 하얀 악마 같은 게 생각나고 뭐 그렇습니다. 오타쿠 농담이니 이해 못하셔도 괜찮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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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연히 이후에 유명해지고 잘 나갔을 줄 알았는데, 확인해보니 이 영화 이후로 24년(!)간 활동이 없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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