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돈까스

2022.06.17 15:23

Sonny 조회 수:937

어른이 된다는 것은 가끔씩 식욕이 매우 정확해진다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어느날은 딱 그 식당이나 까페에서 파는, 특정 메뉴의 음식을 먹어야 허기가 완전히 해소되는 강박이 생기죠. 현실적 여건이 되는 경우라면 다행이지만 시간적, 인적 요소가 필요한 경우라면 이 갈망을 풀기는 어려워집니다. 20대 초반 같이 섬에 여행가서 들렀던 횟집의 다금바리라거나, 친구들과 다투고 돌아온 날 저녁에 엄마가 해준 간장계란밥이라거나...

최근에 돈까스가 매우 정확히 먹고 싶어졌습니다. 저는 평소에 그런 튀긴 고기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데, 제 식욕이 돈까스를 유난히 고집하더군요. 그래서 지하철 역 근처의 돈까스집을 갔는데... 한입 먹자마자 극대노했습니다. 튀김옷은 두꺼운데 고기가 해도해도 너무 얇은 겁니다. 어차피 분식집 돈까스라 큰 기대를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고기가 씹히긴 해야죠. 그런데 이 돈까스는 고기가 얇다못해 아예 옷만 씹히는 부분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군대 돈까스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핀셋을 가지고 갈 걸 그랬습니다. 고기를 먹으려면 튀김옷을 열어서 거의 헤집어야 하는 수준이니ㅡㅡ

그 다음날 다른 분식집에 가서 돈까스를 한번 더 실패하고나서야 깨달았습니다. 제가 먹고 싶던 건 돈까스가 아니라 돈카츠였다는 걸... 그래도 의문이 떠나지 않습니다. 옛날 경양식 돈까스도 분명 고기가 두툼하고 맛있는 것들이 있던 것 같은데 그건 단순히 과거미화였던 걸까요. 제가 갔던 곳들이 유난히 맛이 없던 것인지 아니면 제가 약간은 유치한 돈까스맛에 질린 것인지... 어쩌면 제가 찾는 건 저 혼자 만들어낸 돈까스의 이데아일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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