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까마귀들

2022.06.02 12:38

Sonny 조회 수:689

어제 연남동 쪽을 산책하다가 지인과 어떤 새를 발견했습니다. 참새보다는 크고 색은 전체적으로 회색빛인데 꼬리가 훨씬 길어서 어떤 새인가 잠깐 토론을 했죠. 대화 주제가 금새 새로 옮겨갔고 이런 저런 새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까마귀 이야기로 넘어갔습니다. 까마귀가 얼마나 똑똑한지 사람을 알아보고 기억해서 선택적으로 괴롭힌다는 이야기를 하며 웃었죠. 그런데 건너편에 까마귀 두 마리가 보이는 겁니다. 신기하다면서 저희는 그 까마귀를 구경하고 있었죠. 볼 때마다 느끼는데 까마귀는 생각보다 훨씬 큽니다. crow와 raven의 차이일려나 하면서 까마귀의 그 위용에 감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까마귀 두마리가 자기들끼리 그냥 노는 게 아니라 아래쪽으로 활강하듯이 곡선을 그리면서 날았다가 나무나 가로등에 착지하는 움직임을 반복하더군요. 딱 사람 키 높이에서 맴돌면서 아래쪽을 보고 까악거리다가 다시 올라오는 패턴으로 움직였습니다. 버스와 큰 차들이 주차되어있어서 잘 보이지 않는데 까마귀들의 동선으로 어떤 50대 추정 여성분이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까마귀들이 혹시 저 행인을 괴롭히는건가 싶어서 건너편에서 좀 긴장해서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 행인분이 차들이 주차된 지역을 벗어나니 분명하게 보이더군요. 까마귀 두마리는 그 행인을 계속 위협하고 있었습니다. 쪼지는 않았는데 그 분 머리위까지 내려왔다가 올라오면서 까악대기를 거듭하고 있었습니다. 보는 저희는 기겁했습니다. 거리가 워낙 멀어서 저 까마귀들을 쫓아낼 수도 없고...


그 행인분이 대체 뭘 잘못했을까 생각해봤지만 답이 나올리는 없었죠. 당하는 분은 걸으면서 무슨 생각을 하셨을지. 하늘에서 그렇게 위협을 해대니 날지 못하는 인간은 도저히 수를 쓸 수가 없더군요. 강한 신체적 접촉은 없었지만 까마귀는 공격하기 용이한 거리를 확보하고 계속 행인을 쫓아다녔습니다. 행인분은 간간히 손을 머리위로 휘젓는 게 다였구요. 그 분은 다행이 버스 정류장에 도착해서 앉았고, 그 옆에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었습니다. 까마귀들은 더 이상 추적하지 않더군요. 추측하기로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으니 자기들이 공격하기 껄끄러웠던 것 같았습니다. 그제서야 그걸 목격하던 저도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어떻게 하면 까마귀의 분노를 사지 않을까 좀 고민하게 되더군요. 까마귀들은 반짝이는 걸 좋아한다던데 장신구를 차고 나갔다가 까마귀에게서 그 장신구를 보호하려고 손짓이라도 하면 그 순간 까마귀가 바로 화가 나지 않을지? 알프레드 히치콕이 왜 [새]를 찍었는지 실감했습니다. 연남동의 어떤 대교 쪽은 까마귀들의 나와바리(?)인듯하니 조심들 하시기 바랍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70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22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4740
120192 탑건 매버릭을 보고.. [8] 라인하르트012 2022.06.18 1208
120191 짜파게티 끓일때 마지막 물 몇숟가락남기는거 어떻게 맞추죠 [14] 채찬 2022.06.18 733
120190 언어 습관의 고질병 [3] 가끔영화 2022.06.18 462
120189 영끌해서 집 사는 게 좋다던 인식이 1년도 안지난 것 같은데 [1] catgotmy 2022.06.18 855
120188 테넷/포그바/선수의 '아이돌'화, 열렬함에 담긴 달고 씁쓸한 이면 [2] daviddain 2022.06.18 470
120187 개한테 이해안되는 점 [2] catgotmy 2022.06.18 527
120186 Jean-Louis Trintignant: 1930-2022 R.I.P. [6] 조성용 2022.06.18 334
120185 [OCN] 테넷 [EBS1]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6] underground 2022.06.17 562
120184 [왓챠바낭] 저예산 소소하게 재밌는 장르 영화들 몇 편 묶음 잡담입니다 [10] 로이배티 2022.06.17 593
120183 굿바이 돈까스 [8] Sonny 2022.06.17 938
120182 소피의 세계 [2] catgotmy 2022.06.17 420
120181 한동훈은 성역? 누가 '내로남불'을 지적하나 [2] 왜냐하면 2022.06.17 690
120180 프레임드 #98 [19] Lunagazer 2022.06.17 334
120179 [씨네플러스 채널]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 [스크린 채널] 공기인형 [4] underground 2022.06.16 552
120178 헤일로 1화 풀버전 [4] 예상수 2022.06.16 492
120177 <문> 을 읽고 [4] thoma 2022.06.16 444
120176 운수 나쁜 날 [4] 예상수 2022.06.16 358
120175 도배 중ㅡ 팀 반 라이트호펜 daviddain 2022.06.16 193
120174 [넷플릭스바낭] 고스트버스터즈 3... 말고 '라이즈'를 봤습니다 [19] 로이배티 2022.06.16 709
120173 정의윤 스톡킹 발언이 화제네요 [2] daviddain 2022.06.16 1086
XE Login